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예장통합 여성 총대 수는 24명이다. 역대 최다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여성 할당제', '여성위원회 승격' 청원 건은 정책기획기구개혁위원회에서 연구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남성이 지배하는 '총회' 문턱, 여전히 높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 총회 9월 28일 오후 회무 시간. 여성위원회가 청원 사항으로 '여성 총대 할당제'를 발표하자 장내는 술렁거렸다.

올해 예장통합 여성 총대 수는 24명이다. 역대 가장 많은 숫자라지만 전체 총대 중 1.6%에 지나지 않는다. 예장통합 전체 교인 중 약 60%가 여성인데 총대는 남성이 대부분이다. 예장통합은 20년 전부터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고 있지만, 총회 문은 제대로 개방하고 있지 않다.

보고에 나선 여성위원회 김예식 목사는 각 노회마다 여성 총대를 1명씩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사실 이마저도 지난해 요구보다는 완화한 것이다. 작년에는 20명 이상 총대를 파송하는 노회에 여성 목사 1명, 여성 장로 1명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에는 아예 여성 목사·장로를 하나로 묶어 노회당 1명이라도 보내 달라고 낮춰서 요청한 것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내 곳곳에서 "아니오", "아니오"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목사는 꿋꿋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각 노회에서 여성 총대를 1명씩 보내도 66명밖에 안 된다고. 전체 총대가 1,500명이니까 비율로 따지면 4.4%밖에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래도 반응은 여전히 '아니올시다'였다. 보다 못 한 이성희 총회장이 "'아니오'라고 하는데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 설명 좀 해 달라"고 말했다.

▲1,500명 총대 중 여성 총대 수를 66명으로 해 달라는 여성위원회 청원 안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성의 무대인 총회 무대에 여성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발언을 요청한 김학수 목사(서울북노회)는 "여성 인권 굉장히 중요하고, 찬성한다. 그러나 이것을 의무로 해서는 안 되고, 권면 사항으로 해 달라"고 짧게 말했다. 여성 인권은 중요하지만, 여성 총대를 강제로 받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대다수 총대가 '아니오'라고 할 때 여성 할당제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만규 목사(평북노회)는 20년 전부터 여성 안수를 시행하는 교단임에도 총대 제도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여성 목사님 2,000명, 장로님 900명이 계신다. 그런데 총대는 24명이다. 창피한 일이다. 왜 우리 교단만 이런 차별을 하는지 의문스럽다. 대승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많은 숫자를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각 노회에 (여성) 1명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이 목사 발언에 장내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창피하다는 이 목사 말에 "뭐가 창피하느냐"고 큰 소리로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다.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쯤 총회를 방청하기 위해 온 한 여성 목회자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이성희 총회장이 발언권을 줘도 되느냐고 총대들에게 물었다. 안 된다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러자 이 총회장은 자신이 직접 이 문제와 관련해 발언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역시 안 된다는 발언이 돌아왔다.

대안을 제시하는 의견이 나오며 여성위원회 보고는 마무리됐다. 신영균 목사(경북노회)는 "여성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해 달라는 안건이 정책기획기구개혁위원회에 올라 있다. 여성 총대 할당제 안건도 같이 보내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총대들은 신 목사 의견을 받아들였다.

보고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김예식 목사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웠다. '티셔츠 데이'를 맞아 밝은 색 상의를 입은 총대들과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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