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개신교인 연예인들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나섰다. 유튜브 채널 마하나임TV선교회가 11월 20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이프패밀리' 시리즈에는, 방송인 조혜련 씨, 최근 목사 안수를 받은 개그맨 표인봉 씨, 배우이자 은퇴목사인 임동진 씨 등이 출연한다. 이프패밀리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한국 사회를 상상해 본다는 내용으로, 영화 '지렁이', '철가방 우수氏' 등을 연출한 윤학렬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현재 3편까지 공개된 이프패밀리 시리즈 영상은 편당 짧게는 2분에서 길게는 8분 정도 분량이다. 차별금지법 때문에 가정과 학교교육이 무너질 것이라는 반동성애 진영의 과장된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뉴스앤조이>가 팩트체크할 것은 이프패밀리가 공개한 세 번째 영상 '노방전도 - 구원이 예수님에게만 있다는 말은 차별입니다'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영상도 왜곡·과장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세 번째 영상이 가장 심하다. 이 영상은 조혜련 씨와 다른 여성이 노방전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을 그렸다.

방송인 조혜련 씨가 출연한 '이프패밀리' 시리즈 중 세 번째 영상. 노방전도가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방송인 조혜련 씨가 출연한 '이프패밀리' 시리즈 중 세 번째 영상. 노방전도가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조혜련 씨와 일행은 공원에서 쉬고 있는 여성들에게 다가가 "부담 느끼지 마시고 시간 나시면 요 앞 삼마교회로 오세요.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한 여성이 "저는 교회 안 다녀요. 저희는 무교"라고 답한다.

갑자기 '시 인권센터 담당관'이라는 여성이 나타나 "사진 다 찍혔고 녹음도 다 됐다. 차별금지법 위반했다. 공원이라는 공공시설에서 특정 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하면 다른 종교를 비난한 것이 된다. 그 표현에 정신적 고통을 당한 사람들을 차별한 것이 된다"고 말한다.

이에 조혜련 씨가 "구원이 예수님에게만 있다고 말한 게 죄가 되느냐"고 반발하자, 인권센터 담당관은 "죄다. 차별금지법. 왜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데 자꾸 불편을 주느냐. 왜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느냐"고 소리친다.

이어 화면이 전환되며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임동진 씨가 나와 굳은 표정으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이단을 정죄하지 못할뿐더러, 공공장소에서 예수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복음 전도는 물론이거니와 성경 말씀을 지킬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영상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앞으로 공공장소에서 전도도 할 수 없고, 전도하다 적발될 경우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된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그러면 차별금지법이 없는 지금은 노방전도가 무조건 합법일까. 차별금지법과 다양한 판례를 통해 영상 내용을 팩트체크해 본다.

1. 차별금지법에는 전도 활동을 제재하는 조항이 없다

'구원이 예수님에게만 있다'는 건 기독교 교리다. 이를 전파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자유에 속한다. 차별금지법으로 이를 막아서도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다. 차별금지법에는 공공장소에서의 전도 활동을 막는 조항 자체가 없다. 이런 오해는 반동성애 진영과 교계 지도자들이 차별금지법 취지를 왜곡해 전파한 데서 비롯됐다.

차별금지법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상대로 고용·재화·교육·서비스 영역에서 불합리한 배제·분리·구별·제한 등이 발생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게 한 법이다. 쉽게 말하면 직장이나 학교 현장에서, 혹은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차별금지법이 명시한 차별 금지 사유를 이유로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왕따를 시키거나,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고통을 줬을 때 차별금지법상 문제가 된다. 3번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공공장소에서의 과격한 포교 활동, 특히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 피해를 주는 행동은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다른 법으로 처벌받는다.

2. 전도나 설교 등은 차별금지법상 '광고'가 아니다

이프패밀리 영상에서는 차별금지법 제3조 1항 5호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를 근거로, 공공장소에서의 전도 활동이 처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도가 '광고 행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반동성애 진영은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만을 예로 들며, 사전적으로 '광고'는 '널리 알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전도나 설교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에 광고의 정의가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안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시한 평등법에는 '광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평등법 시안

11. '광고'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가. '정부 기관 및 공공 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정부 광고
나. '옥외 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 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옥외 광고물
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표시 및 광고
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신문·인터넷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정기간행물, '방송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방송,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전기통신 등을 이용하여 광고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

반동성애 진영의 허위 주장이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8월 발표한 '평등법 팩트체크'에서 "평등법안이나 차별금지법안에는 이 법에서 말하는 '광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에 의해 '광고'라고 정의된 경우만 해당된다. 그런데 설교는 평등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광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약 정의당 차별금지법안에도 광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면, 그런 조문을 만드는 쪽으로 논의하면 된다.

3. 차별금지법이 없는 지금도 경우에 따라 노방전도는 제재된다

한번 반대로 생각해 보자. 차별금지법이 없는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 노방전도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최근 5년 사이 법원이 기독교의 전도 행위와 관련해 내린 판례를 살펴보면, 경우에 따라 전도 행위를 보호하기도 하고 제한하기도 했다.

먼저, 대구지방법원 판례를 보자. 대구지방법원은 2017년 6월, 지하철역과 전동차 내에서 성경을 읽거나 찬송가를 부르는 방식으로 선교 활동을 한 사람에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벌금 15만 원을 선고했다. 이 사람은 같은 죄목으로 3번이나 재판받은 전력이 있었다. 대구지방법원은 2016년 12월에도 지하철 내에서 전도 활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 벌금 15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헌법 제20조 1항이 보장하는 종교의자유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공공장소 등에서 자신의 종교를 선전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그 교리를 전파하는 것은 선교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지하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선교 활동을 하며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켰고, 그것이 1번에 그친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했으며,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연하게도, 노방전도를 했다고 무조건 처벌받는 건 아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서울역 앞 공간에서 스피커를 사용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전도 활동을 벌여 소란 행위로 기소된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사람의 선교 행위가 기독교의 종교 활동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스피커 음량 크기도 경범죄처벌법의 '인근 소란 행위'로 인정할 정도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결론: 차별금지법이 제정돼도 공공장소에서 "예수님에게만 구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반복해 설명해야 하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반동성애 진영은 차별금지법(혹은 평등법)이 통과된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을 끊임없이 발굴해, '이것이 근거'라고 갖다 붙인다. 그러나 그들이 가져온 해외 사례 역시 따져 보면 차별금지법과는 관계가 없다. 한국에서 그동안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애초에 그런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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