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교회폐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교회를 탄압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반복해 온 안희환 목사가 시무하는 예수비전성결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12월 22일 브리핑에서 "12월 17일 최초 확진 후 20일까지 11명, 21일에 1명이 추가 확진돼 관련 확진자는 총 13명이다"고 발표했다. 박유미 시민건강국장은 "교회 관계자 등 접촉자를 포함해 137명을 검사했고, 최초 확진자를 제외하고 양성 12명, 음성 50명이며, 나머지는 검사를 진행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월 12~20일 예수비전교회 방문자는 반드시 검사를 받아 달라"는 긴급 재난 문자메시지를 수도권 내에 발송했다. 22일에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예수비전성결교회 관련 확진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예수비전성결교회는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유미 시민건강국장은 "역학조사에서 12월 13일 최초 확진자를 포함한 교인 122명이 모여 대면 예배를 진행해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확진자로부터 예배 참석한 교인에게 점차적으로 전파된 것으로 확인돼 감염경로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12월 8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적용했다. 수도권 교회는 13일 주일예배부터 필수 인원 20명 이내만 모인 가운데 비대면으로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수비전성결교회는 120여 명이 모여 예배를 강행했고, 그 결과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예수비전성결교회에서는 6월에도 교인 사이에 다수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안희환 목사가 담임하는 독산동 예수비전성결교회에서 21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21명이 발생했다. 이 교회는 12월 13일 대면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안희환 목사가 담임하는 독산동 예수비전성결교회에서 21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21명이 발생했다. 이 교회는 12월 13일 대면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평소 유튜브를 통해 극우적 주장을 펼치고 있는 안희환 목사는, 정부가 방역 정책을 통해 교회를 탄압한다는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번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서도 서울시가 차별적 행정으로 자신들을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안 목사는 12월 20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교회가 2주간 폐쇄 조치를 당했다. 다중 이용 시설은 소독 후 하루가 지나면 사용할 수 있는데, 교회만 14일 동안 강제로 문을 닫게 만든다. 이게 말이 되느냐. 이런데도 교회 탄압이 아니냐. 문재인 정부가 교회와 예배를 짓밟는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안 목사가 19일 올린 영상에 따르면, 교회에 최근 등록한 교인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안 목사는, 이 가운데 한 교인의 남편이 방역 당국에 '교회발 확진이다'고 해서 교회가 폐쇄 조치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금천구에 지시해 예수비전교회를 감시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목사는 "확진자까지 나왔으니 서울시가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한다. 그러나 장담컨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 오래 못 간다. 예배를 사모해 이천·대구·춘천·남양주에서 오는 교인들이 있는데 2주 정도 예배를 못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희환 목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금천구청은 12월 22일에야 예수비전성결교회에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다. 안 목사가 교회 폐쇄 조치를 당했다며 영상을 올린 12월 19일에는 집합 금지 명령이 떨어진 바 없다. 안 목사 주장처럼 금천구가 서울시 지시를 받아 교회를 감시한 적도 없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12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금천구는 서울시에서 지시받아 현장 점검을 나간 적이 없다. 시에서 특정 시설을 점검하라고 콕 집어 주지도 않는다. 다만 서울시에서 직접 현장을 점검한 적이 있고, 이후 주변 민원으로 점검한 적은 있다. 폐쇄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22일부로 1월 4일까지 집합 금지 조치했고, 향후 재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월 12~20일 예수비전성결교회를 방문한 사람은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월 12~20일 예수비전성결교회를 방문한 사람은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유튜브 통해 극우·왜곡 주장 반복
"문재인이 교회에 사과하라"
"확진자 나오면 교회만 2주 폐쇄냐"
"감염병예방법은 교회폐쇄법"

방역 수칙을 무시하며 집단감염을 일으켜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고 불안감을 조성했는데도 안희환 목사는 피해자를 자처하며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히려 평소 여러 유튜브 영상에서 정부가 교회에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안 목사는 12월 12일 올린 영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회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것, 혐오 집단으로 몰아간 것, 교회를 탄압한 것 사과해야 한다.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자유를 방역법(감염병예방법)으로 짓밟아 버린 것과 예배를 짓밟아 버린 것, 예배 인원을 멋대로 늘렸다 줄였다 한 것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일 올린 영상에서는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왜 의료 시설은 (확진자 발생 후) 몇 시간 지나면 문 열고, 다중 시설은 하루 지나면 문 여는데 교회만 2주냐. 목소리를 내고 항의를 해야 한다. 편파적이고 불법적으로 정치 방역을 하는 질병관리청은 명백하게 고소 대상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도 법적으로 좀 알아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현장 점검을 나오면 출입을 금하라고 부교역자들에게 지시했다면서, 무단 침입으로 소송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건들 때 가만히 뒷짐 지고, 정부 방침이라고 너무 순종을 잘하니까 만만하게 보고 계속 두들겨 패는 거다. 그래서 이 모양 이 꼴까지 맞았다. 이제 성탄 예배나 송구영신 예배, 신년 예배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했다.

안희환 목사는 평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역 정책에 저항하지 않는 교계 지도자들을 비판했다. 김동호 목사에게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사상 검증하기도 했다. 유튜브 갈무리
안희환 목사는 평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역 정책에 저항하지 않는 교계 지도자들을 비판했다. 김동호 목사에게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사상 검증하기도 했다. 유튜브 갈무리

명백히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책임을 서울시에 떠넘기고 '교회 탄압 프레임'을 꺼내 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희환 목사는 그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래전부터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난하고, 정부가 교회를 탄압한다며 극단적 주장을 펼쳐 왔다.

안 목사는 평소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배교 집단'이라고 비난하고, 이 단체들이 공산주의와 연관성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차별금지법을 배격해야 한다면서, "왜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느냐"며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를 뜬금없이 공격하기도 했다. '김동호 목사님은 유명한 교회 파괴자' 같은 제목으로 영상을 올려 김 목사를 수차례 사상 검증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전광훈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려는 주요 교단들 움직임을 비판하며 사랑제일교회를 거듭 옹호하고, 정부의 교회 탄압이 명백한데도 저항하지 않는다며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를 연일 비난했다.

특히 최근에는 '교회폐쇄법'이 발의됐다는 왜곡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방역 수칙에 협조하지 않고, 검사나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개인과 시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여당 의원들이 연달아 내놓자, 이 법안이 교회를 타깃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안 목사는 해당 법안 발의에 동참한 국회의원 명단과 의원실 전화번호를 공개하며 항의 전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는 12월 13일 대면 예배 강행과 교회 폐쇄 관련 주장의 허위 여부 등을 묻기 위해 22일 안희환 목사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로 질의 내용도 남겼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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