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 주요 장로교단 총회가 열렸다. 예년처럼 총대는 대부분 60대 이상 남성이었다. 교회 구성원을 보면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하게 분포하지만, 리더십에는 한 연령대, 한 성별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청어람ARMC(청어람·오수경 대표)는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여성·청년의 눈으로 돌아본 코로나 시대의 한국교회' 포럼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사회자와 발제자 모두 '여성'으로만 채워진 행사였다.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심경미 목사(블루밍라이프), 김재원 씨(교회 청년), 이지혜 간사(IVF)가 차례로 발제를 맡았다. 발제자들은 모두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가 단지 전광훈 목사를 위시한 일부 세력 때문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전부터 있었지만 외면한 문제들이 차곡차곡 쌓여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시화했다고 전했다.

청어람ARMC는 여성의 눈으로 한국교회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특별 포럼을 개최했다. 청어람 유튜브 영상 갈무리
청어람ARMC는 여성의 눈으로 한국교회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특별 포럼을 개최했다. 청어람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한국 개신교가 진짜 죄송해야 할 것과 갱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김혜령 교수는, 한국교회가 잘못한 세 가지를 △반지성주의를 비롯한 인간 이성에 대한 몰이해 △세속화 시대, 종교에 대한 몰이해 △민주주의 시민사회에 대한 몰이해로 꼽았다.

김 교수는 특히 '기독교 대 비기독교'라는 이원론이 한국교회를 세상과 분리시킨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평생 목회자로 산 60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성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돈을 어떻게 벌고, 여성으로서 비정규직으로서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이들이 한국교회 방향을 결정한다. 성과 속을 적대적으로 양분해 권력을 만들어 낸 교권 세력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경미 목사는 남성들로만 구성된 한국교회 리더십의 구조적 문제가 진작에 교회를 위기로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교회에는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심 목사는 "앞으로 교회 지도자들은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도들과 무엇을 나눌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만의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누구와 함께, 어떻게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심 목사는, 교회에 남아서 변화를 도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너무 답답하다면 새 판을 짜 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작은 소그룹 공동체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새로운 시도가 기성 교회에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쉽지 않은 모험이겠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새로운 공동체 만들기에 도전하는 청년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교회를 20년 넘게 다닌 청년 김재원 씨는 '한국교회 위기가 코로나 때문일까'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씨는 교회를 바라보면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시대 흐름을 놓친 목회자와 직분자들'을 1순위로 꼽았다. 교회를 이끌어 가는 이들이 대학·취업·노동·연애·결혼·육아·문화 그 어떤 분야에서도 발맞추지 못한다는 말이다. 김 씨는 여성 청년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도, 들을 수도 없다고 했다.

김재원 씨는 △학문적 나태함 △무책임한 오지랖 △폐쇄적인 자세와 선민의식 △편의주의적·이원론적 사고 △추상적 표현에 고립 △보수적이고 폐쇄적 가치관의 재생산 등이 교회를 뒤처지게 만든다고 했다.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교회는 사회에서 고립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게 해야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간사는 '전광훈 너머,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간사 역시 현장에서 볼 때 젊은 여성의 교회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더십 사이에서 여성의 삶에 대한 무지, 매우 낮은 성 인지 감수성이 여성들을 교회에서 떠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성 교회가 전광훈과 선을 긋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일 이상으로 구체적 변화가 일어나야 다시 여성 청년들의 눈을 교회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기성 교회 리더십이 후배들이 다양한 신앙적 삶을 볼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더 많이 열어 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여성·청년·성소수자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그 공간을 통해 다양한 사람이 서로 다른 신앙의 모습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제자들은 한국교회 위기가 전광훈 목사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외면한 것들이 이번 기회에 드러났다고 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발제자들은 한국교회 위기가 전광훈 목사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외면한 것들이 이번 기회에 드러났다고 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녹화 후 송출 형식으로 진행한 발제와 달리, 네 명이 모두 참여한 토론은 9월 27일 유튜브에서 생중계했다. 청어람ARMC 오수경 대표는 발제자들에게 한국교회 전망과 앞으로의 역할을 물었다. 이들은 모두 현실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그런데도 개신교인들이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지혜 간사는 무엇보다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간사는 "우리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은데 기독교 안의 언어만으로는 생각의 확장이 빈약한 것 같다. 코로나19로 촉발된 환경·생태 문제를 교회가 좀 더 다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심경미 목사는 리더십이 바뀌지 않는 한 교회가 지금의 모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각성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알고 성찰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했다. 심 목사는 "그동안 나는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고 하면서도 죄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크리스천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세우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기독교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교회가 도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혜령 교수는 지역 교회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한국교회는 자본주의처럼 대형화·독점화를 성공한 것처럼 떠받들어 왔는데,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비록 소규모 지역 교회는 대형 교회가 주는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누릴 수 없더라도, 사람을 만나고 약자를 만날 수 있다.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지닌 사람들만 모이는 게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씨도 한국교회가 앞으로 지역 교회 중심으로 재편되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대형 교회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 속에서 폭력을 느끼는 존재가 분명히 있다. 교인들도 목회자 권위에 기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목회자 역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연구자의 자세로 공동체와 함께하면 좋겠다. 나 혼자 잘 살고 살아남는 게 아닌, 서로가 서로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청년의 눈으로 돌아본 코로나 시대의 한국교회' 특별 포럼 영상 바로 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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