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창원 사는데, 어떤 지역 교회는 예배하면 벌금 300만 원을 매기겠다는 공문을 받았다. (중략) 정부가 어떻게 교회에 벌금을 매긴다고 할 수 있나. 교회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많이 서운하다." - 한국교회총연합 문수석 공동대표회장

"신앙에는 신앙적·환경적 핍박이 있다.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와 공산주의 시절 신앙적 핍박을 당했다. 정부가 환경적 문제(코로나19)를 신앙적 핍박으로 돌리면 교회는 순교로 대처하게 된다. (중략) 정부가 공예배를 허용하고, 잘 처리해 나가게 할 때가 됐다." - 기독교대한감리회 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

"국회 결의와 경기도지사 발언은 오히려 역풍을 일으킬 찰나에 있다. 여론을 통해 교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이 문제다. 기독교는 굉장히 자율적으로 따르고 있는데 '집회를 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가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할 지경이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이영한 총무 

한교총 회의에 참석한 박양우 장관이 메모를 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정부가 종교를 강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교총 회의에 참석한 박양우 장관이 메모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정부가 종교를 강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회장 김태영·류정호·문수석)이 개최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 상임회장 회의 및 기도회'에서 탄식과 원망이 흘러넘쳤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한국교회가 최선을 다해 정부에 협조하는데, 국회와 일부 지자체가 선을 넘고 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교총 긴급 상임회장 회의가 3월 1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공동대표회장들을 포함해 임원 20여 명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임했다. 이 자리에는 종교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도 동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류정호 공동대표회장은 "일제강점기에도 예배를 쉬지 않은 한국교회가 코로나19로 성도들 안전, 시민 안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공예배를 중지)하는 상황이다. 국회와 일부 지자체가 권고안으로 결의를 하고, 몇몇 교회에 30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한국교회를 분노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공동대표회장도 정부 관계자들이 언사를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 교단에도 (예배 중단 안 하면) 300만 원 벌금 매기겠다는 안내를 받은 교회가 있었다. 나는 3000만 원을 내더라도 예배하라고 했다. 결국 (해당 지자체가) 시정을 했다. 교회는 예배와 관련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정부 관리들은 언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신천지와 교회를 동일한 인격체로 보지 말아 달라. (한국교회가)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구에서 왔다고 소개한 기독교한국침례회 윤재철 총회장은 예배 중단을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윤 총회장은 "교회는 성숙한 곳이다. 교회 지도자는 누구보다 판단력이 있다"며 "정부가 예배 등은 강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신천지와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며 속상하다고도 했다. 윤 총회장은 "마치 교회가 (신천지처럼) 슈퍼 전파자가 될 것 같은 가능성이 있다며 제한하려고 한다.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서 위협하는 것밖에 안 된다. (정부는) 신중해야 한다. 교회에 모여서 예배하는 시간은 1시간밖에 안 된다. 마스크 쓰고 손도 잡지 않는다. 소리도 내지 않는다. 기도회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토가 아닌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정동균 총회장은 "우리 교단은 교회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목사 고시도 연기하고, 모든 총회원에게 목회자 모임 자제를 촉구했다. 대구 경북 지역에 마스크를 공급하고, 영산수련원을 코로나 치료 센터로 지원하기로 했다. 확산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교총은 국회와 일부 지자체가 공예배 중단을 요청한 것에 발끈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교총은 국회와 일부 지자체가 공예배 중단을 요청한 것에 발끈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양우 장관은 펜을 들고 수첩에 적어 가며 목사들 이야기를 경청했다. 자신도 교인이라고 소개한 박 장관은 한국교회가 방역 작업에 적극 협조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생명과도 같은 주일예배를 자제해 줘서 정부 차원에서 고맙게 여긴다고 했다.

목사들이 불편해한 국회 결의안 및 일부 지자체의 행정명령과 관련해 해명했다. 박 장관은 "정부는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 강압·간섭하는 게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종교·집회의자유는 정부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관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 아침 국무회의에서 일부 지자체가 행정명령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적절치 못하다', '교회가 코로나19 예방에 협조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교회와 신천지를 혼동하거나 동일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장관은 "신천지와 교회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정부는 전혀 동일시하지 않는다. 통계로 따지면, 교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박양우 장관은 앞으로도 자발적인 협력을 당부한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가 불편한 언사와 행위를 한 것과 관련해 다시 한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사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에 100% 동의한다고 했다.

박 장관이 말을 마치자 한교총 관계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김태영 공동대표회장은 "이 땅에 긍휼을 베풀어 주고, 대통령과 위정자, 문체부장관에게 지혜를 더해 달라"고 기도했다.

교회협 이홍정 총무(사진 오른쪽)는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기본 소득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협 이홍정 총무(사진 오른쪽)는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기본 소득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양우 장관은 한교총 방문에 앞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를 찾아 이홍정 총무를 만났다. 이 총무는 "다소 시행착오는 있지만, 세계가 인정할 만큼 정부가 놀라운 방역을 벌이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한국교회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생명·안전 차원에서 생명처럼 여겨 온 예배를 양보했다며, 새로운 인식 전환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총무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생명 가치를 우선에 두고 판단하리라 본다.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와 교회 변화를 면밀히 성찰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양우 장관은 "교계가 많은 협조를 해 줘서 코로나19 사태의 안정화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교회가 구호품과 기부금을 많이 보내 주고, 생활 치료 센터까지 지원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홍정 총무는 대구 경북 지역처럼 집단 감염으로 사회 경제활동이 마비된 곳에 기본 소득에 해당하는 금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늦지 않게 추진해 달라고 했다. 박 장관은 "총무님 말씀 꼭 전하도록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추경하면서 논의들이 있다. 꼭 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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