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보 목사 설교 문제점' 토론회…"체제 전쟁 주장하더니 교회가 특정 정당 곁에 서 버려"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정태진 총회장) 소속 목회자·교인들로 구성된 고신을사랑하는성도들의모임이 3월 24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의 설교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는 토론회를 열었다. 고신을사랑하는성도들의모임은 2월 20일 예장고신 총회 회관 앞에서 손 목사 규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손 목사가 예배의 본질을 어떻게 훼손시키고 있는지를 신학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번 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세이브코리아를 주도하며 극우 개신교의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는 손현보 목사는 예배 시간 과격한 구호를 설파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설교 제목만 봐도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이재명 치하에서 배급받고 살지 않으려면 일어나 항거하라", "작은 행동 위대한 역사 이재명은 끝났다" 등 일반적인 교회에서 할 법한 설교로 볼 수 없는 메시지를 생산해 냈다. 심지어 예배 중 "이재명은 끝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설교 강단을 정치 선동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예장고신 소속 두레교회 교인인 박민중 씨는 그리스도인이자 시민으로서 손현보 목사의 행태가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손현보 목사는 3주 연속 강단에서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자신의 생각을 설교로 둔갑시켰다. 주보에서도 담임목사의 주요 활동이 '3·1절 기념식 및 구국 기도회 인도', '세이브코리아 국가 기도회 참여 독려', '부산교육감 후보 선거 사무실 개소식 예배', '이승만 대통령 탄생 150주년 기념 예배 설교'다. 이를 보면 예배와 전도의 생명을 건 사역인지 이재명을 죽이는데 목숨을 건 것인지 하는 질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국제정치학을 공부 중이라는 박민중 씨는 손 목사의 행동이 '목회'가 아닌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손 목사는 하나님나라와 근대 국민국가를 동일시하고 있다. 예수님은 로마 통치하에 하나님나라를 외치며 이스라엘 국가를 설립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손 목사는 성경에 기반해 하나님나라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를 회복하기 위한 운동을 하는 것인지, 자유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국가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하라. 후자라면 목사 타이틀을 떼고 정치권으로 뛰어들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라. 지금은 교회 뒤에 숨어 정치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한국 사회와 정치를 더럽히고 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했다.
주님의보배교회 교인 배정운 씨도 "세계로교회의 주일예배에는 하나님이 없다.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고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면서 분열과 대립을 생성하고 있을 뿐이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교인들에게는 이재명이라는 이름과 미움과 증오, 자유민주주의가 붕괴될 것이라는 두려움만 남게 될 것"이라면서 "목사가 강단에 서서 이런 말을 하는데도 의구심을 갖거나 반론을 제시하지 않고 아멘으로 화답하고 구호를 따라 외치는 교인들만 있다는 것도 참 안타깝다. 이미 목사의 말이 하나님 말씀보다 높아졌다는 증거다. 예장고신 목사들은 동료 목사의 행태로 거룩한 예배가 훼손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왜 침묵하고 동조하고 있는가. 혹시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울까 염려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권수경 목사(일원동교회)는 교회의 정치 개입과 설교자의 책무에 대해 설명하면서 극우 세력과 결탁한 한국교회를 분석했다. 권 목사는 "기독교가 우세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부분 교회가 극우 세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제 교회가 극우 사상을 옹호하고 확산하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오늘날 교회는 주류라는 이름을 가진 자의 편을 들며 약자에 대한 배려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사회주의·공산주의를 들먹이며 강한 혐오감을 표현하는 것은 죄와 악에서 우리를 건지기 위해 구원자를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과는 반대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수경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에서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체제 전쟁,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대립으로 보는 기묘한 흐름이 있다. 국회·사법부·언론·경찰 등이 이미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자들의 거짓 선동에 넘어가 사회민주주의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이 이런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먼저 깨달은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선봉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체제 전쟁을 영적 전쟁으로 규정하고는 그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교회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더니 결국 교회가 특정 정당 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권 목사는 교회가 해야 할 일은 특정 정권과 친구나 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복음의 선포와 구현이라고 했다. 권 목사는 "많은 목사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한다. 이대로 두면 우리나라가 중국 같은 공산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며 막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억측과 선동이 많지만 설령 사실이라 해도 그런 염려나 활동이 교회나 목사의 1차 과제는 아니다. 고려시대 불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서 존재 의미를 찾았기에 호국 불교라는 이름을 얻었으나 교회는 호국 기독교가 아니"라고 말했다.
복잡성과 전문성이 높아진 시대에 교단이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권수경 목사는 "목사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교인을 온전하게 하는 일이다. 교인이 세상에 나가 자기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만드는 것이 목사의 역할인데 교회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깊은 연구와 신학적 원리로 분석하고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도, 이건 개인이 해내기 어려운 일이므로 교단적 차원의 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중 씨는 목사들이 교인들의 말을 잘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목사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화가 안 된다. 신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교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복잡하고 어렵다. 아는 척하지 말고 들어 달라. 목사들은 자꾸만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면서 답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