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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는 목회자들④] 구조가 변해야 산다
[연중 기획 #교회_내_성폭력_OUT] 성폭력 치리 조문·감시 기구 신설해야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2.11 13:32

남성 목회자와 여성 교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회 내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진 사례가 극히 일부라는 점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상담소와 법원에서 목회자의 교인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내 성폭력 해소를 위한 작은 실마리를 찾고자 #교회_내_성폭력_OUT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주제로 연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목회자의 성폭력에는 '패턴'이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반복되는 패턴을 분석하고 예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최근 한국 사회에 소개된 '그루밍'을 살펴봅니다.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은 전형적인 그루밍입니다. ①그루밍이란 무엇인가 ②교회에서 나타나는 그루밍들 ③타 기관에 비해 그루밍에 취약한 교회 구조의 문제점 ④그루밍과 교회 내 성폭력을 막기 위한 방안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 내 '그루밍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루밍 성범죄는 사람 사이의 신뢰를 이용하기에, 신뢰 관계를 중요시하는 교회에서는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교인이 목회자에게 너무 의존적인 것이 현재 한국교회 문제점이지만, 교인과 목회자 사이에는 두터운 신뢰가 있어야 한다. 목회자가 교인과 맺는 모든 관계를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성폭력 예방 교육 필수
그루밍, 교회 특수성 인지해야

목회자와 교인의 정상적인 신뢰 관계가 그루밍으로 변질하지 않으려면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수다. 한 가지 명확하게 할 점은 피해자군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군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 목사다. 성폭력 예방 교육 대상자는 당연히 목사여야 한다. 김미랑 소장(탁틴내일연구소)은 "이상적인 방법은 목회자가 되기 전, 교회 내 성폭력의 특수성을 교육받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목회자를 떠받들고 복종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목회자 성폭력이 발생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목사가 교인을 좌지우지하기 쉽기 때문에 성폭력 예방 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

현재 미국 몇몇 신학교에서 채택하는 목회자의 성적 비행 예방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이수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신학교에서 예방 교육이 안 된다면, 목사가 된 이후라도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국교회에는 남성 목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지만, 리더십 정점으로 갈수록 남성이 지배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미국과 다르게 한국 교단 직영 신학교에는 이런 절차가 없다. 2016년 8월 이동현 씨 사건이 터지고 한 달 뒤, 그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소속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성 윤리 특강이 열렸지만 말 그대로 '특강'이었다.

현재 한국교회 주요 신학교를 보면, '목회자 성폭력'에 초점을 맞춘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행하는 곳은 거의 없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기독교윤리)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단 신학교에서 성 윤리 과정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목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성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 윤리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된 목사들은 성폭력에 무감각하다. 대학, 공공기관, 아동 교육기관, 사업장 등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교회에서는 관련 교육이 의무도 아니고 실제로 하지도 않는다.

총회나 노회 차원에서, 의지가 있으면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교단에 속한 목사들은 매해 한두 차례 정기 모임을 연다. 이 자리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면 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최기학 총회장)은 2018년 봄 노회부터 '목회자 성적 비행 예방 의무 교육'을 실시하기로 지난해 102회 총회에서 결의했다.

가해자가 없으면 당연히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각 교단에서 목회자들에게 '그루밍 성범죄' 혹은 목회자 성폭력의 특성만 교육해도 현실이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폭력 특별법 제정하거나
성범죄 목사 치리 조문 헌법 명시
구체적 행동 가이드라인 필요

각 교단 헌법에는 '권징' 부분이 있다. 권징은 목회자나 교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해당자를 치리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현재 모든 교단 헌법에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처벌하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 처벌 이유가 '성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강단에 서는 것도 쉽다.

성폭력 전문가들은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치리할 수 있는 조문을 각 교단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미랑 소장은 "교단 헌법에 치리 근거가 되는 법적 조문을 만들어야 한다. 제일 시급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사회 법에서 성범죄로 몇 년 이상 선고받으면 다시 목사로 설 수 없게 해야 한다. 그걸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각 교단 헌법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처벌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권징조례 일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홈페이지 갈무리

사회 법에 이미 관련 법규가 있는데 굳이 교회 법에도 동일한 내용을 넣어야 하느냐는 질문은 교회 내 성폭력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교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이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야 하고, 믿고 따르던 목사를 고소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단 헌법에 관련 조항을 명시할 수 없을 것 같으면 특별법 형태로 제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목회자가 행하면 안 되는 일을 명문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목회자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기보다 사전에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도 좋다.

과거 이동현 씨(라이즈업무브먼트 전 대표)에게 피해를 당한 A의 경우,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한국교회 문제점을 글로 발표한 적이 있다. A는 목회자와 교인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목회자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행동 수칙을 글로 정리했다.

- 빈방에 문을 닫아 놓고 성도와 단둘이 있지 않는다.
- 목회자는 절대로 성도에게, 특히 이성에게 안마를 요구하면 안 된다.
- 목회자는 성도의 허벅지에 함부로 손을 올리지 않고, 끌어안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 이성을 귀엽고 기특하다면서 정면으로 꼭 안거나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
- 청소년, 청년 사역자는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 신분에 있는 청소년, 청년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다고 일대일로 만나자고 해서는 안 된다.
- 청소년, 청년 사역자는 특히 경제활동이 없는 학생들에게 위로해 준다며 일대일로 비싼 식사를 사 주고 영화를 보여 주는 등 제안을 할 수 없다.
- 청소년 청년 사역자는 청소년과 여럿이 아닌 단둘이 사적인 자리에서 교제할 수 없다.
- 목회자는 휴식기라는 말을 이용하여 배우자를 제외하고 젊은 학생과 친밀하게 개인 여행을 다녀올 수 없다.
- 목회자는 선교 여행이나 수련회에서 한방에서 이성과 잠을 잘 수 없다.
- 목회자는 이성과 일대일로 상담할 수 없으며, 부인이나 다른 이성 사역자와 동행해서 상담을 실행한다.
- 차 바로 옆자리에 이성을 태우지 않는다.
- 목회자는 여대생들, 여청소년들에게 개인 비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 목회자는 선교지나 수련회 등 모든 단체 여행을 수영장 있는 곳으로 정해서는 안 되며, 청소년이나 대학생과 수영복으로 즐겨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행동 지침은 A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그루밍 성범죄가 목회자의 어떤 행동으로 시작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목사의 행동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가. 그루밍 성범죄, 교회 내 목회자 성폭력이 왜 일어나는지 제대로 인식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예방을 위해서라면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목회자들은 저런 행동들을 피하면서 어떻게 여성 교인을 목회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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