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차별을반대하는감리회모임'이 2월 4일 차별금지법을 논하는 두 번째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혐오와차별을반대하는감리회모임'이 2월 4일 차별금지법을 논하는 두 번째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소속 목회자·교인으로 구성된 '혐오와차별을반대하는감리회모임'이 차별금지법을 논하는 두 번째 온라인 세미나를 2월 4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본부에서 열었다. 3주 전 차별금지법의 법학적·신학적 의의를 다룬 첫 번째 세미나에 이어, 이번에는 기독교 신앙·영성 관점에서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진단했다.

주최 측은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를 향한 여론몰이 일색인 한국교회 상황에서, 성서에 기반한 이성적 모색을 시작하기 위해 이 세미나를 준비했다.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이경덕 목사는 "차별과 혐오는 종교를 사회적 낙오자로 만든다.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차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세미나를 열었다"고 말했다.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영성과 목회'를 주제로 발표한 남재영 목사(빈들공동체교회)는 한국교회의 성소수자 혐오·차별이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했다. 그는 "수구·보수적으로 정치 세력화한 주류 한국교회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성소수자를 희생 제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남재영 목사는 한국교회의 폭력적인 성소수자 혐오, 차별금지법 반대는 그리스도교적 영성과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남 목사는 "(차별금지법) 반대론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혐오가 아니라 주장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성소수자의 영혼을 어루만지기보다 희생양으로 삼아 폭력적인 배제의 낙인을 찍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 목사는 "이러한 행태는 그리스도교적 영성이라 볼 수 없다. 영성에는 혐오와 차별이 들어설 틈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 속한 다양한 영성가를 소개하며, 성소수자를 마땅히 환대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남재영 목사는 "로욜라 이냐시오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성소수자들에게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란치스코의 관점에서는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영·혼·육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을 당연시할 수 없다. 매튜 폭스의 관점에서 볼 때 성소수자 혐오·차별은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거역이고, 하나님의 하나님 됨에 대한 부정"이라고 말했다.

남재영 목사가 목회하는 빈들공동체교회는 성소수자를 있는 모습 그대로 환대하는 '무지개 교회' 명단에 올라 있다. 남 목사는 전 교인과 함께 논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하나님은 성소수자를 차별할 권한을 교회에 주신 적이 없다. 그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영혼을 가진 존귀한 존재다. 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되며, 비록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우리 빈들공동체 일원으로 흔쾌하게 받아들이고 환대해야 한다는 데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재영 목사는 시무하는 빈들공동체교회가 '무지개 교회'가 된 과정을 설명하며 교회도 성소수자를 위한 환대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남재영 목사는 시무하는 빈들공동체교회가 '무지개 교회'가 된 과정을 설명하며 교회도 성소수자를 위한 환대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감리회 장정 속 혐오와 차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박경양 목사는 지금처럼 성소수자를 혐오·차별하는 행위는 △성서 △감리회 교리 △<사회신경> 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경양 목사는 감리회 '교리와장정' 재판법 제3조(범과의 종류) 제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가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이 차별적 조항은 성서의 가르침에 반한다며 "인간에 대한 차별은 인간이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성서의 가르침에 반한다는 점에서 교회의 신앙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차별은 감리회 교리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했다. 박경양 목사는 "감리회는 진보적 교회를 표방했고(1930년 총회), 감리회 회원의 조건을 '죄에서 구원함을 얻고자 하는 이'라고 명시했다(연합신도회의 총칙). 그럼에도 지금처럼 차별금지법의 '성적 지향'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나 연구도 없이 인민재판을 하듯 달려드는 행태는 신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차별과 혐오를 앞세운 일부 감리회 목회자·교인들의 태도는 <사회신경>에도 반한다고 했다. <사회신경>은 감리회 신자가 사회생활할 때 지켜야 할 기본적 태도이자 지침이다. 박경양 목사는 "1997년 발표한 <사회신경>에서는 성별·연령·계급·지역·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일을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사회신경>에서도 차별을 반대하고 있는데 교리와 신조의 하위 규칙인 '재판법'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차별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박경양 목사는 교리와장정에 어긋나는 성소수자 혐오·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차별과 혐오를 보호하고 확산하는 주범으로 전락할 수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기는커녕 극우 기독교 세력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전 국민 복음화'와 '교회 성장'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차별금지법 반대는 교회를 위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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