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첫 시국 기도회…김의식 목사 등 교단 내 문제도 지적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영걸 총회장) 목회자들이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교회와 사회 대전환을 위한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예장시국기도회준비위원회 주최로 2월 20일 열린 기도회에는 예장통합 목회자 150여 명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 개신교 세력을 규탄했다.
주최 측은 이날 기도회를 연동교회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교회 측의 거부로 인근 한국기독교회관 앞 거리에서 진행했다.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는 "근처 교회에서 기도회를 한 후 행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교회와 교단 본부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이게 오늘 우리 교회와 사회가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예장농촌목회자협의회 회장 이상은 목사(푸른마을교회)는 내란범들이 제대로 처벌받고 평화와 정의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반헌법적이고 비정상적인 권력 구조를 만들고 있는 어리석은 자들이 당장 권력을 내려놓고 정당한 심판을 받게 해 달라. 또한 내란 정부를 옹호하고 비상계엄의 선포 원인을 국회에 두며 각종 유언비어로 나라를 혼란케 하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올바로 서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예장통합 전 총회장 정영택 목사는 '각성으로서의 기도'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정 목사는 "기도회가 참 많지만, 각성 없는 기도는 공허할 뿐이다. 기도회 내용의 가장 핵심은 각성이며, 각성은 곧 회개다. 나는 탄핵의 반대나 찬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념이나 사상을 초월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과 손 아래에 있다는 걸 확신하고 기도해야 한다. 자기 각성, 공동체의 각성, 역사의식의 각성을 지니고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는 연대 발언에서,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킨 대통령뿐만 아니라 극우 개신교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의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광훈·손현보 목사와 같이 정치권력과 맘몬을 탐하는 극우적 기독교 근본주의가 위험할 정도로 한국교회에 횡행하며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며, 여야의 문제도 아니다.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문제와도 성격이 다르다. 12·3 사태는 하나님의 계시적 가치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폭거"라고 말했다.
정종훈 교수(연세대)는 윤석열 정권 동안 한국교회가 수많은 과오를 저질러 왔다며, 탄핵 이후에는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내란 옹호 정당 국민의힘, 그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발악하고 있지만 윤석열 파면은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한국교회다. 무속에 의지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치하하고 축복하며 지지했다. 국가 조찬 기도회에서 느헤미야와 같은 지도자라며 띄우고 격려했다. 윤석열이 자기 과실을 면피하고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쌍수 들어 환대했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해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주 전도사(포도나무교회)는 계엄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자던 이찬수 목사를 언급하며 "계엄으로 어떤 교회가 불의에 침묵하는지, 어떤 교회가 거짓을 따라가고 있는지 분명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12·3 계엄이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의 전화위복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내란 세력뿐 아니라 예장통합 교단 내 문제도 지적했다. 총회MK사역위원회 강지연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을 두둔하는 선배 목회자들을 보았다며, "교회는 문제의 근본 원인인 맘몬 신앙과 교권주의에 대해 회개하기보다는 오만한 선민의식으로 해악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계엄 사태에도 개신교 목회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우리가 섬겨야 할 사람들은 교회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추운 광장에도 있다. 들리는 복음에서 보이는 복음으로 변화하자"고 말했다.
김영준 목사(민들레교회)는 "비상계엄은 해제되었고 윤석열은 파면될 것이지만 일상에서 비상계엄같이 무서운 시간을 지나는 사람이 있다"면서,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총회 헌법 시행 규정 제2장 제26조 12항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왕보현 장로(남대문교회)는 불륜 의혹으로 교단을 혼란에 빠트린 전 총회장 김의식 목사의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교단 전 총회장은 온 교회를 부끄럽게 했다. 반성도, 책벌도 아무것도 없었다. 교회는 이미 세상에 큰 짐이 되었다. 교회가 세상을 편 가르고 평화를 깨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새로운 씨앗을 뿌리자, 묵은 땅을 갈아엎자"는 구호를 외친 뒤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까지 침묵으로 행진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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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사회 대전환을 위한 예장시국기도회 성명서 12·3 비상계엄 선포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었습니다. 이에 맞선 시민들의 평화로운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이 나라를 지켜 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의 거짓 선동과 가짜 뉴스의 준동으로 우리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헌법기관인 서울서부지법이 폭도들에 의해 점거되는 충격적 사태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이는 반국가적 내란 행위며 대통령 탄핵과 함께 이들에 대한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가담한 일부 폭도들이 특정 교회 소속임이 밝혀졌고, 교회 이름으로 탄핵 반대 집회를 일삼는 행태에 많은 그리스도인과 국민이 놀랐습니다. 불의를 옹호하며 선동하는 그들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왜곡한 그들의 행위는 반사회적·반교회적 사이비 집단일 뿐이며 교회와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긴 침묵과 방관은 진실과 정의에 목마른 국민의 간절함을 외면하고 불의한 집단과 내란을 묵인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교회를 가장한 이들의 역겨운 행동을 방관해 온 우리는 하나님과 국민 앞에 죄스러움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저희가 부족했고, 저희가 죄인입니다. 그러나 12·3 내란 사태 이후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어둡지만은 않았습니다. 우리는 교회 밖 세상에 밝은 빛으로 임하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국회에 난입한 군인들의 총칼 앞에 시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비폭력 평화 시위로 대응했고, 용기 있는 수많은 시민의 생명 의지가 노래와 떼창, 춤, 공연, 해학으로 터져 나와 평화의 빛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노래와 춤이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서 20·30세대, 10·20세대들이 기성세대들과 함께 이 나라의 자유, 민주, 정의, 평화를 향한 공감과 연대를 이루고 생명 의지를 북돋웠습니다. 시민들이 흔드는 응원 봉은 생명과 평화의 상징이 되었고, 누구도 꺾을 수 없는 파도가 되어 출렁였습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더불어 살 수 있는 정의로운 평화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쏟아냈고, 그곳에는 거짓 선동과 폭력 부추김, 내란 옹호와 분노도 없었습니다. 민주주의의 학습장이 된 광장에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의 빛이 비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와 교회 내 거짓과 폭력을 몰아 내고, 얼어붙은 민주의 대지 위에 평화의 꽃을 피워 내고자 하는 국민과 그리스도인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힙니다. 하나. 우리는 교회를 가장해 거짓 선전, 혐오 조장, 폭력 선동,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반사회적·반교회적 사이비 집단을 사회와 교회로부터 퇴출에 적극 나선다. 각 교단 총회가 이들에 대해 사이비 이단 규정을 결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나. 우리는 총회 헌법(세습금지법)을 유린하고 옹호하여 교회와 사회로부터 불신을 받는 교권주의자들과 비호 세력에 맞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바로 세우고 교회의 공공성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하나.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유는 민주 공화제와 민주주의를 통해 꽃을 피운다. 우리는 내란 사태의 주범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판결, 내란 옹호 및 준동 세력에 대한 준엄한 법적 처벌, 국회의 내란 특검으로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종결되길 바라며, 교회와 사회가 공의롭고 평등하게 대전환을 이루도록 앞장선다. 오늘 함께한 우리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는 말씀을 품고, 정의와 민주주의, 생명과 평화, 교회와 사회의 대전환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를 것이다. 2025년 2월 20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