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와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가 11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와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가 11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기사련·김희룡 상임대표)와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공동본부장 장혜영·배복주)가 11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국회와 정부 여당, 한국교회에 "2020년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사련은 법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계를 향해 "교회가 앞장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이기를 거부하고 신앙인이기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했다. "법 제정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즉각 멈추고 폭력을 조장하는 세력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라"고 요청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사회적 합의 뒤에 숨지 말고 차별금지법 입법에 책임 있게 나서라고 요구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는 오직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모든 차별이 사라진 성숙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온적인 국회는 폭력을 묵인하는 세력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교회에는 인권 옹호자가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기사련은 "인간이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성서 증언은 인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옹호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과 인권은 분리될 수 없다. 인권은 신앙의 사회적 표현"이라고 했다.

기사련 상임대표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가 나와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는 결코 개신교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일부 근본주의적 개신교인의 모습에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개신교인 대부분은 이성과 신앙의 일치·조화를 추구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디서도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 가능하다고 가르치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말을 보탰다. 장 의원은 "이웃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 정신과 모든 인간의 평등한 존엄을 법에 아로새기고자 하는 차별금지법 정신은 깊이 통한다"며 "소외받는 이들의 곁을 지키셨던 예수님 모습을 닮은 교회의 모습을 지금 이곳에서 보여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발언했다.

아래는 기사련과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 기자회견문 전문

2020년이 지나기 전, 반드시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차별과 혐오가 심각합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난민, 이주민, 아동, 노인, 타 종교인 등 그 대상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두를 위한 인권'을 지향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법 제정 반대의 최전선에는 일부 개신교가 있습니다. 허나 그들의 주장은 한국 교회 전체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바로 한 달 전 1000명의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2020년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만 보더라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42.1%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는 38.2%로, 반대보다 찬성이 많았습니다. 법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의 목소리는 과잉 대표되었습니다. 이에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에 소속된 모든 단체와 그리스도인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일부 개신교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즉각 멈추십시오.

법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신앙, 성서에 입각해 있다고 말합니다. 정녕 이들이 믿는 하나님, 이들이 보는 성서는, 법 제정에 찬성하는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나님, 그들이 보는 성서와 다른 것입니까? 성서의 첫 장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도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혐오할 수 없습니다.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이 다른 사람 안에 있는 하나님을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에 대한 공격은 하나님에 대한 폭력입니다. 그렇기에 교회가 앞장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며, 신앙인이기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차별은 폭력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입니다. 일부 개신교는 폭력을 조장하는 세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회에 요구합니다. 국회는 2020년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은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9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과 제도가 국민의 인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국회는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책임성 있게 나서야 합니다. 특히 집권 여당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된 정부라 자임하면서도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언제나 '사회적 합의'라는 단어 뒤에 숨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는 오직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모든 차별이 사라진 성숙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차별은 폭력입니다. 그렇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온적인 국회는 폭력을 묵인하는 세력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국회,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안고 올해가 가기 전 반드시 차별금지법 통과에 앞장서야 합니다.

한국교회에 호소합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성서의 증언은 '인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옹호입니다. 성서는 인간 존엄, 이성, 양심, 자유, 평등이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가치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는 '신앙'과 '인권'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인권은 신앙의 사회적 표현입니다.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모음으로써 인권의 옹호자가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 일에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가 앞장서겠습니다.

2020년 11월 16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여민회, 생명선교연대, 새시대목회자모임, 영등포산업선교회, 생명평화기독연대, 일하는예수회, 평화교회연구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
(본부장 장혜영·배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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