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20만, 1200억, 800명.'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의 등록 교인, 출석 교인, 한 해 예산, 장로 수를 말한다. 단일 교회로서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조용기 원로목사의 삼박자 구원론, 성령 운동, 치유 은사를 바탕으로 교회는 1970년대 이후 성장해 오고 있다. 교회는 성장과 더불어 <국민일보>, 영산조용기자선재단, 한세대학교 등의 재단과 기관을 세웠다. 교인들의 피와 땀이 녹아든 헌금으로 세운 기관들이지만, 조 목사 일가의 전유물이 되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사랑장로모임(교사모)은 13년 전인 2000년 9월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영과 <국민일보>를 둘러싼 조 목사 일가의 족벌 운영 체제 등을 비판하는 건의문을 올렸다. 교사모는 교회 운영에 문제의식을 느낀 장로들의 모임으로, 당시 1400명의 장로 중 30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모임이었다. 그러나 교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외침은 징계로 이어졌다. 교회 측은 교사모 소속 장로 14명을 출교 또는 제명했다.

출교된 장로 중에는 심상기 회장(77·서울미디어그룹)도 포함돼 있었다. 언론인 출신인 심 회장은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경향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1988년 서울문화원을 설립해 <우먼센스>와 <아이큐점프>를 창간했다. 1992년 <일요신문>, 1999년 <시사저널>을 재창간했다.

▲ 심상기 회장이 50년 언론인 생활을 담아 내놓은 <뛰며 넘어지며>(심상기, 도서출판 나남, 2013. 5.).
지난 5월 심 회장은 50년 기자 생활을 담은 <뛰며 넘어지며>(나남)를 출간해 소회를 풀어냈다.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던 <시사저널> 파업 사태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출교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다. 13년 전부터 교회 개혁을 부르짖었는데 그 내용이 담긴 책을 출간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조용기 목사와 아들들은 지금 법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 심 회장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여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가 6월 19일 그를 만났다. 심 회장은 "조 목사가 상식을 넘어선 일을 저지르고 있다. 경종을 울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책에 그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목사 바라보는 눈이 바뀐 이유

아내를 따라 1970년대 중반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한 심 회장은 1992년 장로 장립을 받았다. 심 회장은 장로 8년 차가 되던 해인 2000년 9월 초 출교당했다. 조 목사 일가가 <국민일보>를 본격적으로 사유화하던 시기에 이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교사모는 큰아들 조희준 씨를 <국민일보> 운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교회 재산을 교회 재단으로 귀속시키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장로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교회는 장로들을 징계하고, 종합 일간지에 이들을 비방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허위 사실 유포로 검찰에 고발도 했다. 일부 교사모 회원들은 맞고발을 하자고 주장했지만 심 회장은 반대했다. 교인의 본분에 어긋난다고 판단, 무고소 투쟁 방식을 택했다. 교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올해 3월 조용기 목사를 고발한 장로들을 징계했다. 장로 3명은 제명하고, 25명은 정직한 것이다. 심 회장은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는 교회 모습을 보면서 개탄했다. "자기들은 장로들을 수도 없이 고발해 놓고, 장로들이 자기를 고발했다고 징계하는 것은 우스운 모습 아닌가요."

김종희 대표가 성직자를 신적인 존재로 올려놓은 결과라고 하자, 심 회장의 성토는 계속됐다. "좋아요. 한데 신적인 존재가 됐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생각과 행동을 해야지요. 스캔들이나 일으키고, 교회 돈을 마음대로 사유화해서 아들들 부패시키는 게 할 일인가요."

교사모에 대한 징계는 9개월 만에 풀렸지만, 심 회장은 얼마 뒤 교회를 떠났다. 조 목사에게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와 목사를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심 회장은 말했다. "우리는 보통 목사들을 성직자라고 부르잖아요. 하지만 과연 그분들이 성직자로 부름을 받을 정도로 인격적·사상적·행동적으로 존경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죠."

조 목사는 6월 7일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심 회장은 조 목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범죄와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회개와 개선의 의지가 없는 것은 문제라며 질타했다. "배임하고 탈세한 게 검찰 수사 결과 백일하에 드러났잖아요. 교인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잖아요."

심 회장은 조 목사가 설교에서 도적질하지 말라고 해 놓고 정작 자신은 말씀을 초월해 교회 재산을 마음대로 움직인다고 꼬집었다. "예배 시간에 십일조에 대해 설교하면서 도적질하지 말라고 강조하잖아요. 하지만 정작 하나님 재물을 도적질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목사 권력 강화는 부패의 지름길

교사모 활동에 관한 소회도 밝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교회에서 장로들이 모여 문제 제기를 하는 사례는 드문 일이었다. 심 회장은, 교회가 사기업도 아니고 이상한 형태로 흘러갔던 것은 상식적으로도 부합하지 않았다며 활동 배경을 설명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목사의 권력이 강화될수록 교회가 부패할 수 있다고 봤다. 심 회장은 교회 재정과 같은 부문은 교인과 장로가 직접 살펴야 한다고 했다. 고충도 있었다. 교회 개혁 운동 당시 교회 안에서 교사모를 이단시하는 풍토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심 회장은 2004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높은뜻숭의교회로 옮겼다. 그해 12월 <시사저널>은 "조 목사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자금 흐름과 세 아들의 스캔들, 조 목사와 조폭 두목들의 관계 등을 집중 조명했다. 처음에 심 회장은 보도를 반대했다. 보도 이후 후폭풍이 거셀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편집국의 강한 의지에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보도가 나간 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전면 대응에 나섰다. 심 회장의 집 앞과 서울문화사 앞에서 심 회장을 규탄하는 교인들의 시위가 열흘 이상 이어졌다. <국민일보>에서 특별취재팀을 꾸려 심 회장의 부정을 파헤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교회 측은 <시사저널>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압박을 가했다. 양측은 협상 끝에 <시사저널>의 '편집장의 글'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조 목사, 죄짓고도 당당"

<빠리의 나비부인> 이야기도 나왔다. 2003년 10월 띠앗출판사에서 출판한 이 책은 조 목사와 소프라노 가수 정귀선 씨의 은밀한 관계를 담고 있다. 이듬해 10월 <일요신문>은 정 씨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책을 중심으로 둘의 관계를 보도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씨가 초상권 침해로 <일요신문>을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역시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 일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 회장은 조 목사를 향한 연민의 정을 드러내면서도 조 목사의 잘못은 분명하게 짚었다. "솔직히 말해서 목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교회 돈을 쓸 수 있다고 봐요.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 문제에서도 그럴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조 목사는 상식 수준을 넘어섰어요. 현행법을 위반하고도 오히려 당당해하잖아요. 구제할 길이 없다고 봐야죠."

심 회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 문제를 한 교회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한국교회 문제로 인식했다. 그는 개신교가 세속화와 타락의 길을 걸으면 유럽 교회처럼 교인이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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