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빛누리(김형국 이사장)가 수십억 원대 탈세를 저지른 것처럼 몰아가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 3500만 원 판결을 받은 <크리스천투데이>. 언론사가 명예훼손으로 3500만 원이라는 큰 액수를 배상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크리스천투데이>가 한빛누리와 소송에서 진 이유 중 하나는, 취재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기사를 쓴 이대웅 기자는 보도를 앞두고 한빛누리에 "세금을 냈느냐"고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비판 기사를 연속으로 쓴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김형국에게 어떠한 내용에 대한 인터뷰인지 밝히지도 않은 채 고압적 태도로 인터뷰 요청만을 형식적으로 했고, 김형국 비서의 요청에 따른 서면 질의도 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증여세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국 또는 감사 보고서를 작성한 회계 법인 등에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고들이 원고 측에 증여세 납부 여부를 물어보기만 했어도 이런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왜 이런 기본도 지키지 않았을까. 6월 26일 법정에 출석한 이대웅 기자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한빛누리가 서류를 은닉하거나 조작할 수도 있어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대웅 기자의 당사자신문 내용을 토대로, <크리스천투데이>가 어떻게 한빛누리를 '탈세 단체'로 몰아갔는지 알아보자.

<크리스천투데이>는 한빛누리에 "세금 냈느냐"는 질문 자체를 한 적이 없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인터뷰 가능하냐"는 전화가 전부
서면 질의하라는 요청도 무시

법정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는 한빛누리에 대한 첫 기사 "'뉴스앤조이 돈줄' 한빛누리, 거액 탈세 의혹"을 보도하기 5일 전, 김형국 목사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취재 내용은 한빛누리에 부정적인 것이다"고만 얘기하고, 취재 사안이 무엇인지 알리지 않았다. 김 목사 비서가 "서면으로 질의하라"고 했지만 그는 질문지를 보내지도 않았다.

일반적으로 언론이 어떤 인물이나 단체에 중대한 의혹을 제기할 때에는 당사자 입장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취재 대상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취해도 취재 대상이 끝까지 인터뷰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빛누리 건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이후 <크리스천투데이>는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며칠 시간이 있었는데도, 한빛누리 측 입장을 듣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히려 첫 번째 기사 하단에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한 것처럼 표기했다.

"본지는 사실 확인과 해명 또는 반론을 듣기 위해 정림건축 설립자의 아들이자 현 최대 주주, 한빛누리재단 이사장 김형국 목사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김 목사 측은 '한빛누리에는 부정적인 문제가 없다. 혹 문제가 있으면 지적해 달라'며 '단 사실관계가 다르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히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본지는 한빛누리재단과 김형국 목사가 반론을 요청할 경우 게재할 계획이다."

그러나 <크리스천투데이>는 사안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김형국 목사는 인터뷰를 사양한 적도 없다. 더 황당한 점은 마치 한빛누리와 김 목사가 인터뷰를 회피한 것처럼 보이게 써 놓고, 법정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한빛누리가 탈세 의혹을 시인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썼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애초에 한빛누리는 <크리스천투데이>가 탈세 의혹을 쓴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의혹을 시인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이대웅 기자 신문에서도 한빛누리 측 대리인은 이 부분을 지적했다.

한빛누리: 기사 말미에 한빛누리가 인터뷰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쓴 이유로 "원고가 시인한 제1기사 내용 관련해 '원고가 시인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독자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썼다"고 했는데, 피고는 원고 측에 제1기사 관련 내용을 알려 준 적이 없나.

이대웅: 그렇다.

한빛누리: 알려 준 적이 없으니 기사 나오기 전에는 그 내용을 원고가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었던 것 아닌가.

이대웅: 보도를 보고 보통은 연락한다.

한빛누리: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것은 피고가 제1기사 내용에 쓴 건데, 기사 내용에 대해 원고 재단이 시인한 적 없었다는 것을 써 주는 취지였다고 아까 진술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원고 쪽에서는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대웅 기자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에 아마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기사는 형식적 전화도 안 해
"물어본다고 대답할 거란 기대 없었다
인터뷰 내용 알려 주면 은폐·조작 우려"

<크리스천투데이>는 두 번째 기사 "'뉴스앤조이 돈줄' 한빛누리, 이번엔 부동산 매각 대금 탈세 의혹"에서, 한빛누리가 부동산 매각 대금을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이것이 목적 사업에 해당하는지 의심하면서, 만일 '단기 금융 상품 투자'가 목적 사업에 해당되지 않으면 증여세를 내야 하고, 세금을 내지 않았으면 탈세에 해당하고, 세무조사까지 받아야 한다는 전개로 구성됐다.

거꾸로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한 것이 한빛누리 목적 사업에 해당한다면, 이어지는 '증여세 → 탈세 → 세무조사'는 모두 엉터리가 된다. 실제로 한빛누리 투자는 목적 사업의 일환이었고, 법원도 연 3%대 이자 수익을 내 목적 사업에 쓰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법정에서 한빛누리 대리인은 기사를 이렇게 쓴 이유를 물었다.

한빛누리: 그것을 알고 싶었으면 한빛누리에 물어보지, 왜 안 물어봤나. 그게 어려운 일이었나.

이대웅: 우리는 물어보려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빛누리: 두 번째 기사 관련해서는 아예 인터뷰 요청을 안 하지 않았나.

이대웅: 그것은 첫 보도가 나가고 난 뒤에도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않았고, 우리가 추가로 물어본다고 해서 답할 거라는 기대가 전혀 없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두 번째 기사를 내면서는 아예 형식적으로도 한빛누리에 연락하지 않았다. 첫 기사를 보도하기 전에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으면서 "추가로 물어본다고 답할 거라는 기대가 없었다"고 말한 것이다.

재판부 판단은 명확했다. "원고가 보유한 단기 금융 상품에 대한 사용처 등에 추가적인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들은 아무런 확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원고가 이미 인터뷰를 거부했기에 후속 보도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거절할 게 명백해 인터뷰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나, 앞선 인터뷰 요청이 명분을 쌓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그친 정황은 앞서 본 것과 같아 피고의 변명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다"고 적시했다.

<크리스천투데이> 취재 방식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판사도 의아했는지 이대웅 기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기자는 판사에게, 한빛누리가 관련 서류를 숨기거나 조작할까 봐 구체적인 인터뷰 내용을 알려 주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폈다.

재판장: 다른 기사 작성할 때도 인터뷰이에게 그냥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는가.

이대웅: 그런 경우도 가끔씩 있다. 그리고 다짜고짜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경우도 있다.

재판장: 그러면 찾아갔을 때도 어떤 주제라는 것은 이야기하나.

이대웅: 찾아가서 만나면 바로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다.

재판장: 그러면 인터뷰이들은 피고가 그냥 "만납시다. 인터뷰합시다"고 하면 (주제가) 뭐냐고 안 물어보는가.

이대웅: 대부분 왜 물어보는지 알기 때문에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안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재판장: 물어보는 경우에는 뭐라고 대답하는가.

이대웅: 물어봤을 때는 그대로 대답한다.

재판장: '그대로'가 무슨 뜻인가.

이대웅: 인터뷰 주제를 말한다.

재판장: 이 경우(한빛누리)에는 왜 그런 과정을 안 거쳤나.

이대웅: 이것을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서류상으로는 의혹이 너무 많고 뭔가 숨기려고 했던 흔적들이 보였기 때문에 '만나려는 사이에 또 무슨 일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었다.

법원은 <크리스천투데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증여세 납부 여부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들로서 공적인 세금 관련 서류들을 조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실제 증여세를 이미 납부한 원고로서는 은닉하거나 조작할 서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재판 과정에서, 한빛누리가 납세 자료를 조작 내지는 은닉할지 몰라 인터뷰 내용을 알려 주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관계 확인과 반론 청취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3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회계사·세무사로 구성했다던 TF팀
"취재원 보호상 신원 밝힐 수 없다"
공식 리포트 있나 물으니
"해킹당할까 봐 안 만들었다"

<크리스천투데이>의 한빛누리 비판 기사에는 'TF팀'이 등장한다. 이대웅 기자는 기사에서 세무사와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TF팀이 있다고 했다. 이들이 한빛누리와 정림건축의 공시 자료를 분석하고 대조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크로스 체킹을 했다고 강조하며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려 했다.

기사 내용 대부분이 허위이기 때문에, 전문가로 이뤄진 TF팀이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재판장이 "그분들의 인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힐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이대웅 기자는 "세무사 두 명과 S법인에서 7~8년 일한 회계사"라는 정도로만 말했다. <크리스천투데이> 측 대리인들은 "TF팀도 취재원에 해당하며, 신문 윤리 실천 요강 제5조 4항과 5항에 따라 취재원의 신원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TF팀은 한빛누리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대웅 기자는 "TF팀을 내가 따로따로 만났고, 주로 전화로 검토 내용을 주고받았다"고만 했다. 왜 문서를 남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대웅 기자는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한빛누리: TF로부터 검토 결과에 대한 보고서, 리포트, 메모 등 서면으로 검토 결과를 받아 봤나.

이대웅: 문서로 만들지는 않았다. 보안 문제 때문이다.

한빛누리: 어떤 보안 문제가 있나.

이대웅: 어디로든 새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해킹당할 수도 있고.

한빛누리: TF에서 검토한 결과에 대한 서면이나 이메일 자료는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나.

이대웅: SNS로 대화한 것은 있다.

보통 언론사는 의혹을 제기할 경우 상대방이 소송을 걸어올 것을 대비해 증거를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확보한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이렇게 큰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TF까지 활용했지만, '해킹' 우려 때문에 문서 한 장 남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의 보도 목적이 무엇인지는 그들이 쓴 기사 제목만 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한편 이들은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추가 보도를 하겠다고 써 놨지만, 이대웅 기자는 법정에서 "이 소송 때문에 추가 보도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투데이 홈페이지 갈무리

당시 기사를 보도한 시점은 <크리스천투데이>가 <뉴스앤조이>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이들이 갑자기 한빛누리를 파고든 이유도, 어떻게든 <뉴스앤조이>를 비난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제목마다 '뉴스앤조이 돈줄'이라는 저급한 표현을 쓴 이유다. 결과적으로 기사 내용은 모두 허위였다. 이런 가짜 뉴스가 어떤 영향을 불러오는지는 <크리스천투데이>도 알고 있다.

한빛누리: 피고는 준비서면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탈세 의혹은 그 사안이 결코 작지 않고, 이런 사실을 섣불리 기사화하였다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 훨씬 큰 역풍을 맞을 염려가 있다'고 했는데.

이대웅: 우리가 보도한 대로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다.

한빛누리: 어떤 역풍을 걱정한 건가.

이대웅: 신뢰도가 하락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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