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주일] 행 5:27-32, 시 118:14-29, 계 1:4-8, 요 20:19-31
|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
부활절은 하루이지만, 부활절기는 이제 성령강림까지 50일간 또 이어집니다. 사순절의 고난만큼이나 긴 기간 우리는 부활의 기쁨을 묵상합니다. 고난보다 부활이, 슬픔보다 기쁨이 더 길고 힘이 셉니다. 부활의 생명이 가득한 나날들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 본기도 |
상처 입은 몸 그대로 부활하신 주님. 닫힌 문을 뚫고 들어오셔서 "평강이 있을지어다" 인사 전하시며 제자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그리하셨듯, 우리의 의심과 두려움도 뚫고 들어오셔서 평화의 인사를 전해 주소서. 의심하는 도마에게 못자국을 만지게 하셨듯, 믿음 없이 흔들리는 우리도 당신의 상처입은 몸을 경험하고 믿음을 고백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찬양 |
예수 열방의 소망 / 나 어느날 꿈속을 헤매며(찬 134)
시편 118편 14-29절
14 주님은 나의 능력, 나의 노래, 나를 구원하여 주시는 분이시다. 15 의인의 장막에서 환호하는 소리, 승리의 함성이 들린다. "주님의 오른손이 힘차시다. 16 주님의 오른손이 높이 들렸다. 주님의 오른손이 힘차시다." 17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주님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겠다. 18 주님께서는 엄히 징계하셔도, 나를 죽게 버려 두지는 않으신다. 19 구원의 문들을 열어라. 내가 그 문들로 들어가서 주님께 감사를 드리겠다. 20 이것이 주님의 문이다. 의인들이 그리로 들어갈 것이다. 21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시고, 나에게 구원을 베푸셨으니, 내가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2 집 짓는 사람들이 내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23 이것은 주님께서 하신 일이니, 우리의 눈에는 기이한 일이 아니랴? 24 이 날은 주님이 구별해 주신 날, 우리 모두 이 날에 기뻐하고 즐거워하자. 25 주님, 간구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주님, 간구합니다. 우리를 형통하게 해주십시오. 26 주님의 이름으로 오는 이에게는 복이 있다. 주님의 집에서 우리가 너희를 축복하였다. 27 주님은 하나님이시니,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주셨다. 나뭇가지로 축제의 단을 장식하고, 제단의 뿔도 꾸며라. 28 주님은 나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내 하나님, 내가 주님을 높이 기리겠습니다. 29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 말씀 |
사도행전 5장 27-32절
27 그들이 사도들을 데려다가 공의회 앞에 세우니, 대제사장이 신문하였다. 28 "우리가 그대들에게 그 이름으로 가르치지 말라고 엄중히 명령하였소. 그런데도 그대들은 그대들의 가르침을 온 예루살렘에 퍼뜨렸소. 그대들은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씌우려 하고 있소." 29 베드로와 사도들이 대답하였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30 우리 조상들의 하나님은 여러분이 나무에 달아 죽인 예수를 살리셨습니다. 31 하나님께서는 이분을 높이시어 자기 오른쪽에 앉히시고, 영도자와 구주로 삼으셔서, 이스라엘이 회개를 하고 죄 사함을 받게 하셨습니다. 32 우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며,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복종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성령도 그러하십니다."
요한계시록 1장 4-8절
4 나 요한은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이 편지를 씁니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또 앞으로 오실 분과, 그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과, 5 또 신실한 증인이시요 죽은 사람들의 첫 열매이시요 땅 위의 왕들의 지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 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며, 자기의 피로 우리의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여 주셨고, 6 우리로 하여금 나라가 되게 하시어 자기 아버지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으로 삼아 주셨습니다. 그에게 영광과 권세가 영원무궁 하도록 있기를 빕니다. 아멘. 7 "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 눈이 있는 사람은 다 그를 볼 것이요, 그를 찌른 사람들도 볼 것이다. 땅 위의 모든 족속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8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나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요한복음 20장 19-31절
19 그 날, 곧 주간의 첫 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대 사람들이 무서워서,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었다. 그 때에 예수께서 와서, 그들 가운데로 들어서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말을 하셨다. 20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보고 기뻐하였다. 21 [예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낸다." 22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에,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고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 죄가 용서될 것이요, 용서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24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서 쌍둥이라고 불리는 도마는, 예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25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보았소" 하고 말하였으나, 도마는 그들에게 "나는 내 눈으로 그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26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도마도 함께 있었다. 문이 잠겨 있었으나, 예수께서 와서 그들 가운데로 들어서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말을 하셨다. 27 그리고 나서 도마에게 말씀하셨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서 내 손을 만져 보고,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래서 의심을 떨쳐버리고 믿음을 가져라." 28 도마가 예수께 대답하기를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하니, 29 예수께서 도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
30 예수께서는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하지 않은 다른 표징도 많이 행하셨다. 31 그런데 여기에 이것이나마 기록한 목적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예수가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게 하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 못 자국 |
1.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다락방은 못 자국의 다른 공간적 서사입니다. 다락방이라는 안전지대는 제자들이 배우던 학당이었고, 예수님이 잡혀가시던 날 모여서 마지막 성찬을 나누고 발을 닦아 주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사건 이후 다락방은 배신과 두려움 가득한 은신처가 되었습니다. 두려움과 배신만을 확인할 뿐입니다.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 다락방은 이제 아픈 기억을 간직한 제자들의 못 자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건 이후에 제자들은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두려움과 절망과 고통을 고스란히 자기 몫으로 끌어안고 각자의 십자가를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은 그 기억 한가운데로 다시 다가갑니다. 다락방에 숨은 제자들을 찾아가 외칩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비로소 다른 배치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가 살아 너희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 말기를."
"내가 너희를 내버려두지 않지 않으니 두려워 말고 서로 사랑하기를."
2.
그 공간은 이제 예수님의 몸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하는 데 이릅니다.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토마의 의심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을 만나게 하는 8일째 부활로 우리를 빨려 들어가게 합니다. 토마가 만난 예수님의 몸은 아팠던 기억을 지우지 않은 몸입니다. 못 자국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는 몸입니다. 제자들이 십자가 밑에서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도망간 그 배신의 기억을 가진 몸입니다. 그 몸에 손가락을 넣어 믿게 되니 예수님의 부활은 분명 몸의 부활입니다.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몸으로 부활하셨다고 하니 우리들의 아픔도 돌아보게 됩니다.
아픔은 흔적을 남깁니다. 몸은 특별히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입니다. 넘어져 상처가 난 곳엔 흉터가 생기기 마련이고 체한 기억이 있는 음식은 이후에도 소화불량을 일으키곤 합니다. 어릴 적 강아지에게 물리면 다음부터는 다른 강아지들도 무서워하게 됩니다. 몸의 기억은 아픔을 고스란히 가지고 살아가게 합니다. 오랜 시간 통증을 앓아 본 이들은 훨씬 더 잘 공감하고 더 잘 연대하기 마련입니다. 어려웠던 몸은 다른 몸을 돌보는 데 헌신적입니다.
3.
내 손이 토마의 손이 되어 그 못자국에 손을 넣어 봅니다. 살과 살이 만나 '육이 되신 예수님'(요한 1:14)과 하나가 됩니다. 그의 영광스럽고 빛나는 모습을 넘어 예수님이 당한 고통과도 하나가 됩니다. 제자들을 찾아오시고 의심하는 토마에게도 내어 주신 몸을 가진 그 사랑을 받습니다. "받아 먹어라.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성공회 기도서 성찬기도 중) 우리가 만지고 우리가 먹고 마실 것은 예수님 한 분이시며 그 몸은 상처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다시 절망하는 제자들과 길을 걷고 배신당해 고향으로 돌아간 제자들과 함께 식탁을 차려 그들을 먹입니다.
그렇게 다시 먹고 걷고 이웃을 만나며, 예수님의 당부는 사도들에게 이어집니다. 흩어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서 서로의 두려움과 아픔을 보듬어 준 사도들의 공동체는 복음이 이어지는 첫 단추가 되었을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모른 척했던 아픔을 들여다봅니다. 빛나고 영광스러운 순간만을 나누고자 했던 내 메마른 가슴 속에 진정으로 그와 동행하고자 했는지 물어봅니다. 세상의 아픔이 너무 진해서 애써 모른 척 했던 자신을 돌아봅니다. 부활을 다시 새겨 봅니다.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만을 마음에 담으려고 했던 나의 두려움을 돌이켜 아픔과 고통까지도 내어 놓으며 걸어 둔 다락방을 열게 됩니다. 내 몸의 아픈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아픈 이웃들과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고난당하고 있는 이, 아파 앓고 있는 이 신음 소리를 내는 이들의 통곡 소리를 뚫고 부활은 그렇게 온전하게 우리에게 당도합니다. 못 자국 난 예수님의 부활의 몸에 용기 내어 손 넣어 보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이쁜이 / 성공회원주교회 사제
| 적용 질문 |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 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내가 숨어 있는, 예수님이 찾아와 못자국난 손을 내밀어 주시기를 바라는 나의 다락방은 어디일까요?
| 세속성자의 기도 |
[부활을 기억하는 일상의 순례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부활하신 주님께 우리가 기도하오니,
주님의 부활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든 세속성자를 축복하여 주소서. 부활의 삶이란 종교적 거창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작고 연약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함을 믿습니다. 부활의 삶이란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비와 긍휼의 마음을 품는 것에서 시작함을 믿습니다. 부활의 기쁨을 아는 우리가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을 먼저 살피고, 차별당하는 이들을 향해 먼저 팔을 벌려 환대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그들과 함께 주님의 부활을 노래하게 하소서. 부활을 감사하게 여기며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고, 내일을 의연히 맞이하는 일상의 거룩한 순례자들이 되게 하소서.
[이 땅의 모든 노동자를 위해 기도합시다]
노동자들의 친구, 주님께 우리가 기도하오니,
하루하루 성실히 땀 흘리며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보람차게 감당하는 모든 손길 위에 주님의 위로와 기쁨이 머물게 하시고,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이 이웃과 세상을 살리는 주님의 일로 이어지게 하소서. 하지만 우리 사회의 노동 현장을 보면 고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해야 하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안전과 쉼, 사람다운 대우가 주어지게 하소서. 노동의 대가는 정직하게, 노동의 가치는 공정하게 나눠지게 하시고, 이 사회가 사람의 땀과 수고를 존중하며 노동자들이 기쁘게 일하고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의롭고 건강한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특별히 일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공에 오른 이들을 각별히 보살펴 주시고, 그들의 목소리와 권리가 단단히 지켜지도록 주님께서 보호하여 주소서.
농사
생명을 심으시고 키우시고 거두시는 하나님,
새순이 돋고 꽃이 피는 이 봄날, 당신의 손길로 가득한 세상을 바라보며 감격과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생명들이 제 나름대로 열매맺게 하셨고, 특별히 그것을 심고 기르고 거두는 일을 하는 농부들을 세우셨습니다. 때를 따라 씨를 뿌리고 땅을 가꾸는 농부들의 수고를 기억해 주시고, 계절마다 알맞은 햇살과 비를 허락하셔서 기쁨으로 열매를 거두게 하소서. 기후 변화와 농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농부들의 일과 생존도 큰 변화와 위기 속에 있습니다. 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농부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시고, 우리 모두가 이 땅의 소중한 먹거리를 감사함으로 나누게 하소서.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 뒤에 있는 수고와 자연의 순환을 기억하게 하시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