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15:1-12, 17-18, 시 27, 빌 3:17-4:1, 눅 13:31-35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사순절 둘째 주일입니다. 사순절의 분위기가 자칫 우리를 짓누를 수도 있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기쁨과 즐거움을 맛보게 하십니다. 경건한 즐거움을 맛보는 주일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본기도

길과 진리요 생명이 되시는 주님, 주님은 우리에게 약속하시고, 끝까지 그 약속을 지키시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주님의 그 약속을 붙들고 우리도 보이지 않는 내일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을 용기를 얻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날을 볼 수 있도록 끝까지 우리를 이끌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양

내 삶의 영원하신 주(Through It All) / 주와 같이 길 가는 것(찬 430)

시편 27편 1-14절

1 주님이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신데,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이 내 생명의 피난처이신데,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랴?

2 나의 대적자들, 나의 원수들, 저 악한 자들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다가왔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졌구나.

3 군대가 나를 치려고 에워싸도, 나는 무섭지 않네. 용사들이 나를 공격하려고 일어날지라도, 나는 하나님만 의지하려네.

4 주님, 나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있습니다. 나는 오직 그 하나만 구하겠습니다. 그것은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면서 주님의 자비로우신 모습을 보는 것과, 성전에서 주님과 의논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5 재난의 날이 오면, 주님의 초막 속에 나를 숨겨 주시고, 주님의 장막 은밀한 곳에 나를 감추시며, 반석 위에 나를 올려서 높여 주실 것이니,

6 그 때에 나는 나를 에워싼 저 원수들을 내려다보면서, 머리를 높이 치켜들겠다. 주님의 장막에서 환성을 올리며 제물을 바치고, 노래하며 주님을 찬양하겠다.

7 내가 주님을 애타게 부를 때에, 들어 주십시오.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응답하여 주십시오.

8 주님께서 나더러 "내게 와서 예배하여라" 하셨을 때 "주님, 내가 가서 예배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으니,

9 주님의 얼굴을 내게 숨기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의 종에게 노하지 마십시오. 나를 물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은 나의 도움이십니다. 나를 버리지 마시고,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은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이십니다.

10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는 나를 버려도, 주님은 나를 돌보아 주십니다.

11 주님, 주님의 길을 나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내 원수들이 엿보고 있으니, 나를 안전한 길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12 그들이 거짓으로 증언하며, 폭력을 휘둘러서 나에게 대항해 오니, 내 목숨을 내 원수의 뜻에 내맡기지 마십시오.

13 이 세상에 머무는 내 한 생애에, 내가 주님의 은덕을 입을 것을 나는 확실히 믿는다.

14 너는 주님을 기다려라. 강하고 담대하게 주님을 기다려라.

말씀

창세기 15:1-12, 17-18

1 이런 일들이 일어난 뒤에, 주님께서 환상 가운데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너의 방패다. 네가 받을 보상이 매우 크다." 2 아브람이 여쭈었다. "주 나의 하나님, 주님께서는 저에게 무엇을 주시렵니까? 저에게는 자식이 아직 없습니다. 저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식이라고는 다마스쿠스 녀석 엘리에셀뿐입니다. 3 주님께서 저에게 자식을 주지 않으셨으니, 이제, 저의 집에 있는 이 종이 저의 상속자가 될 것입니다." 아브람이 이렇게 말씀드리니, 4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 아이는 너의 상속자가 아니다. 너의 몸에서 태어날 아들이 너의 상속자가 될 것이다." 5 주님께서 아브람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그리고는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자손이 저 별처럼 많아질 것이다." 6 아브람이 주님을 믿으니, 주님께서는 아브람의 그런 믿음을 의로 여기셨다. 7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주다. 너에게 이 땅을 주어서 너의 소유가 되게 하려고, 너를 바빌로니아의 우르에서 이끌어 내었다." 8 아브람이 여쭈었다. "주 나의 하나님, 우리가 그 땅을 차지하게 될 것을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9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 삼 년 된 암송아지 한 마리와 삼 년 된 암염소 한 마리와 삼 년 된 숫양 한 마리와 산비둘기 한 마리와 집비둘기 한 마리씩을 가지고 오너라." 10 아브람이 이 모든 희생제물을 주님께 가지고 가서, 몸통 가운데를 쪼개어, 서로 마주 보게 차려 놓았다. 그러나 비둘기는 반으로 쪼개지 않았다. 11 솔개들이 희생제물의 위에 내려왔으나, 아브람이 쫓아 버렸다. 12 해가 질 무렵에, 아브람이 깊이 잠든 가운데, 깊은 어둠과 공포가 그를 짓눌렀다.

17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리니, 연기 나는 화덕과 타오르는 횃불이 갑자기 나타나서, 쪼개 놓은 희생제물 사이로 지나갔다. 18 바로 그 날, 주님께서 아브람과 언약을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내가 이 땅을, 이집트 강에서 큰 강 유프라테스에 이르기까지를 너의 자손에게 준다."

빌립보서 3:17-4:1

17 형제자매 여러분, 다 함께 나를 본받으십시오. 여러분이 우리를 본보기로 삼은 것과 같이, 우리를 본받아서 사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십시오.

18 내가 여러분에게 여러 번 말하였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19 그들의 마지막은 멸망입니다. 그들은 배를 자기네의 하나님으로 삼고, 자기네의 수치를 영광으로 삼고, 땅의 것만을 생각합니다. 20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구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1 그분은 만물을 복종시킬 수 있는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변화시키셔서, 자기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이 되게 하실 것입니다.
 

4:1 그러므로 사랑하고 사모하는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나의 기쁨이요 나의 면류관인 사랑하는 여러분, 이와 같이 주님 안에 굳건히 서 계십시오.

누가복음 13:31-35

31 바로 그 때에 몇몇 바리새파 사람들이 다가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여기에서 떠나가십시오. 헤롯 왕이 당신을 죽이고자 합니다." 32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그 여우에게 전하기를 '보아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귀신을 내쫓고 병을 고칠 것이요,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끝낸다' 하여라. 33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내 길을 가야 하겠다. 예언자가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34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사람들을 돌로 치는구나! 암탉이 제 새끼를 날개 아래에 품듯이, 내가 몇 번이나 네 자녀를 모아 품으려 하였더냐! 그러나 너희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35 보아라, 너희의 집은 버림을 받을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말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다' 할 그 때가 오기까지, 너희는 나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적용 질문

- 오늘의 말씀을 읽으며 서로 의미가 통하거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을 떠올려봅시다. 가장 크게 떠오른 한 단어, 혹은 한 구절이 있나요?

-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우리가 가야할 길(눅 13:33)은 어디일까요? 각자의 소명 혹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종착지를 생각해 봅시다.

내 길을 가야 하겠다

사순절 둘째 주를 맞이했습니다. 사십일의 절기는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기간이지만 또한 "나를 따라오너라"하고 말씀하신 주님의 뒤를 쫓아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님이 걸어가신 길은 결코 편하고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누가복음 본문은 몇 사람이 다가와 예수님을 죽이고자 하는 헤롯의 계획을 일러 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계획을 알려 준 이들이 바리새파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바리새인을 예수님의 가르침에 반대하는 사람들로만 알고 있던 분이라면 분명 낯설게 보일 수도 있는 장면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그 지역에서 떠나게 하려는 바리새파의 계략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지만, 저는 불의한 폭력에 맞서 평소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연대하는 일은 오늘이나 그때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대를 초월해서 그래야만 하고요.

여기서 등장하는 헤롯은 당시 갈릴리 지방을 다스리던 헤롯 안티파스를 가리킵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던 세례 요한을 참수해 죽인 잔인한 왕이었지요. 헤롯은 세례 요한의 뒤를 이어 하나님나라를 선포하는 예수님마저 정치적 위협으로 여겨 죽이려 했던 것입니다. 정적을 모두 죽여 없애고자 하는 비정한 권력자의 모습에서,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라면 이런 위협에 당장 기가 꺾였을 것 같은데, 예수님은 두려워하기는커녕 헤롯을 '여우'라고 부르면서 더 강한 어조로 권력자를 비판합니다. '여우'는 일차적으로 헤롯의 간교함을 풍자하는 표현일 수 있지만, 뒤에 나오는 '암탉'과 대비되는 표현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한번 갈릴리 시골 마을의 풍경을 떠올려 보세요. 밤낮으로 자신의 새끼들을 품고 보살피는 암탉과, 어둠을 틈타 농가에 내려온 여우가 병아리를 물어 죽이는 장면을 말이에요. 헤롯이 하는 일은 백성들을 괴롭히고, 착취하고, 죽이는 일이었지만, 예수님이 하는 일은 귀신을 내쫓고, 병을 고치며,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살리는 이 일이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셨고,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나는 내 길을 가야 하겠다"고 결연히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계속해서 걸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여정의 종착지는 예루살렘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은 하나님이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성전의 도시입니다. 하나님은 예언자를 통해 자신은 성전에 거하는 존재가 아님을 말씀하셨지만, 사람들은 마치 하나님을 성전에 모셔 둘 수 있는 우상처럼 대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는 것은 일상에서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었지만, 예루살렘은 제사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심지어 바른 소리하는 예언자를 핍박하고 죽이기를 일삼았습니다.

주님은 갈릴리 변방에서 활동을 시작하셨지만, 결국 이 예루살렘이 사람들을 하나님에게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핵심적인 장소임을 간파하셨습니다. 13장 34절에 나오는 예수님의 탄식은 사람들을 붙잡고 있는 이 도시의 영적인 죄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예수님은 이 거짓된 종교 체계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가야만 하셨습니다.

세속성자 여러분. 오늘날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예루살렘은 과연 어디일까요? 우리는 주님의 뒤를 따라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함께 붙잡고 싶습니다.

장운영 / 당인리교회

세속성자의 기도

사순절의 기도 2 - 집중과 절제

사순절의 둘째 주일을 맞으며 우리를 다듬으시는 주님, 당신께 우리를 맡깁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어,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과 절제력을 우리에게 주소서. 우리를 가리고 치장했던 불안을 벗어 던져 버리고 순수하고 단순한 모습으로 주님 앞에 서게 하소서. 마음에 덕지덕지 붙은 세상의 더께들을 떼어 내고 우리의 참자아를 마주하게 하소서. 손톱자국이 나도록 꼭 움겨쥐었던 욕망에서 손 놓고 자유를 얻게 하소서. 사순절 기간 우리의 경건 훈련이 단순히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더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되도록, 우리 삶을 더 단순하고 가볍게 하소서. 더 투명하고 맑게 하소서.

한국의 시국을 위해 기도합시다.

정의의 하나님, 날씨에서는 이제 봄기운이 느껴지지만, 이 나라는 아직 지난 겨울의 냉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가 석방되고, 탄핵 선고가 빨리 내려지지 않아 불안하고 초조한 저희 마음을 헤어려 주소서.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의 싹이 터오는 지금, 우리가 정의가 바로서는 현실을 보고 희망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 겨울을 보내는 동안 우리 사회에는 절망스러운 문제가 많이 드러나 아프기도했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열망과 에너지도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 이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판결과 심판이 속히 이루어져 도려내야 할 것들은 도려내고 고쳐야 할 것을 하나씩 고쳐가 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나라가 정의 위에서 새로워질 수 있도록, 생명과 평화로 이어지는 더 나은 내일을 맞을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소서.

교회가 넓은 품을 갖고 환대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합시다

다양한 지체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되게 하시고 교회로 세우신 주님, 우리 교회의 품이 하나님의 사랑만큼 넓어지도록 이끌어 주소서. 최근 광장에 나와서 기독교의 이름을 내세우고 교회를 참칭하는 이들이 표독스럽게 쏟아내는 말들을 듣고 있으면 우리가 가진 신앙이 이렇게 좁고 볼품없는 것이었나 싶어 슬퍼집니다. 세상을 살리고 환대하기 보다는 짓밟고 군림하려는 욕심만 가득해 보이는 저 태도가 어떻게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요. 서로 편을 가르고 증오하고 정죄하는 저 언어가 어떻게 복음의 언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 우리가 사랑을 잃고, 믿음을 잃게 되었을까요. 주님 간절히 기도하오니 오늘 우리들의 교회가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종도 자유인도, 남자도 여자도 없이 오로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새롭게 된 하나만 있다는 품 넓은 신앙 고백과 용감한 사랑의 실천, 급진적 환대가 있는 공동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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