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5 선거는 체제를 선택하는 선거인 것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중략)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거 이후의 포부를 말하면서 제시한 것들은 다 사회주의 정책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악전고투하면서 여기까지 발전시켜 온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체제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체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홍정길 목사가 2월 12일 '말씀과순명' 기도회에서 한 이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한국교회 복음주의 원로인 홍 목사가, 극단으로 치우친 자들과 다르지 않게 현 정치 상황을 읽었기 때문이다. 홍 목사 발언으로 극우 세력은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인영 원내대표의 말로 '이번 총선은 체제 선택 선거'라는 프레임을 만든 사람은 홍정길 목사가 최초는 아니다. 홍 목사가 발언하기 며칠 전부터 유튜브에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 중 일부만 왜곡해, 그가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한국교회를 겨냥한 것이라고 확대해석한 콘텐츠가 수두룩했다.

개신교 커뮤니티 안에서 허위·왜곡·과정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일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 가짜 뉴스로 판명된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유포하거나, 합리적 근거도 없이 무작정 현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는 식이다. 이 모든 내용은 결국 공산주의·사회주의, 즉 '체제 선택 선거'로 귀결된다.

기독자유통일당 홍보 영상에 출연한 이용규 목사는
기독자유통일당 홍보 영상에 출연한 이용규 목사는 "기독자유통일당은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확실하게 지킬 정당"이라고 말했다. 기독자유통일당TV 동영상 갈무리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동성애 설교 못 해"
허위 정보 판명 난 내용 계속 유포

교계 반동성애 진영은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는 정당은 교회를 탄압하는 곳이라는 프레임을 만든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목사가 설교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길에서 동성애가 죄라고 말만 해도 잡혀 갈 것이라는 가짜 뉴스를 계속 유포한다.

몇몇 반동성애 운동가는 정치권 진출도 꾀하고 있다.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박은희 대표(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는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기독자유통일당은 정당 중 유일하게 공약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내걸었다. 반동성애 단체들은 잇따라 기독자유통일당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차별금지법으로 보수 정당에 대한 투표를 유도하는 데는 온갖 비상식적 주장이 동원된다. 반동성애 진영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은 4월 10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충격! 조계종,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 압박'이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염 원장은 동영상에서 불교가 차별금지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격전지가 많은 수도권에 출마한 불자 국회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호명했다.

염안섭 원장은 "불교의 영향을 직접 받는 분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차별금지법을 막는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가 차별금지법을 막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종교를 차별해서가 아니고 차별금지법을 막는 노력을 투표로 보여 주기 위해 기도하고 기회를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염 원장의 이런 행위는 결국 민주당 의원 낙선 운동과 다를 바 없다.

2019년 동성애 퀴어 축제 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이었으며 '안티 페미니즘'을 표방한 바른여성인권연합 김정희 공동대표가 대표로 있는 '에덴크리에이터즈'는, 총선을 앞두고 연일 차별금지법 비방에 열을 올린다. 에덴크리에이터즈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2019년 3월 이후로 1년간 아무 활동이 없다가 갑자기 올해 3월 20일부터 차별금지법 관련 허위·왜곡·과장 정보를 웹툰 형식으로 만들어 게시하고 있다.

에덴크리에이터즈가 최근 올린 차별금지법 관련 게시물은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동성애 교육 거부하면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 "차별금지법 통과되면? 노방 전도하면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 "성경대로 설교하는 것이 차별이고 혐오라고요?"라는 제목이다.

에덴크리에이터즈는 차별금지법을 왜곡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에덴크리에이터즈 페이스북 갈무리
에덴크리에이터즈는 차별금지법을 왜곡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에덴크리에이터즈 페이스북 갈무리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했을 때 감옥 간다'는 표현은 대표적인 반동성애 가짜 뉴스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2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만 해도 형사처벌된다"는 류의 반동성애 진영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심상정 의원에 대한 가짜 뉴스도 계속 퍼진다. 차별금지법을 21대 국회 1호 공약으로 내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올해 1월 지역구 목회자들과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기독일보>와 <크리스천투데이>는 여기서 나온 심 의원 발언을,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하면 처벌받는다는 식으로 왜곡 보도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이 밝혀지자 두 언론사는 기사를 정정·삭제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했을 때 처벌받는다고 심상정 의원이 말했다'는 허위 정보는 지금도 소셜미디어를 떠돈다. 4월 9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기독교인이 꼭 알아야 하는 차별금지법 상식'이라는 영상에 보면 "'목사가 설교 강단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했을 때 처벌받느냐'는 질문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네, 처벌받죠'라고 대답했다"고 말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김종준 총회장) 반기독교세력대응위원회(이성화 위원장)는 3월 초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해서는 4월 15일 총선에서 현명하게 투표해야 한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체로 남느냐! 사회주의 체제로 가느냐!'의 심각한 기로에 놓여 있다. 4·15 총선에서 우리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내용이 담긴 홍보물을 교단 소속 전국 교회에 발송했다. 역시 차별금지법에 대한 허위 정보를 토대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내용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태영 총회장)에서 동성애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교단 내 반동성애 기류 형성에 앞장선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3월 29일 설교에서 "동성애를 반대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편에 표를 던지기 바란다. (중략)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반대하고 자유민주주의로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쪽에 표를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정부 물어뜯기 바쁜 목사들

코로나19도 선거에 이용된다. 이들은 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교회를 탄압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교회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측이다. 그러나 일부 목사는 계속 이런 메시지를 교인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부총회장 박병화 목사(상동21세기교회)는 3월 29일 설교에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는 정부에 대하여 국민의 실망·절망·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것을 우리들이 몸소 겪었다. 중국의 입국을 막아 달라고 온 국민이 아우성쳤지만 정부는 끝내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정부가 교회를 전염병의 온상인 것처럼 취급했다고 전하며 "죽음이 우리 앞을 가로막아도 예배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 단골 강사인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는 4월 5일 주일예배 설교 '코로나19는 종말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종교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목사는 "교회가 무슨 전염병의 온상인 것처럼 말한다. 이게 종교 탄압이다. 일주일에 한 번 예배한 게 무슨 '강행'이냐. 그러면 지하철도 운행 강행, 공무원도 업무 강행, 식당도 영업 강행이냐. 처음부터 공항을 막았으면 이렇게 안 됐는데 그때 안 막고 교회 예배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에덴크리에이터즈 역시 코로나19 관련한 정부 방역 지침을 종교 탄압으로 묘사했다.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집회를 강행해 추가로 확진자가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게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종교 탄압법이라며 반대 의견을 남겨 달라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올린 이 개정안은 일부 보수 개신교인의 반발로 4월 1일 철회됐다.

기독자유통일당은 계속해서 이번 선거를 두고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에서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자유통일당은 계속해서 이번 선거를 두고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에서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일부 목사들 주장처럼 중국과 국경을 폐쇄했으면 한국은 코로나19 안전지대가 될 수 있었을까. 이 부분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강경하게 국경 폐쇄를 주장한 대한의사협회와 달리, 일부 감염병 전문가는 국경 폐쇄는 이미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를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초기 대응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현재 한국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로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외신은 한국이 유럽 및 미주 국가들처럼 통제 전략을 쓰지 않고도 빠른 검사, 투명한 정보 공개 등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현 정부가 맘에 들지 않는 목사들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현장 예배를 당분간 중단해 달라는 정부 권고를 '교회 탄압'이라고 하는 건 한국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다. 프랑스·독일·스위스 등 개신교의 발원지나 한국교회 선교 통로가 된 미국도 대부분 교회가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하며 현장 예배를 당분간 멈췄다. 극소수의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을 제외하고는 정부 방침에 따르고 있다. 한국처럼 대형 교단이나 연합 기관이 정부에 '교회 탄압'이라고 맞서는 일은 없었다.

선명한 이분법 속
현 정부와 여당은 '공산주의'
보수 정당은 '자유민주주의'

차별금지법과 코로나19.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것들이 일부 개신교인에게는 '공산주의'로 가는 발판이 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기독교의 진리를 말할 수 없어 교회 탄압, 코로나19 확산을 빌미로 예배를 막아 교회 탄압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된다. 이런 논리 속에서는 현 정부와 집권 여당 내지 진보 정당은 '공산주의', 보수 정당은 '자유민주주의'가 된다.

치유 집회로 유명한 손기철 장로(헤븐리터치센터)는 3월 31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역사적으로 실패해 왔던 이념이 온 나라를 휘젓고 있다. 그것을 추종하는 자들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역사적으로 차선으로 입증된 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하면서도 현실의 문제점만 지적하면서 실현될 수 없는 이념적 평등과 정의와 공평을 주장하고 있다. (중략) 하나님의 예배와 말씀과 주권적 은혜를 부정하는 이념·체제·사상을 분명히 직시하고 분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대놓고 공산주의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으로 기독자유통일당 지지를 호소하는 목회자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부총회장과 미래목회포럼 대표를 역임한 박경배 목사(송촌장로교회)는 4월 7일 "코로나보다 더 무섭고 신천지보다 더 지독한…?"이라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박경배 목사는 영상에서, 2월 9일 설교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4·15 총선은 국가 체제, 교회 존폐와 관련해 중요한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총선 이후에 종교·언론이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공산주의로 가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본다. 공산주의는 코로나보다 신천지보다 더 무서운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발 코로나19 감염은 세어 보니 약 180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교회가 코로나19 온상인 것처럼 말한다. 교회가 이렇게 무시를 당하고 있는데, 기독교인 표가 하나 되지 못하면 안 된다. 교회를 대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기독자유통일당이 원내 진출해야 한다. 지역구는 2번, 비례대표는 19번을 적극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기독자유통일당 정책부위원장 박성제 변호사는 4월 6일 한 매체에 출연해 기독자유통일당에 표를 던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기독자유통일당 정책부위원장 박성제 변호사는 4월 6일 한 매체에 출연해 기독자유통일당에 표를 던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기독자유통일당은 선명하게 이번 총선을 '체제 선택 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비례정당 투표에서 미래한국당 대신 기독자유통일당에 투표해야 '좌파'의 의석을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책부위원장을 맡은 박성제 변호사(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는 한 인터넷 매체에 출연해 "기독자유통일당이 3%를 획득하면 보수 우파는 2석이 증가해 총 18석을 획득하는데, 미래한국당에 몰표를 줄 경우 16석에 그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성제 변호사 주장은 '우파가 승리하는 법'이라는 긴 메시지로 만들어져 개신교인들이 모인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된다. 개신교인들은 "이번에 보수가 지면 나라가 망하니 지역구는 미래통합당 비례 정당은 19번 기독자유통일당을 찍어서 사표가 없이 보수가 승리해 이 나라가 잘 살도록 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이 메시지를 각종 단체 채팅방에 퍼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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