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55:1-9, 시 63:1-8, 고전 10:1-13, 눅 13:1-9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전 국민이 탄핵 심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사순절 셋째 주일입니다. 우리는 단지 탄핵으로 끝나지 않는 저 너머의 세상,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꾸준히 광야길을 걸을 수 있기 바랍니다.

본기도

사랑과 생명이신 주님. 우리는 늘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픕니다. 허전한 우리 영혼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을 함부로 먹고 마시며 살아왔지만 이 세상의 것들로는 우리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헛된 것들을 탐하지 않고 돌이켜, 오직 주님께서 주시는 생수와 양식으로 새 힘을 얻게 하소서. 그것들로 힘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양

기다림(꿈이있는자유) / 목마른 자들아(찬 526)

시편 27편 1-14절

1 하나님, 주님은 나의 하나님입니다. 내가 주님을 애타게 찾습니다. 물기 없는 땅, 메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님을 찾아 목이 마르고, 이 몸도 주님을 애타게 그리워합니다. 2 내가 성소에서 주님을 뵙고 주님의 권능과 주님의 영광을 봅니다. 3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생명보다 더 소중하기에, 내 입술로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4 이 생명 다하도록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내가 손을 들어서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렵니다. 5 기름지고 맛깔진 음식을 배불리 먹은 듯이 내 영혼이 만족하니, 내가 기쁨에 가득 찬 입술로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6 잠자리에 들어서도 주님만을 기억하고 밤을 새우면서도 주님만을 생각합니다. 7 주님께서 나를 도우셨기에 나 이제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즐거이 노래하렵니다. 8 이 몸이 주님께 매달리니, 주님의 오른손이 나를 꼭 붙잡아 주십니다.

말씀

이사야 55장 1-9절

1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어서 물로 나오너라. 돈이 없는 사람도 오너라. 너희는 와서 사서 먹되, 돈도 내지 말고 값도 지불하지 말고 포도주와 젖을 사거라. 2 어찌하여 너희는 양식을 얻지도 못하면서 돈을 지불하며, 배부르게 하여 주지도 못하는데, 그것 때문에 수고하느냐? "들어라,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그리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으며, 기름진 것으로 너희 마음이 즐거울 것이다. 3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와서 들어라. 그러면 너희 영혼이 살 것이다. 내가 너희와 영원한 언약을 맺겠으니, 이것은 곧 다윗에게 베푼 나의 확실한 은혜다. 4 내가 그를 많은 민족 앞에 증인으로 세웠고, 많은 민족들의 인도자와 명령자로 삼았다." 5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를 네가 부를 것이며, 너를 알지 못하는 나라가 너에게 달려올 것이니, 이는 주 너의 하나님,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너를 영화롭게 하시기 때문이다. 6 너희는, 만날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아라. 너희는, 가까이 계실 때에 주님을 불러라. 7 악한 자는 그 길을 버리고, 불의한 자는 그 생각을 버리고, 주님께 돌아오너라. 주님께서 그에게 긍휼을 베푸실 것이다. 우리의 하나님께로 돌아오너라. 주님께서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실 것이다. 8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너희의 길은 나의 길과 다르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9 "하늘이 땅보다 높듯이, 나의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다.

고린도전서 10장 1-13절

1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이 사실을 알기를 바랍니다. 우리 조상들은 모두 구름의 보호 아래 있었고, 바다 가운데를 지나갔습니다. 2 이렇게 그들은 모두 구름과 바다 속에서 세례를 받아 모세에게 속하게 되었습니다. 3 그들은 모두 똑같은 신령한 음식을 먹고, 4 모두 똑같은 신령한 물을 마셨습니다. 그들은 자기들과 동행하는 신령한 바위에서 물을 마신 것입니다. 그 바위는 그리스도였습니다. 5 그러나 그들의 대다수를 하나님께서는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은 광야에서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6 이런 일들은, 우리 조상들이 악을 좋아한 것과 같이 우리가 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7 그들 가운데 얼마는 우상을 숭배했습니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백성들이 앉아서 먹고 마셨으며, 일어서서 춤을 추었다"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그들과 같이 우상 숭배자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8 간음하지 맙시다. 그들 가운데 얼마가 간음을 하였고, 하루에 이만 삼천 명이나 쓰러져 죽었습니다. 9 그리스도를 시험하지 맙시다. 그들 가운데 얼마는 그리스도를 시험하였고, 뱀에게 물려서 죽었습니다. 10 그들 가운데 얼마가 불평한 것과 같이 불평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파멸시키는 이에게 멸망을 당하였습니다. 11 이런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난 것은 본보기가 되게 하려는 것이며, 그것들이 기록된 것은 말세를 만난 우리에게 경고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12 그러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13 여러분은 사람이 흔히 겪는 시련 밖에 다른 시련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십니다. 여러분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는 것을 하나님은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셔서, 여러분이 그 시련을 견디어 낼 수 있게 해주십니다.

누가복음 13:1-9

1 바로 그 때에 몇몇 사람이 와서, 빌라도가 갈릴리 사람들을 학살해서 그 피를 그들이 바치려던 희생제물에 섞었다는 사실을 예수께 일러드렸다. 2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런 변을 당했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3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4 또 실로암에 있는 탑이 무너져서 치여 죽은 열여덟 사람은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5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6 예수께서는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원에다가 무화과나무를 한 그루 심었는데, 그 나무에서 열매를 얻을까 하고 왔으나, 찾지 못하였다. 7 그래서 그는 포도원지기에게 말하였다. '보아라, 내가 세 해나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얻을까 하고 왔으나, 열매를 본 적이 없다. 찍어 버려라. 무엇 때문에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 8 그러자 포도원지기가 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올해만 그냥 두십시오. 그 동안에 내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9 그렇게 하면, 다음 철에 열매를 맺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에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찍어 버리십시오.'"

적용 질문

- 오늘의 말씀을 읽으며 서로 의미가 통하거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을 떠올려 봅시다. 가장 크게 떠오른 한 단어, 혹은 한 구절이 있나요?

- 내가 속한 공동체가 회개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아마 고의라기보다는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거나, 사회구조의 문제로 어쩔 수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새롭게 회개하기

오늘 본문은 '회개하라'고 하십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망할 거라고 긴박하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본다면 회개란, 참양식을 공짜로 먹는 것, 하나님에게 가서 듣는 것, 주님을 찾고 부르는 것, 악하고 불의한 생각과 길을 떠나 돌아가는 것, 신령한 음식과 물을 먹고 마시며, 우상숭배를 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시험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회개해야 할 주체는 누구입니까. 이사야서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이, 고린도전서 본문은 고린도교회가, 누가복음은 무화과나무로 상징되는 이스라엘이(갈릴리와 예루살렘을 합한 것은 이스라엘 전체를 상징할지도 모릅니다) 회개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나라와 교회 공동체를 향해 회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공동체가 회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에서 회개와 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참회는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참회는 공동체를 통해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자리를 받아들이고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돕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92쪽)."

 

"죄라는 단어를 듣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말이 가리키는 경험은 하나다. 죄라는 말을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는 사물 배후에 있는, 우리의 일부를 죽게 하는 경험을 들여다본다(88쪽)."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제시했듯이, 구름 아래와 바다 한가운데를 다 함께 건너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상상해 보십시오. 다 같이 걷고 있는 동물, 어린이, 노인, 장애인, 여자, 남자, 퀴어, 이주민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바다가 다시 덮여 땅이 사라질 때까지, 구름이 어딘가에 정지할 때까지 그들은 함께 걷고 함께 이동했습니다. 우리의 일부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모든 구성원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서로 돕고 챙겼습니다. 그것을 위해 레위기 법들이 세워졌고, 상황이 바뀌면 새롭게 갱신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회개는 '나와 하나님', 단둘의 일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나와 하나님, 둘만의 관계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나와 너 그리고 하나님이라는 삼각관계 안에서 존재하십니다.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하나님은 창조의 엿새 동안 인간만 아니라, 온 세상을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순절이 '재의수요일'로 시작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습니다. 모든 것이 흙에서 와 흙으로 돌아간다는 건 존재의 미약성을 뜻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거대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해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수고를 덜기 위해 뿌리는 제초제 및 화학비료들은 흙을, 그 속의 미소 생물을, 그들을 먹는 동식물을, 그것을 먹는 인간을 해롭게 합니다. 생명이 없어진 그 땅은 탄소를 내뿜어 지구의 온도를 올립니다. 하늘은 물 폭탄과 눈 폭탄을 투하합니다. 폭염과 혹한이 반복됩니다. 갖가지 요리 프로그램들은 세계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온 지구인들의 신을 배(위)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지난주 빌립보서 본문). 배라는 신을 위해 가장 빨리, 가장 신선하게, 가장 살찐 원재료들이 나올 수 있게 된 배경에 공장화(폭력화)되어 가는 농·축산업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말입니다. 양식 아닌 것들을 돈 들여 먹으며 '배부르다', '맛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나라 공동체의 수장은 자신의 부정을 감추기 위해 다윗처럼 칼을 휘두릅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땅덩이를 소유한 나라들은 그것이 부족하다며 이세벨처럼 옆집의 것을 빼앗거나, 이주민들을 추방합니다. 부자들은 있는 돈으로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소유까지 탈탈 털어 낼 뿐만 아니라, 없는 빚까지 지게 만듭니다.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회개란 자신이 죽이고 있는 것이 자신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고 폭력을 멈추는 일입니다. '나는 나 혼자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 서로 공존하는 길을 만들어 내는 것이 회개입니다. 나와 너는 우리로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며, 한 공간 안에서 몸 비비며 살아 내는 것이 회개입니다. 당신(인간과 비인간 모두)이 죽으면 나도 죽습니다. 당신이 살아야 나도 삽니다. 이러한 고백 아래 폭력 없는 나라를 앞당기는 사순절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임소연 / 숨탄것들의교회

세속성자의 기도

사순절의 기도 3 - 회개와 새로운 삶

사순절 세 번째 주일을 맞으며 새로운 삶을 요구하시는 주님께로 우리의 발걸음을 돌려 나아갑니다. 늘 익숙한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며 죄의 길인 줄 알면서도 변명으로만 가득 찬 저희를 용서하여 주소서. 말과 행동이 거칠었고, 사랑과 온유보다 미움과 분노를 습관처럼 행했으며, 환대와 용서보다는 배제와 정죄에 부지런했습니다. 그래서 삶 속에 그리스도를 닮은 사랑이 자라기보다는 습관처럼 폭력을 행하고 정당화하는데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주님, 회개하며 이제 돌이켜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이제까지 익숙하게 살아왔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지향과 습관을 연습하도록 도와주소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모든 존재들을 온유하게 받아들이며, 따뜻한 마음과 손길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새로운 실천을 쌓아가도록 도와주소서. 용감하게 회개의 길을 걸어 부활의 새로움까지 이르게 하소서.

고공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으소서

억울한 이들의 편이 되어 주시고 탄원을 들어 주시는 주님께 우리가 기도하오니, 하늘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탄원하는 이들의 외침을 들으시고, 그들의 요구에 응답하여 주소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동지,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소현숙 동지,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동지가 이어 가고 있는 고공 농성을 주님께서 보시고 들으소서. 코로나를 빌미로, 경영진 교체와 고용 승계 불가를 핑계로, 하청이라는 편리한 제도를 핑계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본가들의 논리를 반박하여 주소서. 우리 사회가 돈이나 효율성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 노동의 신성함을 인정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이들을 귀히 여기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고공에 있는 이들의 건강을 돌보아 주시고 끝내 승리하는 날까지 지치고 상하지 않도록 연대와 지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소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21)을 맞아

나그네의 보호자가 되신 주님께 기도하오니, 여러가지 이유로 자기 삶의 터전을 떠나 외로운 삶을 이어 가고 있는 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특별히 한국에 온 이주민들과 난민들을 보호하시고, 우리가 그들을 낯선 눈으로 차별하지 않고 기꺼이 환대하며, 그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기여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생계를 위해 이 땅에 온 이주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권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게 하시고, 전쟁이나 가난 때문에 자신의 나라를 떠난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전을 보장받게 하소서. 이스라엘 백성들도 나그네였고, 예수님도 난민이셨으며, 우리 모두가 이 땅의 거류민과 순례자로 살고 있음을 기억합니다. 한국 사회가 인종주의와 가족주의를 극복하고 이방인과 나그네를 환대하는 사회가 되게 하시고, 이주민과 난민들을 돕는 이들에게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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