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신대 탄핵 반대 규탄 기자회견 기획한 조윤수·이준성 씨

3월 6일 총신대학교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3월 6일 총신대학교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3월 6일 오후 1시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교문 앞. 60여 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반성경적인 공산당·빨갱이를 막아야 한다"는 소리와 윤석열을 연호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총신대시국선언'이라는 이름으로 총신대 재학생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한다는 것이었는데, 정작 그 가운데 상당수가 외부인들이었다. 총신대 신학과·기독교교육과·사회복지학과 재학생 몇 명을 제외하고는 졸업생·목사·유튜버 등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고성을 질러 주변 참가자들이 환호를 하기도 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열리는 탄핵 반대 집회에는 극우 유튜버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탄핵 반대가 소수 의견임에도 다수의 주장인 것처럼 비춰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총신대학교 탄핵 반대 집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극우 유튜버 '책읽는사자'와 '전광훈TV' 등 외부 세력이, 총신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다고 홍보했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집회 후 백석대학교(장종현 총장)과 장로회신학대학교(김운용 총장)에도 함께해 달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예장합동 전 총회장 김선규 목사가 참여해 힘을 보탰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예장합동 전 총회장 김선규 목사가 참여해 힘을 보탰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총신대 교문 앞,  총신대시국행동이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자 가운데 길을 하나 두고 유튜버들이 맞불 집회를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총신대 교문 앞, 총신대시국행동이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자 가운데 길을 하나 두고 유튜버들이 맞불 집회를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정유라 씨를 비롯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정유라 씨를 비롯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편 '탄핵을 반대하는 소수 구성원의 목수리가 외부 세력에 의해 과대표되는 현상에 문제의식을 지닌 학생들도 있었다. 몇몇 총신대 재학생은 같은 시각, 맞은 편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소식을 접하고 용기를 낸 학생들을 응원하고자 찾아온 연대 시민들도 있었다. 

총신대학교 재학생과 시민들은 "최근의 몇몇 기독교인들은 내란적 계엄을 옹호하고 한국 사회의 갈등· 혐오·증오를 조장하고 있다. 신학과 경건을 갈고 닦아 한국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사명을 짊어질 총신대학생들이 이에 동조하는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규탄했다. 온라인 상으로 모집한 교계 단체와 시민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 맞은 편에서 총신대 재학생이 주도한 탄핵 반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탄핵 반대 집회 맞은 편에서 총신대 재학생이 주도한 탄핵 반대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는 3월 6일 총신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탄핵 반대 집회 규탄 기자회견을 기획한 총신대학교 재학생 이준성 씨(영어교육과·4학년) 와 조윤수 씨(역사교육과·4학년)를 만났다.

이 씨와 조 씨는 얼마 전부터 에브리타임(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 탄핵 반대 집회 홍보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탄핵을 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구성원 중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다고 했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라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사람의 의견을 공론장에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회 전날 한 유튜버가 영상을 올려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을 알아챈 순간,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세력이 총신대학교의 이름을 훔쳐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고 느껴진 것이다. 일부 개신교가 탄핵 반대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신교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총신대학교 학생 중에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총신대학교 주류 의견이 탄핵 반대로 인식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이준성 씨는 "사회에서는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이 다수다.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은 좌우를 떠나 건전한 사회 상식이다. 오늘의 상황을 봤을 때 우리 학교에서는 우리가 소수였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람이 탄핵돼야 하고 이 다음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보수와 진보가 갈리는 것인데 탄핵을 두고 찬반이 갈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탄핵 반대가 과잉 대표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총신대학교에서는 탄핵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낸 적도 없다. 이 씨는 학교에서는 기도하자는 말 뿐,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좁은 사회에서 목소리 내기가 더 어렵다. 학교가 워낙 작기 때문에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 같다. 약속한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정치적 무균실을 만들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성 씨(사진 왼쪽)와 조윤수 씨.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준성 씨(사진 왼쪽)와 조윤수 씨.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준성 씨는 "나는 신학적으로 보수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믿고 성서가 무오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어디에서도 불의한 세력을 옹호하라고 하지 않는다. 성경·하나님·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개혁주의 신앙의 핵심인데 저들은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기독교 신앙과 개혁주의를 더럽히지 말라"고 말했다.

조윤수 씨도 보수 기독교 교단이 자기의 삶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답답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여기서 얘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평생을 이 교단에 발 붙이고 살아온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이 곳을 버리고 떠나기 쉽지 않다. 이 안에서 계속 무언가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 달라. 욕을 해도 좋으니 일단 많은 관심과 연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말들이 모여 어떤 변화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했던 시민 A는 탄핵 반대 중심에 개신교가 있는 것을 두고, "사람들 마음에 위안을 주고 결집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종교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정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인데 종교인 자신들만의 주장을 정치에 적용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고 규탄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어야 이 시대에 맞는 함께 나아가는 종교가 될 수 있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종교가 된다면 모두가 안전해지고 포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사람이 모이고 마음을 함께하는 종교가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되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사 연차를 내고 총신대로 달려와 재학생들과 함께했다는 B는 "종교란 사람에게 감정적 안식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교회에서 혐오를 자행하고 싸우는 모습이 계속되면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설 곳이 없어질 것이다. 누군가를 배제하다 보면 본인들이 배제되는 때가 온다. 자신이 교회나 영성에 대해 아는 게 많다고 사회나 광장이 어때야 하는지를 아는 건 아니다. 이런 무지에서 혐오가 오는 거라고도 생각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완전히 별개인 사안을 하나로 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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