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시국 기도회…"한국교회, 분열 멈추고 참된 평화 실천해야"

1월 18일 4차 시국 기도회가 열렸다. 윤석열폭정종식그리스도인모임 김영주 목사가 축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1월 18일 4차 시국 기도회가 열렸다. 윤석열폭정종식그리스도인모임 김영주 목사가 축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4차 시국 기도회가 1월 18일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인근에서 열렸다. 1월 16일 비상계엄으로 정국을 마비시킨 지 한 달 만에, 친위 쿠데타 시도의 주범인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치소에 들어간 후 처음 열리는 시국 기도회다. 이날 기도회는 때마침 한파가 물러가고 기온이 크게 올라 포근한 날씨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의 표정은 한결 가벼웠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이뤄져 '퇴진 이후의 새로운 세상'이 한층 더 가까워진 가운데, 기도회 참가자 80여 명은 한국 사회가 조만간 맞이해야 할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며 기도회에 참여했다. 

시국 기도회 주최 측은 '새 세상'을 맞기 위해 여러 준비를 했다. '안전하고 평등한 시국 기도회'를 만들겠다며 공동의 약속문을 읽었다. 참석한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예배가 되기를 바라며 △평등과 포용의 원칙 △차별과 혐오 금지 △집회 발언자가 문제를 야기할 시 즉각 대응 △생태 보호와 책임 있는 참여 등을 약속했다. 이어 "노동자를 억압하고 소수자를 차별하는 정권을 끌어내고 퇴진시키는 일 그 너머로 전진하게 도와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장예정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장예정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먼저 마이크를 잡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활동가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연대하자고 말했다. 장예정 활동가는 "저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우리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선을 그어 보려고 한다. 감리회 교리와장정 3조 8항 폐지와 출교당한 목사들의 복직, 세종호텔 노동자와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로 농성장을 접는 것, 동성 부부가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로 살아가는 것, 이주 노동자의 집이 비닐하우스가 아닌 집 같은 집이 되는 것. 이렇게 한 줄 한 줄 우리가 물러설 수 없는 선을 이어 가다 보면 우리는 사회의 새로운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에게 총을 겨눈 대통령을 깃발과 응원 봉으로 탄핵시킨 시민들 가운데 종교와 종교인들이 있었다는 걸 계속해서 말해 달라고 했다. 장예정 활동가는 "윤석열을 지키려 목소리 높이는 자들의 중심에 기독교가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 수감되는 대통령이 될 것이고, (박근혜에 이어) 두 번째로 파면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될 이 사회의 미래에, 여기 모인 교회들이 저들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 새로 열릴 그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출발할 평등한 세상에 교회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이민희 목사는 교회가 묵은 땅을 갈아엎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민희 목사는 교회가 묵은 땅을 갈아엎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설교를 맡은 옥바라지선교센터 이민희 목사는 교회가 묵은 땅을 갈아엎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자신 외에 관심도 없고, 돈과 권력을 얻는 일에만 발 벗고 나서며, 누가 쫓겨나거나 죽어 가도 무관심한 '굳은 땅'과 같은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바로 '기경'이다. 아직 추운 날씨, 본격적으로 씨 뿌리는 시기가 다가오기 전, 다른 누가 나서서 하기 힘든 이 고된 일을 우리가 시작해야 한다. 고되고 지리한 혁명, 춥고 만만치 않은 좁은 길, 사각지대에서의 투쟁을 우리가 도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희 목사는 "이 일은 그리 크고 거창하지 않다. 눈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독교와 교회가 극우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회에 끼친 폐해를 회개하는 것, 그들의 행태를 선명하고 또렷하게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사랑과 포용, 용서와 연대의 모습으로 다양하고 아름답게 펼쳐 보이는 것, 교회에서만큼은 차별과 혐오가 아닌 모든 존재가 있는 그대로 그리스도의 구원 섭리에 속함을 당당히 선포하는 것, 쫓겨나고 빼앗기는 이들 옆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의 경륜을 설파하는 것, 그래서 진리와 평화가 당연함을 드러내자"고 말했다.

이 목사는 "우리가 땅을 부수고 돌을 골라내면서, 그렇게 작고 소박한 혁명을 이어 간다면, 그래서 힘없어 보이는 이들이 명맥을 이어 가고 누군가 목숨을 부지하기 시작한다면 어쩌면 사람들은 용기를 낼지도 모른다. 죽음의 골짜기와 다름없는 이 나라에서, 정치·경제·종교·교육이 온전한 인간과 공동체를 빚는 데 실패했음을 누누이 증거하는 이 절망적인 사회에서,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와 가능성이 곳곳에 스민 이 무서운 현실에서 주님 가신 그 길을 그대로 한번 따라가 보자. 그래서 삶이 견딜 수 없이 무겁고 괴로운 이들에게 우리가 비빌 언덕이 되어 주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참가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더불어숲동산교회 이도영 목사가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더불어숲동산교회 이도영 목사는 한국교회가 분열을 멈추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더불어숲동산교회 이도영 목사는 "온갖 무속 논란에도 윤석열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하고, 심지어는 내란을 정당화하고 탄핵과 윤석열 구속을 반대하는 무리의 중심에 기독교인들이 있다. 정의를 외쳐야 할 때임에도 침묵하거나 중립을 내세우거나, '지금은 기도해야 할 때', '우리가 먼저 회개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되고 있고 과거의 향수에 빠져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레트로피아를 구축하고 있다. 환대가 구원론의 본질을 차지하고 있는 종교인 기독교가 이제는 혐오의 종교로 전락했다. 자신을 방어하고자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할 뿐, 선교적 사명을 위해 경계를 넘어 그들의 이웃이 되려는 선교적 몸짓이 사라졌다"며 "한국교회가 섬기는 권력과 맘몬, 이데올로기라는 우상을 깨뜨려 달라. 한국교회가 분열을 멈추고 공평과 정의를 외치며 참된 평화를 실천하게 해 달라. 복음과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충남에서 올라왔다는 한 기도회 참가자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성인이 되고부터는 교회에 나가고 있지 않다.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하기 때문에 출석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신앙을 가지고 있어 오늘 무지개 띠를 매고 기도회에 참석했다. 차별 없는 예배를 드리니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그리스도인이 무지개 띠를 머리에 묶고 기도회에 참가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 그리스도인이 무지개 띠를 머리에 묶고 기도회에 참가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윤석열 지지 세력은 기도회를 향해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윤석열 지지 세력은 기도회를 향해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기도회가 열린 1월 18일 오후 2시는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가 진행됐다. 이르면 18일 밤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 곳곳에는 구속영장 기각을 요구하는 윤석열 지지 세력이 결집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제지에도 시국 기도회 참가자들을 향해 "마귀·사탄이다", "정신 차려라"라는 등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다. 

시국 기도회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계속해 갔지만, 주위에서 이를 지켜 보는 시민들은 저주를 퍼붓는 극우 세력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한 시민은 기자에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종교의 역할은 하나 되게 하는 것 아닌가. 극우 세력이 유튜브를 통해 계엄을 옹호하고 분열시키는 것을 정말 지켜 볼 수가 없다.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회들이 역할을 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경복궁까지 행진 후 범시민 집회 대열에 합류했다. 시국 기도회는 격주 토요일 오후 2시마다 계속해서 이어 질 예정이다. 주최 측은 2월 1일 오후 2시 보신각 앞에서 열리는 5차 시국 기도회에서 자신의 신앙과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 갈 새로운 세상에 대해 말하는 '오픈 마이크' 순서를 맡을 발언자를 모집하고 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시민대회에 합류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경복궁까지 행진 후 범시민 집회 대열에 합류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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