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크리스천투데이> 기사가 '가짜 뉴스'였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크리스천투데이>는 2018년 12월, 3번에 걸쳐 재단법인 한빛누리(김형국 이사장)에 탈세 의혹이 있다고 썼다. 기사 내용은 허위였고, 법원은 3심까지 일관되게 정정 보도 및 손해배상 3500만 원을 선고했다. 현재 <크리스천투데이> 기사 하단에는 한빛누리가 탈세한 사실이 없는 게 밝혀져 내용을 바로잡는다는 정정 보도문이 게재돼 있다.

세상에 완벽한 존재가 없듯 언론사도 오보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천투데이> 기사는 질이 나쁘다. 이들은 공익법인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의혹을 시리즈로 발행하면서도, 한빛누리 입장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의 취재 과정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이 기자는 보도 전 한빛누리 이사장 김형국 목사 비서에게 전화했으나, 무슨 이유로 취재하려 하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비서가 서면으로 질의하라고 했지만, 그 후로 질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사에는 마치 김 목사가 인터뷰를 회피한 것처럼 썼다.

실수로 낸 오보라고 보기 힘들다. 이런 짓은 기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가장 악질적인 행태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자기 의도에 맞춰 팩트를 조작하고 당사자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비방당하는 당사자가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고의적인 인격 살인과 같다. 독자들의 알 권리를 내세울지 모르나 실제로는 독자들도 기만하는 짓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도 월급 받는 기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해 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자기 의도를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사람은 기자가 아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건 그 '의도'다. 한빛누리에 대한 <크리스천투데이>의 악의적 기사들은 한 겹만 까 봐도 의도가 명확하게 보인다. <크리스천투데이>가 이 기사들을 쓴 시점은 <뉴스앤조이>가 장재형(David Jang)과 유관 단체들에 대한 기획 기사를 보도할 때였다. <크리스천투데이>가 한빛누리를 공격한 이유는 한빛누리에 진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장재형 재림주 의혹을 제기하는 메신저, <뉴스앤조이>에 흠집을 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이는 기사 제목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기사마다 한빛누리를 '뉴스앤조이 돈줄'이라고 표현했다. 법원은 이를 '저급한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장재형을 비판하면 <크리스천투데이>가 공격해 온다'는 것은 공식에 가깝다. <뉴스앤조이>만 겪은 일이 아니다. 장재형의 이단성을 밝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 이대위원장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의 경우, 그간 <크리스천투데이>에게 숱한 공격을 받았다. 아마 누구라도 장재형 재림주 의혹을 제기한다면, 그는 <크리스천투데이>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장재형이 설립자일 뿐 이제 자신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 의아하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 없는 이슈도 만들어서 덮는다. 일본에서 장재형 재림주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장재형 측 간사가 '선생님' 지시라며 일본 <크리스천투데이>에 전달한 내용이 딱 이와 같다. 그 간사는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 대한 음모론을 퍼뜨리라며, "이 일을 잘 뭉개라", "가장 중요한 건 속도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고 전달했다. 장재형은 세계 곳곳에 언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장재형은 종종 "언론은 나를 지키는 방패"라고 말했다고 한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장재형의 방패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가 십수 년에 걸쳐 <크리스천투데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보도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은 권력을 얻기 쉬운 도구다. 주류 입장을 대변해 주면 어느새 주류의 권력을 함께 누리게 된다. <크리스천투데이>는 평소 대형 교회 및 보수·극우 개신교를 닥치는 대로 편들었고, 그 때문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확보했다. 한편으로는 꾸준히 장재형을 홍보하고 방어했다. <크리스천투데이>가 존재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크리스천투데이>가 <뉴스앤조이> 비방에 폭주하던 2018년 연말, 칼럼을 하나 썼다. 여기에서 "아무리 진실이 뭔지 관심 없다 해도, 언론사 입장에서 비판 기사를 쓰며 당사자의 입장을 듣지 않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큰 모험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리스크를 안고 가면서까지 이뤄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썼다. 위험부담이 너무 큰 모험의 결과는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 3500만 원이었다.

그러면 이런 결과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뤄야 할 목표는 달성했을까. 사실 <크리스천투데이>에게는 몇 년 후 받게 될 손해배상금보다, 당시 '장재형 재림주' 이슈를 잠재울 몇 주간의 시간을 버는 게 중요했을 것이다. 날조한 기사들로 <뉴스앤조이>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던 사람들 눈이 뒤집혔으니 성공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얼마 전 나온 <크리스천투데이> 설립 20주년 영상에는 보수 교계 지도자들이 줄줄이 등장해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걸 보면 실제로 <크리스천투데이>가 받은 타격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들에게 진짜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독자들의 분별력밖에 없을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꾸준히 재림주 의혹을 받아 온 장재형과 관련한 단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입맛에 맞다고 해도 불량 식품을 먹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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