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새소망교회가 아들의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비호한 김영남 목사 거취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김 목사에게 거액의 전별금을 줄 수 없다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김 아무개 목사의 그루밍 성폭행 의혹과 이를 비호한 김영남 목사 부자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인천새소망교회 교인들도 문제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김영남 목사가 더 이상 교회를 이끌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추수감사절이었던 11월 18일, 인천새소망교회 앞은 삼엄했다. 출입문은 잠겨 있었고, 내부에서 신원을 확인한 후 교인들만 선별적으로 들여보냈다. 문에는 기자와 이단 출입을 불허한다는 팻말이 붙었다. 기자를 비롯한 몇몇 취재진은 입장을 거부당했다.

이날 예배를 앞두고, 김영남 목사가 자신의 거취와 퇴직금 및 전별금, 교회 소속 변경에 관한 공동의회를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교인들 사이에서 돌았다. 특히 평소 인천새소망교회에 잘 출석하지 않는 김영남 목사의 형제자매 등 친인척 다수가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로들이 얼마 드리면 되냐고 묻기에
3억 2000만 원 얘기, 꼭 달라고 한 거 아냐"

인천새소망교회는 이날 공동의회는 하지 않고, 간담회·회의 형식으로 논의를 계속했다. 김영남 목사의 거취를 비롯한 퇴직 예우가 쟁점이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 목사는 "지난주 당회에서 내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그런데 방송(언론)에는 (전별금으로) 7억도 나오고 10억도, 30억도 나온다. 방송이 무슨 우리 교회 대변인 같다. 내가 그래서 장로들에게 '10원 줘도 좋고, 20원 줘도 좋고, 안 줘도 좋다'고 했다. 장로님, 내가 그랬죠? (장로들이) 자꾸 붙잡고 얼마 드리면 되냐고 묻기에 '뭐 3억 2000~50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꼭 주세요'라고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영남 목사는 "사실 내 신앙 양심으로는 1%도 교회를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1%라도 나를 싫어하면 또 나는 (안 나간다고) 고집 피우는 목사도 아니다. 여러분에게 누누이 '그만두겠다', '내려놓겠다'고 수없이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 어려움에 떠나서는 안 된다는 사람도 많이 있어서 내가 중간에서 괴로워했고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은 굳혔다. 우리 교회가 웃으면서, 평안하게 (보내 주고), 나도 박수받고, 서로 악수하고 떠나고 싶다. 그런 마음이지 분쟁하고 다투고 싸우는 거 나는 싫다. 나는 모질게 (끝까지 버티는) 그런 사람 못 된다"고 했다.

최근 열린 인천새소망교회 당회에서, 김영남 목사는 전별금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직자는 김 목사가 먼저 장로들에게 '3억 2000만 원'이라는 액수를 꺼냈다고 했다. 일부 장로는 교회 재정 형편이 안 되니 예배당 옆 주차장 부지와 현재 김영남 목사가 거주 중인 빌라를 팔아 금액을 충당하자는 계획도 내놨다고 했다. 그러나 반발하는 장로들도 있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당회는 끝났다.

교회는 문을 잠그고, 교인들만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문에는 기자들의 촬영 및 취재를 금지한다고 써 붙였고, 청년들은 교회 앞에서 시위 중인 사람을 비판하는 피켓을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인천새소망교회는 김영남 목사의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해 그에게 등을 돌린 교인들이 많았다. 김 목사가 겉으로는 수없이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했지만, 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배 중간, '중직자 일동' 이름으로 김영남 목사가 사임해야 한다는 호소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호소문에는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해 여전히 목회할 의욕이 있고 본 교회를 담임하고자 하는 의욕 때문에 사임을 지속적으로 번복하며, 새벽기도 때는 사표 내신다고 하시고, 저녁때는 다시 힘내자고 하시고, 당회에는 뭉쳐서 하면 된다고 하시고, 언론 잠잠해지면 다시 또 담임 사역을 한다고 하시고, 위기만 넘기면 축복이라 하시며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는 상황으로 인하여 교회가 무너지고 장로, 중직자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는 실정"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예배 현장에는 호소문 발표를 반대하고, 김영남 목사를 지켜야 한다는 교인도 적지 않았다. 김 목사를 지지하는 한 장로는 "(문제 제기를) 사회적으로 할 수 있으나, 믿는 사람은 도저히 이래서는 안 된다. (나도) 하고 싶었지만 (김 목사는) 주의종이다. 하나님의 사자다. 제사장이다. 선지자다. 나는 그래서 못했다. 예수님이 간음한 여자를 어떻게 하셨느냐. 우리가 다 죄인인데 누구를 정죄할 수 있겠냐"고 절규했다. '사자', '제사장', '선지자'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큰 '아멘' 소리가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오전 예배부터 시작한 논의는 오후 예배가 끝날 때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모든 논의를 마치고 교회를 나온 한 안수집사는 "우리라고 교회에서 큰소리치고 싶겠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아프다. 외부에서는 우리 교회가 김영남 목사를 보호하기 위해 똘똘 뭉쳤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많다. 목사님에게 전별금 줄 재정 상황도 못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은 "교인들 앞에서는 사표 낸다면서 뒤에서는 퇴직금을 요구하고 있다. 장로들을 회유해서 퇴직금을 받으려 한다. 돈 얘기만 하지, 사직서 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건 없는 즉각 사퇴가 먼저"라고 했다.

중직자들도 김 목사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형편껏 얼마라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거듭된 말 바꾸기에 이제는 전별금을 줄 생각도 없어졌다고 했다.

김영남 목사는 예장합동 서기와 이단대책위원장을 지낸 중진 목사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가 지난 6월 말 인터뷰한 피해자 D의 부모도 이날 예배에 참석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D의 부모는 김영남 목사가 11월 4일 문자메시지로 사과의 글을 보내왔다고 했다. 첫 보도가 나간 6월 말부터 문자를 받은 11월 초까지 4달 사이에는 어떤 사과의 말도 없었다고 했다.

김영남 목사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죄송하다. 용서를 빌고 싶어도 용기가 안 난다. 전화할 용기도 없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용서해 달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아들 김 목사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D 부모는, 이날 김영남 목사가 강단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교회에서 김 목사가 보인 태도를 봤을 때, 그가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착잡해했다.

서인천노회, 26일 임시노회 열고
김영남 목사 징계 처리
"재판국 설치나 당일 제명 처리 고심 중"

<뉴스앤조이>는 거취 및 전별금 지급 문제에 대한 김영남 목사 입장을 들으려 18일과 19일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김 목사는 그루밍 성폭력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번진 후, 쓰던 번호를 정지하고 새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인천새소망교회는 11월 26일 열리는 임시노회 결과를 본 후 김영남 목사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 목사가 소속한 서인천노회도 그루밍 성폭력 논란을 인지한 듯, 김영남 목사의 성폭력 사건 은폐 의혹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서인천노회 최석우 노회장은 11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인천새소망교회 문제는 26일 임시노회에서 노회원들이 결정할 것이다. 재판국을 설치할지, 당일 노회를 치리회로 전환해 현장에서 처리하고 임시당회장을 파송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남 목사는 과거 교회 홈페이지 본인 소개란에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글을 썼다. 현재 교회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인천새소망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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