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인천새소망교회 김 아무개 목사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11월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성폭력 사실이 드러난 피해자가 다섯 명이라며, 김 목사 부자의 사임과 사과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5월과 6월, 김 목사의 성폭력 의혹과 아버지 김영남 목사가 이를 비호하려 한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김 목사는 인천새소망교회 전도사로 재직 시, 수년간 교회 청년 여러 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김영남 목사는 피해자들에게 문제 제기한 이들을 고소하라고 부추기고 거짓 증언을 유도하는 등 회유와 입막음을 계속해 왔다. 문제가 공론화하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 서인천노회는 아들 김 목사를 제명했다. 김 목사는 현재 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는 <뉴스앤조이> 기사에 등장하는 피해자 A, B, C, D가 나왔고, 새로운 피해자 E는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 피해자들을 상담하며 대변하고 있는 정혜민 목사는 "김 목사뿐 아니라 사실을 덮으려 했던 예장합동 목사들과 노회·교회 책임이 크다. 피해자들은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이단으로 매도당하고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 교회·노회·총회를 통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언론에 고발하게 됐다"며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검은 옷,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 장소에 나왔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이 폭로를 계기로 한국교회 안에 깊게 뿌리박힌 잘못된 성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도 했다. 정 목사는 "'그루밍 성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졌으면 한다. 교회의 자정 능력에도 경종이 울리기를 바란다. 지금도 교회에서 성 문제로 고통받고 있을 많은 이가 하나님과 교회를 오해하지 않고 회복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직접 쓴 글을 대신 읽는 시간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김 목사가 잘못을 뉘우치고 목사직을 내려놓을 것을 1년간 요구해 왔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고 했다.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고 했다. 

A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덮고 넘어가는 게 교회와 피해자들을 위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두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 목사가 아무 문제 없이 설교하고 사역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A는 성폭력 피해 과정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그는 계속되는 스킨십에 문제를 느끼고 이야기했을 때, 김 목사가 이를 합리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A는 "(김 목사에게) '사역자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물은 적이 있다. 김 목사는 '혼전 순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성경은 시대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믿고 있던 사역자였기 때문에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교회와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그루밍 성폭력이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함께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돕는 김디모데 목사는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을 대신 낭독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피해자들은 △김 목사 부자는 목사직을 사임할 것 △예장합동 헌법에 성폭력·성추행 관련 규정을 명시할 것 △피해자들의 정신적·금전적 피해를 보상할 것 △김 목사 부자가 인천새소망교회 11시 예배 시간에 교인들 앞에서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읽으며 공개 사과하고, 사임을 공식 선언할 것을 요구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인천 ***교회 김** 목사, 김** 목사를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이 10월 31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성폭력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낸 피해자가 5명이지만,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가 최소 26명이나 더 있다고 한다. 이런 파렴치한 자들이 목사 신분으로 교회와 교인들을 기만하며 성범죄와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목사직을 꼭 박탈해 달라"고 썼다. 현재 청원에는 7000여 명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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