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최영애 위원장)는 올해 4월 22일부터 6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88.5%는 차별 해소를 위해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우리 사회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응답자 중 19.9%가 '매우 심각', 62.1%가 '약간 심각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이 차별의 심각성을 지적한 셈이다. 가장 심각한 차별 분야로는 성별, 고용 형태, 장애, 학벌 등을 언급했다.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데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응답자 중 73.6%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한국 사회가 차별금지법을 원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올해 5월 14일부터 7일간 전국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21대 국회가 성평등과 관련해 어떤 법안을 만들면 좋을지 물었다.

이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87.7%가 "성별·장애·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여성 응답자 89.8% 찬성, 남성 응답자 85.7% 찬성으로 성별에 따른 변화도 크지 않았다.

한국교회총연합은 6월 2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기도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교회총연합은 6월 2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기도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단장들 모여 '차별금지법 반대 기도회'
'교회 파괴', '종교 탄압' 논리 여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적으로는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처음 시도된 2007년부터 반대에 앞장서 온 보수 개신교는 이번에도 '결사반대'를 천명했다. 논리는 10여 년간 반복된 음모론이나 위기론과 다를 바 없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했을 때 처벌받는다거나, 차별금지법이 종교의자유를 침해하고 교회를 파괴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김태영 총회장은 6월 22일 본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보호법이며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이다 △동성애자를 혐오하지 않으나 행위는 반대한다 △'동성애는 죄'라고 해서 처벌하면 종교 탄압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창조질서와 윤리 파괴다 △건전한 시민을 범법자로 만들 우려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동성애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단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도 6월 24일, 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 신학정책분과위원장 이후정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장, 황건구 이단대책분과위원장 명의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감리회는 차별 금지 사유에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 독소 조항이 있는데, 이는 "기독교의 역차별로 전락하여 기독교의 근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6월 25일에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김종준 총회장, 고신 신수인 총회장, 합신 문수석 총회장, 감리회 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이영훈 대표총회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한기채 총회장 등 주요 교단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평등 구현과 인권 보장, 양성평등한 혼인 및 가족생활, 신앙의자유를 지키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교계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종교의자유가 침해될 것이라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계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종교의자유가 침해될 것이라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도회에는 반동성애 진영 활동가들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길원평 교수(부산대)는 차별 금지 사유 중 '성적 지향'을 삭제한다 해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한번 제정하면 추후 개정이 쉽다는 이유다.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는 처벌 조항이 들어간 차별금지법은 해석에 따라 동성애 반대 행위를 차별로 볼 수 있다며 처음부터 제정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 이름으로
소셜미디어 떠도는 메시지
"금요일 차별금지법 발의된다,
모두 적극 반대 서명 나서 달라"

6월 24일부터는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가 장로들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가 소셜미디어를 떠돌고 있다. 스스로 온누리교회 교인이라고 밝힌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는 24일 자신의 유튜브에,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님 차별금지법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김 대표는 영상 댓글에 이재훈 목사가 보냈다는 문자메시지 전문을 첨부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장로님들께"로 시작하는 메시지에는 "이번 주 금요일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된다고 합니다. 이미 개별적으로 다양한 차별금지법들이 존재하는데 포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법적 근거가 되며 후에 동성애 반대 설교나 운동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나와 있다.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재훈 목사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재훈 목사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메시지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그동안 발의된 차별금지법에는 교회 설교를 제재하는 내용은 없다. 차별금지법이 6월 26일 금요일에 발의된다는 이야기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의당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일부 개신교인은 대형 교회 목사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나섰다며 반동성애국민연대·WCC반대모임 등 소셜미디어에 이 목사의 메시지를 퍼 나르고 있다. 이재훈 목사가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는 반동성애 진영에서 시작한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에 참여해 달라는 말로 끝맺는다.

<뉴스앤조이>는 이 문자메시지를 이재훈 목사가 직접 보낸 것인지, 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재훈 목사와 온누리교회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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