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34:29-35, 시 99, 고후 3:12-4:2, 눅 9:28-43a
|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
사순절을 앞둔 주현절 마지막 주일을 '산상 변모 주일'로 지킵니다. 이 날은 구약의 언약이 성취된 것과 그리스도의 신성과 영광을 기념하며, 이제 그 영광과 고난을 함께 묵상할 사순절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날입니다.
| 본기도 |
영광중에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화하셔서 그 신성과 능력을 증언하셨습니다. 우리도 그 빛을 바라보게 하시고, 일상의 어둠과 혼란 속에서도 그 영광을 기억할 수 있게 이끌어주소서. 또한 주님의 고난의 길을 따라가면서도 그 영광과 빛을 이 세상 곳곳에 전하고 나누는 자들이 되도록 인도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찬양 |
신비의 구름(황푸하) /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찬 442)
시편 99편 1-9절
1 주님께서 다스리시니, 뭇 백성아, 떨어라. 주님께서 그룹 위에 앉으시니, 온 땅아, 흔들려라.
2 시온에 계시는 주님은 위대하시다. 만백성 위에 우뚝 솟은 분이시다.
3 만백성아, 그 크고 두려운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주님은 거룩하시다!
4 주님의 능력은 정의를 사랑하심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공평의 기초를 놓으시고, 야곱에게 공의와 정의를 행하셨습니다.
5 우리의 주 하나님을 찬양하여라. 그분의 발 등상 아래 엎드려 절하라. 주님은 거룩하시다!
6 그의 제사장 가운데는 모세와 아론이 있으며, 그 이름을 부르는 사람 가운데는 사무엘이 있으니, 그들이 주님께 부르짖을 때마다, 그분은 응답하여 주셨다.
7 주님께서 구름기둥 속에서 그들에게 말씀하시니, 그들이 그분에게서 받은 계명과 율례를 모두 지켰다.
8 주 우리 하나님, 주님께서 그들에게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들이 한 대로 갚기는 하셨지만, 주님은 또한, 그들을 용서해 주신 하나님이십니다.
9 주 우리 하나님을 높이 찬양하여라. 그 거룩한 산에서 그분을 경배하여라. 주 우리 하나님은 거룩하시다.
| 말씀 |
출애굽기 34장 29-35절
29 모세가 두 증거판을 손에 들고 시내 산에서 내려왔다. 그가 산에서 내려올 때에, 그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주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었으므로 얼굴에서 그렇게 빛이 났으나, 모세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였다. 30 아론과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이 모세를 보니, 모세 얼굴의 살결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에게로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하였으나, 31 모세가 그들을 부르자, 아론과 회중의 지도자들이 모두 그에게로 가까이 갔다. 모세가 먼저 그들에게 말을 거니, 32 그 때에야 모든 이스라엘 자손이 그에게로 가까이 갔다. 모세는, 주님께서 시내 산에서 자기에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그들에게 명하였다. 33 모세는, 그들에게 하던 말을 다 마치자, 자기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다. 34 그러나 모세는, 주님 앞으로 들어가서 주님과 함께 말할 때에는 수건을 벗고, 나올 때까지는 쓰지 않았다. 나와서 주님께서 명하신 것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 때에는, 35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게 되므로, 모세는 주님과 함께 이야기하러 들어갈 때까지는 다시 자기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다.
고린도후서 3장 12-18절, 4장 1-2절
12 우리는 이런 소망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주 대담하게 처신합니다.
13 모세는,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 얼굴의 광채가 사라져 가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그 얼굴에 너울을 썼지만, 그와 같은 일은 우리는 하지 않습니다. 14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의 생각은 완고해졌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그들은, 옛 언약의 책을 읽을 때에, 바로 그 너울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너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15 오늘날까지도 그들은, 모세의 글을 읽을 때에, 그 마음에 너울이 덮여 있습니다. 16 그러나, "사람이 주님께로 돌아서면, 그 너울은 벗겨집니다." 17 주님은 영이십니다. 주님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습니다.18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어버리고, 주님의 영광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여, 점점 더 큰 영광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은 영이신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4:1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를 힘입어서 이 직분을 맡고 있으니, 낙심하지 않습니다. 2 우리는 부끄러워서 드러내지 못할 일들을 배격하였습니다. 우리는 간교하게 행하지도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진리를 환히 드러냄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모든 사람의 양심에 우리 자신을 떳떳하게 내세웁니다.
누가복음 9장 28-43절
28 이 말씀을 하신 뒤에, 여드레쯤 되어서,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러 산에 올라가셨다. 29 예수께서 기도하고 계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변하고, 그 옷이 눈부시게 희어지고 빛이 났다. 30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이 나타나 예수와 더불어 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31 그들은 영광에 싸여 나타나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그의 떠나가심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32 베드로와 그 일행은 잠을 이기지 못해서 졸다가, 깨어나서 예수의 영광을 보고, 또 그와 함께 서 있는 그 두 사람을 보았다. 33 그 두 사람이 예수에게서 막 떠나가려고 할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여기서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초막 셋을 지어서, 하나에는 선생님을, 하나에는 모세를, 하나에는 엘리야를 모시겠습니다."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였다. 34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구름이 일어나서 그 세 사람을 휩쌌다. 그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35 그리고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났다. "이는 내 아들이요, 내가 택한 자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36 그 소리가 끝났을 때에, 예수만이 거기에 계셨다. 제자들은 입을 다물고, 그들이 본 것을 얼마 동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37 다음날 그들이 산에서 내려오니, 큰 무리가 예수를 맞이하였다. 38 그런데 무리 가운데서 한 사람이 소리를 크게 내서 말하였다. "선생님, 내 아들을 보아주십시오. 그 아이는 내 외아들입니다. 39 귀신이 그 아이를 사로잡으면, 그 아이는 갑자기 소리를 지릅니다. 또 귀신은 아이에게 경련을 일으키고, 입에 거품을 물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상하게 하면서 좀처럼 떠나지 않습니다. 40 그래서 선생님의 제자들에게 귀신을 내쫓아 달라고 청하였으나, 그들은 해내지를 못했습니다." 41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여!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며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하겠느냐? 네 아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42 아이가 예수께로 오는 도중에도, 귀신이 그 아이를 거꾸러뜨리고, 경련을 일으키게 하였다. 예수께서는 그 악한 귀신을 꾸짖으시고, 아이를 낫게 하셔서, 그 아버지에게 돌려주셨다. 43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을 보고 놀랐다. 사람들이 모두 예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서 감탄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적용 질문 |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 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오늘 새로운 얼굴로 만난 주님께서 나에게 가라고 하시는 일상의 자리가 있는지 돌아봅시다.
| 산에서 내려왔다 |
세례받고 그리스도인이 되어 살아도 주님과 멀어졌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내 뜻대로 사는 것은 아닌지, 내 삶 가운데 주님이 있는지 묻게 됩니다. "주님. 제가 주님을 잊어버렸나요?" 하고 묻는 질문 가운데도 위로의 답변이 금방 들리지 않아 '덜컥' 겁이 나고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기어코 다시 돌이켜 주님을 가슴속에 새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 때, 바로 서고 싶을 때 나를 붙잡는 말씀을 마주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전례 독서를 바라보기를 요청 드립니다.
'관상'은 깊고 고요한 기다림 끝에 "바라봄"을 담습니다. 소리가 모두 사라지고 심지어 '나'도 없어지는 순간, 우리가 마주한 얼굴이 '너'나 '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관상기도는 이 상태로의 초대이며 결국은 다시 '보게' 되어 회심하게 됩니다. 관상, '다시 깊이 보고 새김'은 사람을 돌아서게 하며 결국 다른 자리로 닿게 하는 뱃사공의 방향키입니다. 결국 관상은 더 본질과 가까워지는 부르심을 회복하는 시간이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변을 가진 구체적인 기도를 말합니다. 오늘 본문은 주님을 잊은 지 오래된 자들을 위한 성경 본문입니다.
그러나 신학적으로 간혹 모세에게 주어진 야훼의 얼굴을 보게 된 사건이나 루가복음의 변화산 사건을 특권을 강화하는 관점으로 해석하는 해석을 듣게 됩니다. 정말, 하느님께서 분명 '특별히 더 사랑하는' '종'과 '계층'과 '젠더'를 강화하기 위해서 이런 특별한 시간을 허락하셨던 것일까요? 우리의 기도가 '더 받기' 위해서나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면 그 기도는 그러지 못한 이들에게 미안함을 포함해야만 할 것입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일부에게만 하느님의 사랑이 거하게 머물고 유지되는 것 같은 오만한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요청받는 일입니다.
주님께서 정말 특권을 강화하려고 이런 말씀을 기록하셨을까요? 그보다는 주님의 모습을 잊은 이들에게 다시금 그 모습을 새겨 주시는 말씀일 것입니다. 모세는 종족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간 그 산에서, 불타는 떨기나무를 보고 이미 주님을 만났습니다. 또 변화산에 올라간 제자들은 주님께서 물고기 잡은 후에 소득 없이 지쳐 있다가 그물을 벗어 버리고 주님을 따르라는 부르심을 들었던 이들입니다. 이미 주님의 사명을 받고 부르심을 전부로 살았던 이들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다 또 복음을 전하다가 주님의 얼굴이 까마득해지고 그 얼굴을 잊게 된 때가 있었던 것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고 실패하는 일들 가운데 놓여 있는 이들이 새로운 부르심을 듣게 되는 시간이 오늘 전례 독서 중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두 번째의 부르심입니다. 주님 한 말씀에 따라서 나선 이들이 그 길 가운데 스스로를 점검하고 무엇을 위해서 걸어가게 되었는가를 알아보고 기도 가운데 그 길을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다시금 그 얼굴을 마주하게 하고 나의 하느님이 아니라 공공의 하느님, 만물을 이롭게 하시는 하느님을 회복하고 다시 그 길에 서는 제자들이 되기를 요청하는 말씀입니다.
기도하고 산을 내려온 이들에게 침묵과 너울을 주시면서 나를 드러내는 대신에 들어 주고 자리를 양보하고 아픈 이들을 만날 것을 요청하는 복음이, 오늘 말씀 속에서 마주하는 주님의 부르심입니다. 우리의 자리를 바꾸어서 관상의 시간이 이루어지며 우리의 일상 가운데 주님께서 다시 오심을 경험하는 '다시 복음의 시간'이 오늘의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삶 가운데 당신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주님께서 요청하신 사랑을 다시 새기는 변화가 일어나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아멘.
이쁜이 / 성공회 원주교회 사제
*신명과 성경 인물 표기는 필자의 성공회 전통을 존중하여 그대로 싣습니다.
| 세속성자의 기도 |
3월, 경건하고 교제가 있는 사순절이 되기를 기도합시다.
생명의 하나님, 3월의 모든 걸음을 당신께 맡깁니다.우리를 가두는 과거의 상처와 그림자를 하나님께 내맡기게 하시고, 오늘의 불안과 두려움을 주님께 털어놓을 용기를 주소서. 우리의 죄성을 깨닫게 하시며 우리가 언제든 틀릴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게 하소서. 우리를 너그럽게 용서하실 하나님을 신뢰하게 하소서. 광야에서 기도하신 예수를 기억하며 새로운 신앙의 습관과 감각을 기르게 하소서. 구약의 경고와 신약의 약속을 되새기며 평등하고 생명을 앞세우는 세상을 꿈꾸게 하소서. 그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오늘 우리의 마음을 회복시키소서. 하나님께서 서로 사귀며 기쁨 누리시듯, 우리도 벗들과 기쁨으로 사귀게 하소서.
시국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위해 기도합시다.
긍휼이 많으신 주님, 지난 12월 3일 이후 혼란에 빠진 우리를 건져 주소서.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의 안위를 위협한 권력자들은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며 도리어 국민의 마음을 분열시켜 더 큰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주님,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만 도모하는 이들을 용서하지 마소서. 심판의 시간을 지나 정의의 판결대 앞에 서게 하소서.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관들을 인도하셔서 폭력적 외압에 굴하지 않는 공의로운 판결을 내리게 하시고, 결과가 어떠하든 사회적 안녕을 도모하는 일에 우리의 마음이 모아지게 하소서. 주님, 사회를 혼란케 하는 일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는 이 현실이 너무 슬프고 두렵습니다. 신앙을 앞세우고, 망상에 휩싸여, 폭력을 정당화하는 종교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의 입을 막아 주시고, 손과 발을 붙들어 매소서.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진리는 오직 사랑과 정의에 뿌리 박혀 있음을 깨닫고 돌이키게 하소서. 이 혼란한 시국을 잠잠케 하시고 오직 사랑과 정의의 나라로 우리를 이끌어 주소서.
생태와 환경을 위해 기도합시다
창조하시고 살림하시는 주님께 우리가 기도하오니, 주님께서 지으시고 돌보시는 만물이 오래도록 선하고 아름답게 보존되게 하소서. 날이 갈수록 기후 재난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시기지만, 봄이 얼마나 짧을지 걱정하고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염려가 깊습니다. 생태계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우리의 지향과 실천을 적극적으로 가다듬게 하소서. 인간의 편리와 번영만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우리가 모든 세계와 연결되어 창조된 존재, 햇빛과 땅, 각양 동물과 식물을 통해 오는 은총에 힘입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창조주 하나님을 바르게 예배하는 법을 배우기를 원하오니 우리에게 생태적 감수성과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