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신학생연합, 신학대학 공격하는 극우 개신교 세력 규탄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전국 신학생들이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극우 개신교 집회를 중단하고, 신학교가 극우 세력과 단절하길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신학생연합'은 전국 11개 신학교 72명이 연명한 시국 선언을 4월 18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발표했다.
전국신학생연합은 지난 3월 27일, 10개 대학, 105명의 신학생 이름으로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결이 국가 안녕과 회복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헌재를 향해 "신속히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시국 선언은 파면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극우 개신교의 선동을 중단하라는 취지에서 추가로 진행한 것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김운용 총장)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임재현 씨가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파면되었지만 전광훈, 손현보를 비롯한 극우 개신교 세력의 선동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으며, 경건과 학문의 장인 신학교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신학생과 교수들이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신학적 자정 능력을 상실한 채 이념 장사꾼들에게 아첨하는 이들을 규탄하고 극우 기독교 세력과 절연하자고 촉구하기 위해 성명문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발언자로 나선 숭실대학교(이윤재 총장) 기독교학과 재학생 이재영 씨는 극우 개신교 세력을 향해 "극단주의야말로 기독교 신앙과 거리가 먼 방식이다. 우리는 갈가리 나누어져 서로 피를 흘리고 있다. 우파 여러분 눈에 참상이 보이길 바란다. 선동꾼들의 가짜 정의에 더 이상 속지 마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신대학교(강성영 총장) 신학과에 재학 중인 이상훈 씨는 탄핵 촉구 목소리를 낸 신학생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고 시국 선언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어떤 학교에서 윤석열 탄핵에 목소리를 낸 신학생을 향해 무수한 악플과 뒷조사, 사상 검증 시도가 있었다"면서 "여전히 내란 세력 옹호와 폭동을 자극하는 한국교회와 신학교 내 세력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하나님 무서운 줄 알라. 지금 하는 행동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알고, 지금이라도 돌이키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을 선고했지만, 학내에서 극우 세력을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임재현 씨는 "김철홍 교수나 소기천 전 교수 같은 사람들이 잘못된 발언을 했을 때 비판하면 마치 좌익 세력의 준동처럼 표현한다. 오늘처럼 목소리를 내면 물리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 반국가 세력들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문에서 "우리의 신학은 이 땅에 돈과 권력이 아니라 희망과 사랑을 심는 학문이라야 마땅하고, 무비판적 수용이 아닌 신앙적 고뇌의 산실이어야 마땅하다"며 "극우 기독교 선동과 물질 욕망의 유혹에 굴복하지 말고, 신학과 신앙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여야 한다. 이제 회복을 위해 당당히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성명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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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에 물든 세력들은 더 이상 그리스도를 욕보이지 마라! 신학은 오직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증언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존엄을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하며, 교회를 사랑의 공동체로 세우기 위한 성찰이요 고백의 여정이다. 그리고 이 땅의 많은 신학교는 이와 같은 목표를 이룩하기 위하여 각자의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학문적 탐구와 진실한 신앙 고백을 통해 지금까지 몸부림쳐 왔다. 그러나 최근 극우 기독교 세력은 신학교를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과 상업적 이익을 위한 무대 장치로 삼고 있다. 이들은 신학의 언어에 극단적 이념과 배타적 정서를 삽입함으로써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명예와 학문적 자존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신학교는 하늘의 소망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분투하는 자리이지, 땅의 이익을 하늘의 뜻인 양 빙자하며 포장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 세력의 선동가들과 신학적 자성 능력을 상실한 교수들은 반그리스도교적 언어를 공공연히 신학교에서 떠들고 있다. 저 거짓 교사들은 비신학적 이념을 들여와 능력주의와 사회적 격차를 두둔하고, 타자에 대한 배제는 '진리 수호'로 포장하였다. 이러한 작태는 성령의 언어가 아니라 세속 권력의 언어를 신학교에 기재시키는 일이며, 복음의 보편성과 교회의 디아코니아적 책임을 철저히 파괴하는 일이다. 그저 세속 이념의 열화판에 불과한 정치 신학을 들고 들어온 저들의 규탄받아 마땅한 언행들은 교회의 정체성을 더럽히고, 신학교의 자율성을 파괴하며, 신학생들의 순수한 신앙을 조롱하는 반(反)신학적 폭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우리의 고질적 문제에 대하여 또 하나의 시국을 선언한다. 우리는 신학교가 돈과 권력을 휘두르는 부패한 교회에 굴복한 일개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됨을 다시 한번 선언한다. 우리는 어느 정치 이념과 정치 세력도, 어느 '돈줄'과 '연줄'도 교회의 본질 위에 존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작금의 신학교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려면 극우 기독교와의 명백한 절연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들과 기이한 동거는 신학교의 자율성을 갉아먹고, 공공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교회가 세상 앞에 보낼 신앙의 증언을 뒤틀어 놓는다. 이러한 뒤틀림과 타락에 대항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해 맞서고, 교회가 오래도록 수호해 온 신앙의 가치를 품고 맞설 것이다. 이에 전국의 모든 신학교와 신학 공동체, 그리고 한국 교계에 이 성명서를 전달한다. 우리의 의지로 신학교와 신학 교육의 이름과 그 과정을 더럽히는 극우 기독교 세력과 절연하자. 우리는 한국 교회를 일개 짠맛 잃은 소금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쉬이 짓밟히게 만들어 명예를 훼손시키는 데 앞장선 극우 기독교 세력을 규탄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음을 믿으며, 그 일을 위해 신학교 또한 존재함을 믿는다. 우리의 신학은 이 땅에 돈과 권력이 아니라 희망과 사랑을 심는 학문이라야 마땅하고, 무비판적 수용이 아닌 신앙적 고뇌의 산실이어야 마땅하다. 우리의 학문적 자존과 신학적 소명은 미래 세대에게 전해질 진정한 학문의 유산이자 사회정의 실현의 근간이 될 것이다. 극우 기독교 선동과 물질 욕망의 유혹에 굴복하지 말고, 신학과 신앙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여야 한다. 이제 회복을 위해 당당히 나아가자! 2025년 4월 18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