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흘간 열린 총회 회무 시간에 나온 발언 중 반응이 좋았던 재미있는 말들을 모아 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각 노회에서 파송한 목사와 장로들이 모이는 총회는 광의적인 의미에서 '회의'지만, 좁은 의미에서 '말싸움'이다. 누가 말을 잘하느냐에 따라 안건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총회에서 말은 곧 힘이다. 발언권을 얻기 위해 고성을 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9월 2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예장통합 총회 회무 시간에 무수한 말이 오갔다. 은혜가 되지 않는 말들은 버리고, 총대들이 한바탕 웃었던 재밌는 말들을 모아 봤다.

"오늘 부산서 6시간 버스 타고 왔어요. 맑은 정신으로 의논을 해야지. 제가 제안한 정회 동의 받으세요. 내일 하면 됩니다." - 총회 첫째 날인 9월 26일 저녁 9시경. 진장명 장로가 이단 특별사면 문제로 회의가 계속되자 '정회'를 건의하며 한 말. 회무는 바로 정회됐다.

"저도 알 만큼 아니까 소리 지르지 마시고요." - 총회 둘째 날인 9월 27일 오전 회무 시간. 회의를 주재하던 이성희 총회장이, 이홍정 사무총장 연임을 반대하며 고함을 외치는 총대들에게 한 말. 이홍정 사무총장의 연임은 부결됐다. 이단 특별사면에 대한 책임과 총회장을 잘 보좌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다른 교단에서 우리를 이단 옹호론자라고 합니다. 우리가 중심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수님 이름으로 부탁합니다." - 마치 기도와 같은 발언에 총대들은 '하하하' 웃었다. 총회 둘째 날인 9월 27일 임원회 보고 시간, 김수읍 목사가 한 말.

"총회장님, 에어컨이 너무 세다고 합니다. 에어컨 줄이는 것도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총회장님께서 가부를 좀 물어 주세요. (이성희 총회장이 웃음을 지어 보이자) 그러면 제가 하겠습니다. 에어컨 줄이기를 원하시면 '가' 하시고, 아니면 '아니오'를 말씀해 주십시오." 총회 셋째 날인 9월 28일 총회 서기 신정호 목사가 한 말. 총대들도, 취재하던 기자들도 한바탕 웃었다. 결과는? 부결. "아니오", "여기는 더워"라는 반대 의견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누가 좀 달래 주세요." 9월 28일 오후 회무 시간. "왜 여기(1번 라인)만 발언권을 주지 않느냐"고 소리치는 총대를 향해 이성희 총회장이 한 말.

"혹시 또 강단에 양복 안 입고 올라갔다고 '이단'이라고 할까 봐 말씀드립니다. 오늘은 티셔츠 데이입니다." 9월 28일 오후 회무 시간, 총회를 방문한 이영훈(한기총)·조일래(한교연) 대표회장에게 이성희 총회장이 한 말. 총대들도 웃고, 두 연합 기관 수장들도 웃었다. 예장통합은 총회 셋째 날인 9월 28일을 '티셔츠 데이'로 진행했다.

"이단은 자꾸 풀어 주려고 하면서 왜 노회는 힘들게 합니까." 101회 총회는 이단으로 시작해 이단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툭하면 '이단' 발언이 튀어 나왔다. 9월 29일 오전 회무 시간. 한 총대가 "당회 수가 기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폐노회'로 규정한다"는 개정안에 반발하면서 한 말.

"우리 총회장님은 안경은 쓰셨는데 멀리는 안 보이시는가 봅니다." 9월 29일 오전 회무 시간. 유종만 목사가 발언권을 주지 않는 이성희 총회장을 향해 한 말.

"특별사면위원회 이번 회기로 끝나는 것 아닙니까? (이미 끝났습니다.) 아멘, 할렐루야." - 9월 29일 오전 회무 시간. 특별사면위원회 완전 보고를 받은 뒤 김수읍 목사가 대뜸 한 말. 김 목사의 발언 전 특별사면위원장 이정환 목사는 "특별사면위는 100회기로 종료한다"고 이미 말했다.

▲ 총회에서 마이크를 잡는 사람이 '승자'다. 발언권을 놓고 총회장과 옥신각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00명 중 발언권을 얻는 총대는 별로 많지 않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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