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21대 총선을 맞아 그리스도인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해야 하는지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노동 △경제 △환경 △평화 △교육 다섯 분야를 선정해, 각 분야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기독교인들을 만났습니다. 기독교인은 각 분야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며, 이를 정책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어떤 정당이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편집자 주
조성훈 간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소외된 이웃까지 보듬을 수 있는 경제정책에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조성훈 간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소외된 이웃까지 보듬을 수 있는 경제정책에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일부 극우 개신교인 사이에서는 마스크 5부제도 '사회주의 실험'이라는 주장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떠돈다. 한 기독교인 기업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역시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현 정부가 사회주의 정책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신교인 중에는 유독 개혁적인 경제정책에 반감을 갖는 이가 많다. 시장경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대한민국에서, 기득권층의 눈에 거슬리는 정책은 바로 공산주의·반자본주의라고 낙인찍힌다. 이번 총선에도 케케묵은 이념 프레임을 들고 나온 정당이 한둘이 아니다. 기독자유통일당은 아예 대놓고 현 정부가 공산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한다고 비난에 열을 올린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정책팀 조성훈 간사(35)는 이런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극우 성향 개신교인들이 세부적인 경제정책은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맹목적 비난을 일삼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거대 양당이 내놓은 경제 분야 공약을 보면 서로 비슷한데도, 고정관념에 의지해 특정 정당만 비난한다는 것이다. 조 간사는 "교계 원로 목사들이 나와서, '기독자유통일당이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말하더라. 정말 목사라고 할 수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기독자유통일당이 공산주의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하는 '토지공개념'도 오해가 크다. 조 간사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면 토지를 다 몰수해 국유화한다고 주장하는데, 일어나지 않을 가장 극단적인 이야기를 끌어와 선동하는 말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가 투기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기 집을 갖고 그 안에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지금은 부동산이 재산 증식, 일확천금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부작용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개신교인이 개혁적 경제정책에 반감을 갖는 이유는 자본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성훈 간사는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나와 내가 속한 집단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에 가깝다. 나보다 어려운 계층의 처지를 제대로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자본주의는 서로 자유롭게 경쟁하되 시스템에서 낙오되는 사람들까지도 함께 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좀 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가 통하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스도인은 생명을 귀히 여기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북한과 소수자를 혐오하고 억압하는 등 극우적 사고방식을 대변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자고 하는데, 개신교인들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그럴 힘이 있다면 소외받는 이웃을 돌보는 일에 써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현 정권은 '공산주의' 정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광화문 집회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현 정권은 '공산주의' 정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번 총선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떤 경제정책을 눈여겨봐야 할까. 조성훈 간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인간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셨고 어떤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셨는지 생각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정치 세력이 어느 정당인지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는 역시 소외된 이웃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경제정책들이다.

조성훈 간사는 '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경제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투표는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기본 수단이다. 내 삶에서 더 나아가 내가 속한 공동체와 사회, 특히 나보다 어려운 이웃의 삶을 어떻게 개선하고 더불어 살지 고민하면서, 그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후보와 정당에 투표하면 좋겠다. 언론, 공보물, 경실련 자료 등을 잘 분별해 예수님께서 구현하고자 하셨던 가치와 정신이 잘 녹아드는 21대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했다.

별다른 차이점 없는 거대 양당
경제민주화 의지 높은 정의당
부동산 투기 잡겠다는 민생당
자영업자에 초점 맞춘 국민의당
여성 맞춤 공약 제시한 여성의당

이번 총선을 앞두고 경실련은 각 정당이 내놓은 경제정책들을 비교·분석했다. 거대 양당만 놓고 보면 눈에 띄게 차이 나는 공약은 많지 않다. 개혁 세력을 표방한 더불어민주당은 '재벌 체제 유지 및 출자 자율화', '재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 주기', '법인 종부세율 인상', '인터넷 전문 은행 대주주 자격 완화'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립'을 표방했다. 미래통합당은 '반대' 의견을 냈지만, 현실적으로는 양당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 양당이 재벌 눈치를 보는 사이 조금 더 진보적인 정의당이 경제민주화를 위해 한발 나아간 정책을 제시했다. 정의당은 △재벌 체제 유지 및 출자 자율화 반대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 규제 △인터넷 은행 대주주 자격 완화 반대 △프랜차이즈 가맹·대리점주 집단 교섭권 보장 △가상통화 거래 수익 과세 등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좋은 공약이긴 하지만, 정의당이 소수 정당으로 있는 한 실현 가능성은 낮다.

민생당은 공약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주택을 많이 보유할수록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누진적 종부세'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2주택 가구는 3%, 3주택 가구는 6%, 4주택 가구는 9%로 세율을 높이는 식이다. 또한 임대 사업자에게 지방세·양도소득세·종부세 등 주택 관련 과세의 특례를 일정 유예기간 이후 폐지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국민의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유리한 '혁신 주도 정책'을 내놨다. 최저임금을 소상공업과 중소기업 업종 특성, 노동자의 숙련도, 지역별 특성에 맞게 다원화하고, 현재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끝날 때까지 동결하겠다고 했다. 또 소상공인 상권 보호 구역을 설치해 구역별로 육성 업종을 지정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총선에 처음 도전하는 여성의당은 여성 맞춤 공약을 내놨다. 여성의당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 임금 차별, 고용 차별 등을 해소하기 위해 1인 여성 가구 혹은 여성 가장 가구에 한해 주택·생활 등 실질적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비혼 여성 공동체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국가가 저금리 대출 제도를 지원하는 안을 제시했다.

경실련은 유권자가 각 정당 정책을 한눈에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당 선택 도우미'를 준비했다. △국회의원 수 △정부 형태 △친재벌 성향 △노동자 기준 △사립대 등록금 수준 △공공 병원 신설 △주택 임대료 인상률 제한 △대북 제재 완화 여부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규모 등에 답하면 자신의 정치 성향과 맞는 정당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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