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기 목사가 법정에 섰다. 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 목사는 8월 28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과 함께 나란히 법정에 섰다. 주식거래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에 157억 3800만 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부자의 첫 병합 공판이 8월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25호에서 열렸다. 32석 규모의 법정은 부자를 고발한 장로와 변호인, 참관인 등으로 북적였다.

공판 시작 5분 전, 굳은 얼굴의 조 목사가 법정에 들어섰다. 조 전 회장이 지근거리에서 조 목사를 안내했다. 변호인과 수행원 10여 명도 뒤따랐다. 이날 푸른색 체크무늬 양복을 입은 조 목사는 공판이 진행되는 70여 분 동안 미동 없이 앉아만 있었다.

공판 시작과 동시에 법정은 술렁거렸다. 조 목사가 재판장의 질문을 잘못 듣고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발언 직후 조용현 재판장(형사 23부)이 조 목사에게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조 목사는 망설임 없이 "예"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재차 질문을 던졌고, 조 목사는 "(공소사실을) 인정합니다. 제 귀가 어두워서"라고 답했다. 참관하던 한 측근이 조 목사에게 다가가 귀엣말을 건네고 나서야 "(공소사실을) 이해하고 있지,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조 목사는 답했다.

조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12월, 영산기독문화원(당시 조희준 이사장)이 보유한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3~4배 비싸게 사들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헐값의 주식을 비싸게 매입한 게 증여로 보이지 않도록 허위 서류를 꾸며 국세청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사는 조 목사가 이 같은 수법으로 39억 원 상당의 증여세를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론에 나선 조 목사 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식거래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손해를 입혔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오히려 교회는 주식을 투자한 지난 2002년부터 매해 3억 4000여 만 원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면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 목사가 그동안 교회에 낸 헌금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조 목사가 1991년부터 지금까지 교회에 낸 헌금만 215억 원이며, 200억 원 상당의 선친 부동산도 교회에 헌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분이 미친 사람도 아니고 교회 재정을 배임해 이익을 추구하겠느냐"고 했다.

▲ 조 목사와 같은 혐의(배임)로 기소된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도 이날 병합 공판에 참석했다. 조 전 회장은 앞서 열린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는 조 전 회장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규혁

이날 조 목사를 포함한 4명의 피고인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조 목사와 조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회장의 이전 공판에 증인으로 나섰던 일부 관계자들도 조 목사의 승인 없이 재정 집행이 이뤄질 수 없다고 증언해 왔다. (관련 기사 : 조희준, 4차 공판서도 혐의 전면 부인)

공판에 참관한 한 장로는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조 목사님이 안타깝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공판이 끝나고 조 목사는 주변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공판장을 나서는 조 목사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다음 공판은 10월 7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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