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불교·원불교·가톨릭,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도회

"우리는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이제 국회만 남았다. 국회는 평등에 합류하라!"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하라!"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4대 종단(개신교·불교·원불교·가톨릭) 종교인들의 외침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울려 퍼졌다. 정치권은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 '종교계가 반대해서 어렵다'는 등 '사회적 합의'를 구실로 내세우며 난색을 표해 왔다. 그러나 4대 종단 단체는 "모든 종교인이 그렇지 않다"며 11월 17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도회를 열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압도적 득표로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했는데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종교인 50여 명은 정부·여당에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입법기관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개신교·불교·원불교·가톨릭 4대 종단 성직자·신자들이 11월 1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개신교·불교·원불교·가톨릭 4대 종단 성직자·신자들이 11월 1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여는 발언을 맡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혜실 공동집행위원장은 태어날 때부터 기독교인이었지만 소수자를 차별하는 모습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기독교가 많은 종교를 이단, 미신, 지옥 갈 종교라고 비난했지만 실상은 자신을 지옥 갈 모습으로 만들어 왔다"며 "하나님은 교회라는 건물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우리 안에 있다고 믿는다. 종파·종교의 모양·형식을 떠나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평화와 공존을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기도회는 개신교-불교-원불교-가톨릭 순으로 종파별 20분씩 진행했다. 개신교 기도회는 성소수자 축복식으로 정직 2년을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와 '사랑이 이기네' 등을 작사·작곡한 아티스트 이지음 씨(길찾는교회)가 인도했다. 이들은 차별로 세상을 떠난 성소수자 청년 육우당이 쓴 시조 '낙원가'에 곡조를 붙여 노래하고, '서로 사랑할 것'을 강조하는 요한일서 4장 본문을 읽었다.

기도회에 참석한 모든 이는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샘솟는 힘을 달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마땅히 애써야 할 이들이 두려움에 지지 않고 옳은 일을 위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동환 목사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개신교계 일부 목소리가 과대 대표됐다며, 여당은 두려워하지 말고 조속히 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동환 목사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개신교계 일부 목소리가 과대 대표됐다며, 여당은 두려워하지 말고 조속히 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동환 목사는 개신교가 차별금지법에 제일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펴고 있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과대 대표됐다. 법 제정을 찬성하는 개신교인이 많다. 두려워하지 말고 양심의 소리를 들으라.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 개신교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날까지 앞장서서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몽 스님은 이웃 종교와 함께 기도하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불교는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한다. 많은 이가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고 절망하는데, 하루속히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고 행복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차별당하는 수많은 이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침묵하며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 간절한 기도의 목소리를 보고 듣고 헤아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을 조속히 토론하고 결의하라"고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몽 스님은 차별금지법이 하루속히 제정돼 차별로 고통받는 모든 이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몽 스님은 차별금지법이 하루속히 제정돼 차별로 고통받는 모든 이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원불교 인권위원회 김선명 교무는 "종교인들 목소리에 정부·여당이 응답해 21대 국회 회기 내 반드시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4·15 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분명히 민심을 전달하고 확인해 줬다. 그런데도 누구 눈치를 보기에 법 제정에 소극적인가. 준엄한 민심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겠다. 더불어민주당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을 제정하라"고 말했다.

가톨릭에서는 묵주기도 '고통의 신비'를 바치며 기도회를 진행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안민아 수녀와 정다빈(멜라니아) 신자가 기도문을 반복해 읽으며 기도했다. 가톨릭 신자이자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하늘 씨도 무지개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열에서 함께 기도했다. 그는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하는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하늘 씨는 기도회 후 마무리 발언에서 "나는 3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선 기간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가 "나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은 나중"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차별하는 데 나중이 어디 있나. 하늘은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어떤 마음으로 정치인이 되었는지 처음 마음으로 다시 성찰하라. 성소수자와 그의 가족·친구·지인들이 차별 속에서 겪는 수모와 고통을 덜어 달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이자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하늘 씨가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가톨릭 신자이자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하늘 씨가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4대 종단이 화합해 기도회를 하는 현장에도 이에 훼방을 놓는 이가 있었다. 기도회 10분 전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결사반대'라고 쓴 피켓을 들고 나타난 한 청년은 "회개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라고 소리치며 저주했다. 그는 기도회 중에는 경찰 제지를 받고 소란을 피우지 않았으나 피켓 시위를 하며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기도회가 끝나자 떠나는 사람들 등 뒤로 다시 저주를 퍼부었다.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고 기도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했다. 모든 참석자가 기도 형식이 다른 타 종교 기도회에도 진지하게 참여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서로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며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는 모든 종교의 공통 정신을 확인하며 차별금지법 제정 의지를 다졌다.

기도회 시작 전, 한 청년이 차별금지법 결사 반대를 외치며 나타나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기도회 시작 전, 한 청년이 차별금지법 결사 반대를 외치며 나타나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참가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도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참가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도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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