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목사 1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맞아, 교회들에 각별히 공직선거법 준수에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목사 1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맞아, 교회들에 각별히 공직선거법 준수에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개신교 시민단체 사단법인 평화나무(김용민 이사장)가 목회자 1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용민 이사장은 3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목사가 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발언을 하고 있으며, 악의적이라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교회와 목회자의 불법적 정치 개입과 선거법 위반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평화나무 공언대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이들에 대해 선관위 신고 및 경찰 고발을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나무가 공개한 이들은 최근 전국 소속 교회에 차별금지법 관련 유인물을 돌려 논란이 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 김종준 목사와 반기독교세력대응위원장 이성화 목사를 비롯해, 문재인 퇴진 집회나 교회 설교 등에서 극우적 발언을 해 온 이은재 목사(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변인), 정동수 목사(사랑침례교회),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 김성일 목사(광명한소망교회), 박경배 목사(송촌장로교회), 허남길 목사(양산온누리교회), 김진홍 목사(동두천두레교회), 고병찬 목사(운정참존교회), 이한의 목사(부산은항교회)로 총 12명이다.

이들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특정 정당 세력이 과반을 차지하면,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동성애를 비판하지 못하게 되거나 '토지공개념' 등 사회주의 정책이 확산할 것이라며 부정확한 정보를 유통했다고 평화나무는 밝혔다.

김용민 이사장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죄를 죄라고 말하는 신실한 성도들과 목사들이 처벌받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남느냐 사회주의 체제로 가느냐 심각한 기로에 놓여 있다. 4·15 총선에서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예장합동 반기독교세력대응위원회 홍보물도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총회장 명의로 공식 조직을 이용해 특정 정당, 정치 세력을 지칭하기에 충분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전국 소속 교회에 공문과 함께 배포한 행위는 명백히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했다. "최근 부산시선관위가 '친일파 없는 국회 만들기 운동'을 펼친 부산시 시민단체들의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친일파' 등의 표현이 특정 정당을 연상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다. 이를 봐도 김종준 총회장과 이성화 목사의 행위는 더욱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일부 목회자가 퍼뜨리는 말들이, 교회 강단으로 들어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언어를 답습하지 말고 사실관계를 충실히 확인한 후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용민 이사장은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일부 목회자가 퍼뜨리는 말들이, 교회 강단으로 들어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언어를 답습하지 말고 사실관계를 충실히 확인한 후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다른 목사들은 설교나 집회에서 특정 정당 지지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해 왔다. 이은재 목사는 지난해 11월 광화문 집회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김일성이 만든 당이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면 공산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여러분! 내가 '더불어' 외치면 '공산당'이라고 외쳐 달라. 이번 4·15 선거에 절대로 민주당이 공산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달라"고 발언한 바 있다.

심하보 목사는 올해 2월 광주에서 열린 전광훈 목사 초청 대회에서 "4월 15일 투표 같은 것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이쪽이 좋아서 그를 밀어 준 게 아니라 저쪽이 싫어서 여태까지 밀어 줬다. 그런데 출구가 생겼다. 그게 무슨 당이지? 왜 (말을) 못하냐면 선거법에 걸릴까 봐. 이렇게 출구가 생겼으니 열린 문을 놓고도 딴 데서 방황하면 안 되는 것이다"고 발언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심 목사 발언이 전광훈 목사가 깊이 관여했던 기독자유당에 대한 지지 발언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받느냐"는 질문에 "처벌받겠죠"라고 답한 심상정 의원(정의당)의 발언을 "심상정 의원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했을 때 처벌받는다고 발언했다"고 바꿔 '허위 정보'를 전파한 목회자들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뉴스앤조이>는 이 같은 정보를 전한 박경배 목사 사례를 2월 10일 보도했는데, 김성일 목사도 원색적인 욕을 섞어 가며 심 의원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김성일 목사는 1월 26일 설교에서 "이놈의 심상정이라는 여자는 여당을 자꾸 들쑤셔 갖고 동성애 차별금지법을 올해 안에 통과시킨다고 지랄하고… 고양시가 지역구더만? 목사님들이 하도 기가 막혀서 '설교 때 성경에 동성애가 잘못이라고 나오는데 그 설교하면 어떻게 할 거요?' 그랬더니 이 심상정이가 '처벌받아야죠' 이 지랄을 하네, 이년이. (청중 웃음) 아 그러면 그거 통과되면 나도 감방 가야 돼"라고 말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해당 내용을 보도했던 <크리스천투데이>가 오보를 인정하고 기사를 삭제했고, 심상정 의원도 "차별금지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지만, (설교에서) 동성애를 비판하는 건 차별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목회자들이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공연히 특정 후보를 비방한다며 고발 사유를 밝혔다.

김용민 이사장은 오늘 기자회견 이후 위법성의 경중을 따져 심각한 내용은 경찰에 우선 고소하고 경미하거나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선관위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모니터 요원 40여 명이 매주 교회 500곳 이상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전광훈 목사 추종자가 많아서, 전 목사 주장을 설교 시간에 그대로 옮기는 사례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평화나무는 공명선거를 위한 책자도 발간했다.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후보가 조심해야 할 사항을 담았다. PDF로 활용하거나 평화나무에 오프라인 책자를 신청하면 된다. 사진 제공 평화나무
평화나무는 공명선거를 위한 책자도 발간했다.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후보가 조심해야 할 사항을 담았다. PDF로 활용하거나 평화나무에 오프라인 책자를 신청하면 된다. 사진 제공 평화나무

평화나무는 선거철을 앞두고 예배 시간을 이용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목회자들을 감시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원·성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교인 강기윤 후보를 공개 지지한 ㅅ교회 담임목사를 고발한 바 있다. 그는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평화나무는 전광훈 목사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구속을 끌어냈다. 최근에는 황교안 대표가 전도사로 있는 서울 양천구 한 교회가, 주보에 황 대표를 지지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양천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기자회견 직후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평화나무가 이런 감시 활동을 벌이는 목표는 목회자들을 옥죄는 데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백에서 수천 명이 모이는 다중 공간에서 설교하는 목회자라면,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현행법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했다.

앞으로 4월 15일까지 약 한 달, 주일이 5번 남은 가운데, 시민 모니터 요원들이 문제 되는 설교를 계속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모니터 요원 중 비신자가 많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신자 시민들이 기독교 용어를 잘 모르는데도 위법 소지가 있는 설교를 모니터링하고 보고서를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에게는 정확한 정보만을 토대로 의견을 표출해 달라고 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일부에서는 전광훈 목사를 구속하지 않아야 진보 진영이 결집해 선거에 더 도움이 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전 목사가 구속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고 판단했다. 전 목사의 발언과 행동이 극우적 사고를 하는 목사들에게 정치 개입의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설교 때 동성애 비판한다고 누가 처벌하는가. 동성애자 입학이나 채용을 거부한 경우도 아니고, 발언했다고 처벌하는 건 유신헌법 긴급조치에 불과하다. 비판하더라도 억측하지 말고, 남이 말한 거 그대로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덮어 놓고 동성애나 사회주의·공산주의 운운하는 것은 목회자로서 불성실한 태도다. 현행법에 저촉되는 것은 물론이고, 신앙적으로도 문제다. 영적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나무는 앞으로 선거구 후보자가 출석하는 교회들에 '선거법 준수 촉구' 공문을 보내고, 담임목사에게 발언과 행동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김용민 이사장은 "미래통합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정의당이든, 정당에 상관없이 후보가 다니는 교회들은 선거법에 더 예민해야 한다. 유의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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