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 청년 여러 명과 동시에 성관계를 맺어 온 K 목사 케이스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충격의 연속이었다.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A, B, C 외에도 피해를 입었다는 네 번째 청년이 나타났다.

D는 중학교를 갓 졸업한 시점부터 당시 20대 전도사였던 K 목사가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D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면서 호감을 산 후 '졸업 선물'이라며 키스를 했다. 이후 K 목사의 스킨십 요구는 점점 심해져 성관계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D 또한 자신이 K 목사와 '특별한 사이'라고 생각했다. 이 기간은 K 목사가 A, B, C를 만나 성관계를 했던 시점과 겹쳤지만, D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K 목사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피해자들 증언을 종합하면 '그루밍 성폭력' 패턴과 상당히 유사하다. 법정신의학 박사 마이클 웰너(Michael Welner)는, 그루밍은 ①피해자 고르기 ②신뢰 얻기 ③피해자 욕구 충족 ④피해자 고립 ⑤성 접촉 ⑥회유·통제의 순으로 진행된다고 정리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를 토대로 K 목사가 보인 패턴을 살펴봤다.

A, B, C, D 네 명의 증언을 종합하면 K 목사는 '그루밍 성폭력'과 상당히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1. 피해자 고르기
"주로 가정 형편 어려운 학생에게 접근"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K 목사가 '스승'의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K 목사가 지난해 11월 쓴 각서 내용 중에도 "목회자로서 자신을 스승으로 따르던 제자의 신뢰를 악용하여 하나님 앞에 범죄를 저질렀고, 제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제자'로서 자신을 잘 따르는 사람을 상대로 성적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피해자들 중에는 특히 '한부모 가정'이 많았다.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이들에게 접근해 목사이자 멘토 역할을 하며 호감을 샀다. 한 피해자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럴 때마다 K 목사가 '아버지'처럼 위로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는 "가정에 문제가 있는 친구가 교회에 많았다. K 목사가 이들에게 너무 잘해 주다 보니 그에게 '은혜'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2. 신뢰 얻기·피해자 욕구 충족
"지나치리만치 친절했다"

피해자들은 K 목사가 지나치게 다정다감했다고 말했다. 포옹 등 신체 접촉도 거리낌 없었고, 항상 웃고 자신의 말에 호응해 줘 K 목사에게 호의가 생겼다고 말했다.

D는 "처음 교회에 갔을 때부터 너무 친근하게 대해 줘서 (K 목사가) 천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교회에 언니들이 많았는데, 유독 나에게만 잘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이 되면 비싼 선물을 주곤 해서 도리어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게 (목회자로서의)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 목사는 피해자들이 대부분 미성년일 때부터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 가정생활이 불안하고 판단력이 미성숙한 상태일 때, 담당 목사로서 자연스럽게 접근해 특별히 잘해 주면서 호감을 산 것이다.

피해자들은 K 목사가 다른 청년 흉을 볼 때, 자신에게만 털어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3. 피해자 고립
"나에게만 비밀 공유한다고 생각"

피해자들은 교회 내에서 자신만이 K 목사와 특별한 관계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연인으로 생각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중에는 애초 K 목사가 "우리는 연인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성관계까지 할 정도로 이상한 관계를 몇 년이나 유지했다.

D는 "우리가 연인은 아니지만 비밀을 털어놓는 특별한 사이라고 생각했다. K 목사는 항상 나에게 남 욕을 했다. 나에게만 속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고, 그렇게 들어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D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K 목사가 다른 청년을 자주 욕했다고 했다. B, C는 K 목사가 A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K 목사는 B와 C 사이에서도 서로를 험담했다. C가 K 목사에게 다른 여성을 만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K 목사는 B에게 연락해 "C가 나를 파헤치고 다닌다.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그리 크지 않은 교회를 같이 다닌 친구 혹은 1년 터울이었다. 담당 목사가 최소 4명 이상을 동시에 만나며 성관계를 맺었지만, 이는 여러 해 동안 드러나지 않았다. 피해자 모두 자신만 K 목사와 비밀을 공유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4. 성 접촉
"교회·빌라로 혼자 불러내거나
차량 운행 때 혼자만 남겨"

K 목사는 교회 옆 빌라로 피해자들을 한 명씩 불러냈다. 때로는 K 목사가 예배 후 차량 운행을 하면서 자신만 일부러 남겨 두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먼저 내려도 되는데 굳이 다른 교인들부터 내려 줬다는 것이다.

한 피해자는 "모든 사람이 차량에서 내리고 둘만 있으면 손을 잡거나 접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는 차량 운행이 모두 끝난 후, K 목사가 마지막으로 자신을 데려다주면서 "화장실 좀 쓰겠다"고 하고는 집에 들어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K 목사와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성적 접촉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혼전 순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 교단 소속 교회였지만, 목회자가 해도 된다니 그대로 따랐다. 피해자 중에는 실제로 결혼 얘기까지 오간 사람도 있다. 그러나 K 목사는 동시에 여러 명과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

5. 회유 및 통제
"진심이라고 믿을 만큼 울어
'하나님' 걸고 맹세하기도"

꼬리가 길면 밟힌다. 그러나 K 목사는 의심을 받을 때 여러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회유했다. 특히 피해자들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A는 "K 목사가 '하나님께 맹세하고 (다른 여성과 만난 건)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목사가 그런 말을 하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D는 "K 목사가 '너를 통해 힘을 받고 사역이 온전히 세워질 수 있었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B는 "K 목사가 '성관계를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K 목사가 걸핏하면 울 정도로 눈물이 많았고, 실제로 그 눈물에 회유된 적이 많았다고 했다. A, B, C는 K 목사와의 4자 대면 때도 그가 울면서 동정심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C는 "4자 대면 후 K 목사를 따로 만났다. 너무 화가 나서 '다시는 너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카페를 나왔는데, K 목사가 다른 사람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너 안 보고는 못 산다'면서 횡단보도 한가운데서까지 울고불고 매달렸다. 정말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매달리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B에게는 울면서 "네가 없었으면 (힘든 시간을) 못 버텼을 것"이라고 말했다. B는 눈물까지 보이는 K 목사를 보면서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까 용서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갑자기 교회를 떠난 여성 학생·청년이 더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갑자기 교회 떠난 사람 더 있다"
추가 피해자 존재 가능성

한 명의 가해자가 여러 명을 상대로 피해를 입히는 것 또한 교회 성폭력, 그루밍 성폭력의 특징이다. A, B, C, D 네 명은 "교회를 다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교회를 떠난 여성 청년이 몇 명 더 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C는 "고등학생 때, 친구가 '전도사님(K 목사)이 자꾸 자기 몸을 만진다고 울면서 말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때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친구는 교회를 떠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D는 "K 목사가 올해 초, 내 친구에게 '제주도 여행 다녀오자'고 갑자기 전화를 했다. 그 친구는 교회 출석하는 친구도 아니고 K 목사와 연락을 끊은 지 1년이 넘었다. 그런데 1년 만에 갑자기 전화해 그런 소리를 하니, 친구가 너무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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