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105회 총회가 9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를 중심으로 전국 37개 거점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예년처럼 3박 4일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간소화해서 반나절 동안 진행됐다. 회의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역사에 남을 총회였다.

회기마다 주제를 선포하면서 1년 동안의 총회 방향을 결정하는데, 이번 주제는 '주여! 이제 회복하게 하소서'였다. 총회주제연구위원장 전세광 목사는 "연구위원들이 총회 4년간의 주제인 복음의 핵심이 회복이라는 데 공감하고,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주제가 회복이라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총회장으로 추대된 신정호 목사도 개회 예배 설교에서 "교회가 살아야 민족과 세계가 산다는 것은 세계사가 증명한 오래된 역사적 진리"라며, 총대들을 향해 '회복'을 권면했다.

예장통합 105회 총회 키워드는 '회복'이고, 회복의 사전적 의미는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표준국어대사전)이다. 총회는 특정한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며,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그들이 생각하는 '원래의 상태'란 무엇이며, '어떻게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이다. 총회 주제에는 예장통합 총회가 무엇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 가장 중요한 지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마저도 한국교회답다고 생각했다.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어디로, 어떻게?

'주여! 이제 회복하게 하소서'라는 표어를 내건 예장통합 105회 총회가 영등포구 도림교회 예배당을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주여! 이제 회복하게 하소서'라는 표어를 내건 예장통합 105회 총회가 영등포구 도림교회 예배당을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1. 어디로 가야 하죠?
- 'Latte'로

예장통합은 98회 총회부터 105회 총회까지 매년 세습 문제로 다투고 있다. 세습을 '불법'이라고 결의했다가, 조건부로 인정했다가, 다시 연구했다가를 몇 년째 반복해 피로감을 느낄 지경인데, 나는 어떻든 세습이 인정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을 바로잡을 힘과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다. 교인 숫자와 돈을 쥐고 있는 대형 교회들은 오래전부터 총회 위에서 군림했고, 총회는 그들 덕분에 소리칠 수 있었다. 총회부터 시작해 국내외 선교지와 신학교까지 대형 교회들의 후원을 받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 달콤함을 어떻게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 처리 과정을 보면 총회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그들은 1990년대까지 이어져 왔던 교회 성장 시기에 강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 그때를 돌아가야 할 '원래의 상태'로 보고 있는 듯하다. '라떼는 말이야' 교회는 부흥했고, 목사가 하고 싶은 대로 다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교회 위기의 시대, 교단은 대형 교회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려 하고, 성장의 산물인 대형 교회를 모범 삼아 이 위기를 헤쳐 나가려 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예장통합이 내세울 수 있는 서사는 '성장한 교회'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예장통합은 교회 성장의 회복, 부흥의 회복이 아니라 교회 됨의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은 교회의 본질을 고민하고 회복해야 할 때이다. 명성교회는 외부에서 나타난 괴물이 아닌 예장통합의 자화상이다. 교회가 만들어 냈고, 신학교가 교육했고, 총회가 키워 낸 한국교회 그 자체인 셈이다.

"교회는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세상에 물들거나 세상 속에 용해되어서는 안 되고, 오직 복음과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따라 항상 자기 개혁에 힘써야 한다." - <21세기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서> 中

우리는 이 고백을 머리가 아닌 마음에 새기며, 세상 가치에 물들지 않고 복음과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모래 위에 쌓은 집을 과감히 허물고 반석 위에 새롭게 집을 지어야 한다.

2. 어떻게 해야 하죠?
- '느낌 아니까'

예장통합 105회 총회 반동성애 헌의안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여기서 더 떨어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예상했던 선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2017년 동성애자 및 동성애 지지자 신학대학 입학 불허를 시작으로 총회는 매년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결의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종합 세트 같은 느낌이었다.

동성애대책위원회를 특별위원회로 격상하고, 반동성애 교재를 교회학교에 배포하고, 전국 신대원(7곳)에 차별금지법 관련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달라는 등, 총회는 반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총회는 왜 반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저지에 사활을 걸었을까?

교회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교회를 떠나는 사람은 매년 늘고 있고, 교회학교는 쇠퇴하고 있으며, 고령화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역동성을 잃었다. 또한, 교회는 신뢰를 잃어 가고 있으며 각종 사회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 문제는 쏟아지고, 교인들은 이 문제에 대한 응답을 목회자에게 요구하는데, 목사들은 진실한 답을 줄 수 없다. 모르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답은 지금까지 목사가 누려 왔던 많은 것을 포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위기는 교회 내부에서 온 게 아니다', '주님의 일을 하는 곳에서 어떻게 악한 것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 위기는 주의 일을 방해하려는 외부의 공격 때문인 것이다.'

가상의 적을 내세워 공포를 조장하고 내부 결집을 꾀하는 방식은 한국교회의 오랜 전통과 같다. '빨갱이', '종북'을 앞세워 안전에 대한 불안을 심고 그 불안을 신앙으로 극복하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위기에 대해서도, 크고 막연한 공포를 심어 교인들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 타깃이 성소수자이다.

사실 총회는 성소수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을 알고 싶어 하지도, 만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저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 마음대로 정죄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 최면을 걸다 보니, 자신도 깊은 최면에 빠지는 몇몇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은 '성소수자냐, 아니냐'가 아니다. 세를 과시하고 결집할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총회는 허위·왜곡 정보를 만들어 내고, 교수들은 잘못된 정보에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Latte'로 돌아가지 못하는 절망과 직면한 교회 위기의 책임을 성소수자에게 물으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웃을 향한 초대와 사귐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이웃을 희생시키고 있다.

3. 회복?

이번 총회를 보며 내가 내린 결론은 '양심이 없네'였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표준대국어사전)이다.

총회는 '자기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의식' 자체가 사라졌다. 총대 구성부터 시작해 회의 진행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그들만의 잔치'였을 뿐이다.

'주여! 이제 회복하게 하소서'라는 총회의 표어는, 사실 이들이 '회복'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국교회를 이렇게까지 병들게 만든 장본인들이 그대로 리더에 있는데, 어떻게 회복을 말하겠는가. 그들이 진정 회복을 원했다면, 통렬한 자기비판과 성찰의 기도가 나와야 했음이 지당하다.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남 탓만 하는 총회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결국, 망하는 길로 애먼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주님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회개 없는 회복을 부르짖는 105회 총회를 지켜보며, 그들의 위선적인 웃음과 청년·신학생·성소수자·교인들의 눈물이 오버랩되었다. 우리 모두의 안녕과 평화를 빈다.

서총명 / 장신대 신대원 휴학(3년째 1학년), 무지개 퍼포먼스 징계 당사자(6개월 정학),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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