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교인 10만 명,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교단을 대표하는 교회. 명성교회를 가리키는 말들입니다. 40년 전 상가 교회에서 출발한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의 '머슴 목회'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고, 대표적인 대형 교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2017년 11월,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 세습을 강행해 한국교회와 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교단이 금지한 '목회지 대물림', 다시 말해 세습금지법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은 서울동남노회 파행을 낳았고, 교단마저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지난해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을 걸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건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은 지난해 9월 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손을 들어 준 헌법위원회·규칙부 보고를 받지 않았습니다. 세습을 용인한 재판국 국원 15명 전원을 교체하고, 사실상 다시 재판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당시 여론은 "예장통합 총회가 법과 원칙대로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을 걸었다"며 고무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총회 이후 7개월, 달라진 건 없습니다. 총회 결의를 이행해야 할 총회 핵심 기구들이 침묵하고 있거나, 오히려 결의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회가 명성교회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뉴스앤조이>는 총회 임원회와 헌법위원회, 규칙부, 총회 재판국이 어떤 입장에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입 닫은 총회 임원회
불법 세습에 '중립' 지켜야 한다?
헌법위·규칙부, 명성교회 유리한 해석
"명성교회와 관계없어"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를 비롯한 지지자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총회 임원회는 미온적입니다. 그동안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왔습니다.

중립을 강조하던 총회 임원회는 정작 올해 3월 서울동남노회를 사고노회로 규정해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에 앞장서 온 김수원 목사는 사고노회 지정과 함께 노회장직을 상실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림형석 총회장과 김태영 부총회장을 직접 찾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기자 / 총회 임원회의 구체적 입장이 무엇입니까.

림형석 총회장 / 따로 할 말이 없네요.

기자 /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노회뿐만 아니라 총회까지 시끄럽고, 세습금지법 폐지 헌의안까지 올라온 상황인데요. (이와 관련해) 한 말씀 해 주시죠.

림형석 총회장 / 따로 할 말이 없어요.

기자 / 명성교회 세습 문제 해결할 생각 없으신가요.

림형석 총회장 / …

오는 9월 총회에서 104회기 총회장이 될 김태영 부총회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부총회장은 4월 11일 장신대 채플에 참석해 설교를 전했는데요. 이날 장신대 학생들은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규탄하고,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기자 / 목사님, 지금 학생들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데 보시니까 어떠세요. 한 말씀 해 주시죠.

김태영 부총회장 / 총회장이 다 얘기했잖아.

기자 / 이대로 가면 올해 104회 총회는 더욱 시끄럽지 않겠습니까. 한 말씀 해 주시죠.

김태영 부총회장 / …

기자 / 명성교회 세습 문제 바로잡을 의향 없으십니까.

김태영 부총회장 / …

예장통합 103회 총회는 명성교회 세습에 길을 터 준 보고들을 받지 않았습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올해 9월 열리는 104회 총회는 지난해처럼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시끄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총회 헌법을 해석하는 기관인 헌법위원회(이현세 위원장)가 명성교회에 유리한 해석을 또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헌법위는 지난해 103회 총회에서 현행 세습금지법 28조 6항이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은퇴한' 목회자 자녀의 청빙을 제한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세습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총대들은 헌법위 유권해석 채택 문제를 놓고 표결을 진행했고, 반대 849표 찬성 511표로 보고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현 헌법위원장 이현세 목사(황금동교회)는 103회 총회 석상에서 '총회 결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현세 헌법위원장 / 총회가 헌법위의 유권해석을 수용했다면 모르겠지만, 부결됐기 때문에 명성교회 세습은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목사의 발언은 1년도 안 돼 180도 바뀌었습니다. 총회가 폐회된 뒤 같은 질의가 올라오자, 올해 3월 헌법위는 "현행 세습금지법은 미비하다"는 기존과 동일한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총회 임원회에 유권해석을 보고했지만, 다행히 임원회가 "103회 총회 결의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유권해석을 심의 보류, 거절한 상황입니다.

총회 임원회 결정에 헌법위는 반발했습니다.

이현세 헌법위원장 / 헌법위 차원에서 조만간 대응할 생각입니다.

기자 / 102회기 유권해석과 내용이 같은데, (103회) 총회 결의에 반하는 것 아닌가요.

이현세 헌법위원장 / 총회 결의는 결의일 뿐이고, 우리는 헌법을 해석하는 기관입니다. 총회가 결의한 것을 가지고 또 왈가왈부하면 시끄러울 수 있으니 인터뷰는 안 하겠습니다.

기자 / 헌법위의 유권해석이 결국 명성교회에 유리한 해석이 아닌가 싶어서요.

이현세 헌법위원장은 1년도 안 돼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현행 세습금지법은 미비하다면서 개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현세 헌법위원장 / 명성교회에 유리한 게 아니고, 명성교회를 위해서 존재하는 헌법위원회가 아니에요. 그런 게(세습 문제가) 명성교회에만 있는 게 아니고, 앞으로 어디서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거기 대해서 해석하는 것이지, 명성교회와는 상관이 없거든요. 자꾸 우리 헌법 해석을 왜 교회에 맞추려고 하는지…

총회 규칙부(신성환 부장) 역시 헌법위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규칙부는 지난해 명성교회에 유리한 해석을 내렸다가 103회 총회에서 총대들의 반대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서류를 노회에 올리지 않은 서울동남노회 헌의위원회(당시 김수원 위원장)가 잘못했다고 보고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총회 석상에서는 규칙부 해석을 받을지 말지 표결에 부쳤고, 총대 798명 중 559명이 반대해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규칙부장 신성환 목사(목양테마교회)는 이 안건을 다시 다루겠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규칙부가 서울동남노회 헌의위원회 안건을 왜 또다시 다루려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신성환 규칙부장 /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102회기 때 나온 해석과 같은 해석이 나올 것입니다.

기자 / 근데 103회 총회가 "그거 아니다"고 (했는데요.)

신성환 규칙부장 / 법리적으로는 그렇지 않아요. 헌법위원회가 그렇게 (해석)했잖아요. 우리도 똑같아요. 이미 답변을 가지고.

기자 / 그러면 결국 명성교회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신성환 규칙부장 /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

일찍 판결할 수 없다는 재판국장
"교회 세습 이해할 부분 있어,
이상한 사람 들어오면 교회 무너져"

현재로서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구는 총회 재판국(강흥구 재판국장)입니다.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무효 소송 재심을 개시한 상황이지만, 진행은 매우 더딥니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재판국장 강흥구 목사(샘물교회)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신중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강흥구 재판국장 / 헌법대로 하는 거지, 우리는 다른 거 할 수 없잖아. (결과가) 언제라고 딱 할 수 없잖아. 미리 (판결)하면 막 싸우고 피켓 들고 교회가 난리나니까.

기자 /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원로목사가 이미 '은퇴한'를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강흥구 재판국장 / 그런 이야기는 내가 할 수 없지. 그건 이해를 해 줘야 해. 

기자 / 103회 총회 민심이 반영된 판결이 나올 확률이…

강흥구 재판국장 / (뚜껑을) 열어 봐야 알지. 전체 국원들의 생각은 모르지.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하세요'라고 할 수도 없고.

강 목사는 교회 세습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강흥구 재판국장 / 세상 사람은 (세습이) 안 된다고 하고, 대기업도 세습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 그러나 교회 상황을 보면 이해할 부분이 있지. 잘못하면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 교회를 휘두르면 무너지니까.

강 목사는 재판이 아닌 중재로 이번 사안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강흥구 재판국장 / 소 취하를 빨리 할수록 좋다고 보죠. 명성교회도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고 그러고. 반대하는 분들도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여러 상황을 봐서 꼭 자기 의견만이 옳다고 하면 안 되잖아. 

<뉴스앤조이>는 총회 재판국 회의가 열린 4월 16일 재판국원들을 일일이 만나, 재심 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명성교회 세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기자 / 오늘 명성교회 재심 다루나요. 명성교회 세습 문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원 1 / 제가 얘기할 일이 아니에요. 

국원 2 / 저는 그런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나님 뜻 안에 잘되겠죠. 

국원 3 / 아직 몰라요. 아직 거기까지는 안 나왔어요. 

국원 4 / 국원으로서 제가 이야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요.

명성교회 재심을 다루는 총회 재판국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장통합은 작년 9월 총회에서 분명히 세습은 불가하다고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와 부서들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오히려 명성교회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명성교회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채 김삼환-김하나 목사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총회는 교단의 가장 상위 의사 결정 기구입니다. 그러나 대형 교회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자, 총회 전체가 휘청대는 모습을 보입니다. 명성교회와 예장통합 교단을 바라보는 이들은, 큰 교회의 힘에 좌지우지되는 교단의 모습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 / 103회 총회 결의는 명확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법을 제대로 집행하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임원회와 재판국의 행태를 보면서 왜 총회가 존재해야 하는지, 지교회와 노회는 회비를 내면서 그 총회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 그리고 매우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불법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아니 공개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임원회와 재판국. 그것으로 인하여 우리는 총회 존재 이유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하고….

정재훈 변호사(기독법률가회) / 법은 있어요. 총회가 치리권을 행사할 수가 있어요. 근데 지금 총회 임원회는 뭘 했습니까. 총회 재판국은 뭘 하고 있습니까. 저도 통합 교단 교인인데,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 상황을 보면서, 과연 한국교회의 교단이라는 전체적인 구조, 시스템을 과연 우리가 인정하고 그만한 권위를 존중해야 할 대상인가 회의가 듭니다. 법이 없고 제도가 없는 게 아니에요. 법을 알지 않아도, 글을 아는 분이라면 그(세습금지법) 조문만 읽어 봐도 이 상황에서는 명성교회가 치리의 대상이지요. 총회 결의가 났음에도 재심을 왜 끌고 있는지, 총회 재판국은 왜 판결을 안 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표류하는 명성교회 세습 사태①] 불법 세습-친위 부대-세습금지법 폐지까지
[표류하는 명성교회 세습 사태②] 메가처치 하나에 휘둘리는 예장통합
[표류하는 명성교회 세습 사태③] 막으려는 자들 "세습은 탐욕, 모두가 망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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