[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에게 '출교' 판결을 내린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가, 이 목사에게 재판비용으로 총 2864만 3532원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연회가 내민 2800여 만 원 청구서는 12월 18일 아침 이 목사에게 도착했다. 화해조정위원회 6차례, 심사위원회 11차례, 재판위원회 18차례 모인 비용과 판결문 작성 및 송달 등에 들어간 비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정직 2년'을 선고한 총회 재판위원회 재판비용도 1100만 원이었는데, 하급심인 경기연회 재판에서만 2.6배 더 많은 2800여 만 원이 나온 것이다. 이 재판비용을 납부해야만 총회에 상소할 수 있다.

감리회 재판비용은 재판위원들의 여비와 식사비 등으로 쓰인다. 회의 때마다 위원 1인당 7~8만 원의 여비와 식사를 제공받는다. 심사위원회와 재판위원회는 보통 6명으로 구성된다. 회의 한 번에 60~80만 원이 지출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비용 중 상당수가 재판위원회와 경기연회 본부의 하자 및 업무 처리 미숙으로 발생했다는 데 있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2023년 8월 3일 이동환 목사에 대한 공소기각을 결정하고 재판이 종결되었다고 이 목사에게 통지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 고발인과 같은 지방회 소속이어서, 감리회 헌법인 교리와장정상 제척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회는 2023년 4월부터 7월까지 총 7차례나 모여 회의하면서도, 교리와장정에 규정돼 있는 제척 사유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뒤늦게 기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심사위원회는 공소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화해조정위원회, 심사위원회, 재판위원회는 총 21차례 모여 1700여 만 원을 썼다.

재판위원회가 심사위원회의 공소 취소를 받아들여 '재판 종결' 통지를 내렸기에 사건이 끝나는 줄 알았지만, 심사위원회와 재판위원회는 이후 재고발 절차 없이 끝난 사건을 부활시켜 8월부터 새로운 절차에 들어갔다. 재판위원회는 12월 8일 출교 선고 시 작성한 판결문에서 "고소·고발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하면 귀책 사유 없는 고발인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이 목사를 고발한 반동성애 세력을 걱정하는 듯한 표현까지 썼다. 다시 고발하려면 기탁금 700만 원이 또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동일한 고소·고발 절차 없이 심사부터 진행하더라도 피고발인에게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동환 목사는 아무런 손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위원회는 결과적으로 사건을 부활시키면서, 심사위원회가 잘못해 발생한 이전 재판비용 1700여 만 원까지 이동환 목사에게 부과했다. 

또한 이 재판비용에는 경기연회의 공문 오기로 발생한 회의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재판위원회는 10월 5일 모여 다음 재판 날짜를 '10월 13일'로 정하고 경기연회에 이를 통지했다. 그런데 경기연회는 이동환 목사에게 '10월 5일'에 오라는 통지를 '10월 10일'에 보냈다. 재판 일주일 전 통지를 해야 한다는 규정도 어겼고 날짜도 틀렸다. 이 목사 측은 황당해하며 재판에 나갈 수 없다고 항의했고, 10월 24일로 새로 잡힌 재판도 불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위원회는 10월 13일과 24일에도 모였다는 이유로 총 140여 만 원을 청구했다. 경기연회의 귀책이 명백한데도 연회는 이 비용을 이 목사에게 부담하라고 했다.

감리회 경기연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청구한 재판비용. 2800여 만 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항소 자체를 할 수 없다. 사진 제공 이동환
감리회 경기연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청구한 재판비용. 2800여 만 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항소 자체를 할 수 없다. 사진 제공 이동환

이동환 목사가 재판비용 청구서를 받은 12월 18일은 성소수자환대목회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최하는 '출교 선고 규탄 기자회견'이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 앞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벼락 같은 소식이 또 한 번 전해지자,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위와 칼바람을 마주하고 감리회 본부 앞에 선 기자회견 참석자들의 표정은 무겁고 분노에 차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청구서를 받아 든 이동환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처음 우편물을 받고 손이 덜덜 떨렸다는 그는, 과도한 재판비용으로 항소를 막고 출교를 확정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분노했다. 

이 목사는 "돈 없으면 닥치고 나가라는 건가. 성도 10여 명 모이는 작은 교회 목사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게 교회 재판인가. 자본가들이 힘없는 노동자들 손배소로 억압해서 질식시켜 버리는 행태랑 꼭 닮아 있는 잔인하고 치졸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동환 목사는 "아마 저들은 나를 본보기로 삼은 것일 거다. '성소수자 말도 꺼내지 마. 너도 재판받는다. 너도 쫓아낸다. 너도 수천만 원 물릴 거다' 이렇게 윽박질러서 입에 재갈 물리고 두려움과 공포로 억압하려는 모습이 너무도 노골적"이라고도 했다.

이 목사는 교단이 무슨 짓을 하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감리회의 목회자들과 목회자 후보생들, 학자들이 있다. 이곳에는 영광제일교회 신자들이 있다. 이웃 교단의 사목자들도, 노동자들도, 정치인들도 있다. 인권 활동가도, 장애인도 있다. 일터에서 쫓겨나 길바닥으로 내몰린 이도 있다. 그리고 성소수자도 있다"며 그들과 함께 교단에 항소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분노에 잠식되지 않고 상대를 악마화하지도 않겠다"며 "우리를 저주하고 처벌한 그들조차 성소수자를 긍정하고 환대하는 교회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오직 사랑으로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발언 도중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12월 18일 광화문 감리회 본부 앞에서 
이동환 목사와 대책위 관계자, 출교 판결에 분노한 교인 등 80여 명은 12월 18일 광화문 감리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연회를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자회견에 연대 발언자로 참석한 이들도 출교 판결을 규탄하면서, 끝까지 이 목사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감리교인이었다는 영광제일교회 교인 황나라 씨는 "이 교회를 다니기 전에 목사님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어떤 운동을 하는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교회를 다닌 직후에도 목사님의 운동은 제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그저 교회 사람들이 좋았고, 교회에서의 예배가 제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었고, 목사님의 운동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황 씨는 "그들이 이동환 목사와 영광제일교회 그리고 내게 전달하고자 한 것은, '너희는 교회 다니지 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를 다니겠다. 예배를 드리겠다. 아무도 배제하지 않고 하나님나라를 세워 가겠다. 어차피 외식하는 자들이 만들어 낸 한국 개신교 제도에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을 끼워 맞추지 않겠다. 교회 안의 혐오와 차별에 맞서 교회 안에서 정말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이들이 존귀한 하나님의 축복 안에서 숨 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경기연회의 출교 판결을 중세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파문과 비교했다. 신앙의 본질을 추구하다 중세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한 마르틴 루터에서부터 시작한 '개신교'의 후예인 감리회가, 이제는 같은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출교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조치는 감리회 내부와 한국 개신교 전체에 횡행하는 '자기 새끼에게 교회 물려주기 작태'에 아무런 징계 없이 사실상 옹호하며 자신 역시 자식에게 교회 물려줄 기회만 노리는 감리교를 비롯한 오늘의 개신교가, 부패하기 이를 데 없는 중세 교황청의 후예임을 명확하게 행동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는 감리회를 향해 "차별하고 혐오하는 죄를 짓는 당신마저도 주님은 사랑하실 것이다. 그게 주님의 사랑이다. 그 사랑을 기억하라. 주님의 사랑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고, 지금이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를 힘쓰라"고 말했다. 그는 감리회 총회를 향해서도 "이동환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이번 판결로 상심한 성소수자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장혜영 의원(정의당)도 참석했다. 장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전광훈 목사가 여는 극우 집회에 가 있고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교회 앞에 눈치 보며 서성이고 있지 않느냐"며 "오로지 자기 권력의 유지를 위해 성소수자 시민들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그 권리를 수호해야 할 공적 책무를 외면하는 대한민국 정치의 비겁함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동환 목사는) 성소수자 교인들의 고통을 끌어안고 자신을 내던져 함께 고통받고 있으며 변화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 싸움은 모두의 싸움이다. 시민들의 인권을 지킬 책임이 있는 정치인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이동환 목사의 곁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 후 곧바로 예배를 열고, 모든 이를 축복한다는 의미를 담아 성찬식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참석자들은 기자회견 후 곧바로 예배를 열고, 모든 이를 축복한다는 의미를 담아 성찬식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80여 명은 곧바로 이어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이동환 목사 출교 선고 규탄 예배'에도 참석했다. 많은 감리회 목사가 순서를 맡고 기도회에도 참석해 이 목사를 응원했다. 

예배에서 설교한 황효덕 목사(충주벧엘교회)는 "동성애라는 말은 동성애자가 실존하기 때문에 생겨난 단어다. 그렇다면 동성애 찬성은 동성애자를 찬성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무엇이기에 다른 사람의 존재를 찬성하고 반대하고 말고 할 것이 있겠느냐. 그러니 이런 법(동성애 찬성 및 동조)으로 이동환 목사를 출교한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성소수자 돌봄 목회를 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출교했다면 나 또한 출교하라. 나도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목회를 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감리회 안에 외국인 노동자, 노숙인, 장애인 돌봄 목회를 하는 모든 분을 출교하고, 어려운 나라에 가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선교사까지 출교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참석자들은 '감리회 신앙고백'을 다 같이 읽은 후 성만찬을 함께했다. 이동환 목사를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김수산나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고기교회 안홍택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 자캐오 신부(대한성공회) 등 타 교단 목회자가 집례했다. 이들은 꽃잎을 뿌리며 참석자들을 축복하는 것으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꽃잎을 뿌리는 퍼포먼스는 퀴어 문화 축제에서 이동환 목사가 했던 성소수자 축복식의 한 순서이기도 하다. 

이동환 목사는 이번 주중으로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에 항소장을 낼 예정이다. 이동환 목사 변호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공소 취소 이전에 소요된 비용마저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재판비용 청구에 대해서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상소심에서도 절차적 하자를 지적할 것이다. 또한 이동환 목사의 행동이 절대로 죄가 될 수 없음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위원회 상소와 별도로 사회 법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이 목사 측은 현재 재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재판부는 12월 19일 심문을 열었다. 이동환 목사와 최정규 변호사는 경기연회의 출교 판결과 과도한 재판비용 청구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반면, 경기연회 측 소송대리인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고 재판부에도 추후 내용을 정리해 제출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서만 제출했다. 재판부는 1월 중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환 목사가 예배 마지막 순서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꽃잎을 뿌리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동환 목사가 예배 마지막 순서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꽃잎을 뿌리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