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세 명을 추모하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기로 다짐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기도회가 열렸다. 설교를 맡은 김수산나 목사는 "사람을 존재 자체로 존중하며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최근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세 명을 추모하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기로 다짐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기도회가 열렸다. 설교를 맡은 김수산나 목사는 "사람을 존재 자체로 존중하며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고 이은용·김기홍·변희수. 트랜스젠더 세 명이 2~3월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섰던 사람들이었다. 이은용 작가는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라는 연극으로 트랜스젠더의 삶을 풀어 냈고, 김기홍 씨는 교사·정당인·활동가로 차별에 맞섰다. 변희수 하사는 트랜스젠더를 차별하고 자신을 강제 전역시킨 국방부에 맞서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을 없애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트랜스젠더 가시화 주간(3월 25~31일)을 앞두고 당사자 세 명이 연달아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앞장서 온 곳이 교회이기 때문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은 더욱 부채감을 느꼈다. 옥바라지선교센터와 촛불교회 등 교계 단체들은 더 이상 이런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혐오와 차별에 맞서자며 추모 기도회를 열었다. 사전 녹화 후 25일 저녁 영상으로 공개한 기도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세상에 남아 오늘을 살아 내는 모든 이를 위로하고 연대하겠다고 했다.

김기홍 씨를 추모한 논바이너리 교사 새시비비(성평등한청소년인권실현을위한전북시민연대)는 "화장했다고 치마 입었다고 부당하게 위협받고 간섭받고, 소신에 맞지 않는 약속을 강요받았던, 인권침해에 함께 분노하는 교사로서 그를 추모한다. 학교에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이유로 양심의자유와 직업선택의자유가 침해되는 일이 더는 없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변희수 하사를 추모한 김형남 사무국장(군인권센터)은 "변 하사는 2019년 수술을 앞두고 전우와 상관에게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혔다. 우려하고 걱정했지만 전우들은 변 하사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이해하고 지지했다. 변희수라는 한 사람의 용기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변희수가 대단하고 역사적인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변 하사를 지켜 준 수많은 전우의 지지와 응원이 더 큰 용기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변 하사의 이름이 용기와 그리움으로 기억되도록 함께 싸워 달라"고 말했다.

말씀을 전한 김수산나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는 "더 이상 차별과 혐오에 내몰려 죽임 당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안전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기를, 성별 이분법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지금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차별해도 되는 이유는 없으며, 혐오해도 되는 근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해야 하는 게 있다면, 존재 자체로 존중하며 안전한 일상을 만드는 것, 평등한 일상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 세밀히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도회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함께했다. 장 의원은 "우리가 삶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어떤 사람으로 태어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라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처럼 일상이 투쟁인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이것은 당사자의 투쟁임과 동시에 우리 사회 지평을 열어 가는 투쟁이기도 하다. 동료 시민으로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너무 중요하다. 이것이 트랜스젠더 가시화 주간에 그들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함께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가수 유인서 씨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를 부르기도 했다.

이번 기도회는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예수사회행동, 무지개감신, 무지개신학교, 무지개예수, 믿는페미, 버들다리, 섬돌향린교회,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 예수더하기, 예수살기, 옥바라지선교센터, 촛불교회, 할렐루야퀴어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기도회 전체 영상과 설교문 전문은 촛불교회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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