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냉전 체제와 결합한 극우 개신교, 이제는 중국인으로 혐오 대상 바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이후 비상행동 의장단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이후 비상행동 의장단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선고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3월 8일부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 의장단 10명은 단식과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3월 17일로 단식 열흘 차를 맞았는데, 의장단은 윤석열 파면 선고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이어 갈 예정이다.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장단의 단식도 기약 없는 가운데, 그 열 명 가운데는 목사도 있다. 2023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직을 내려놓고 원주로 돌아가 농사를 짓던 이홍정 목사(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다. 그는 기독교계 대표나 목사 자격이 아닌, 자주통일평화연대 대표 자격으로 비상행동 의장단에 합류했다. 

3월 16일 경복궁 앞 천막에서 만난 이홍정 목사는, 비상계엄 이후 극우 개신교가 조직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내가 개신교를 대표해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대표하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면서도 "같이 계시는 분들은 내가 목사인 걸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한때 바이탈이 낮아지면서 건강이 악화됐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목사들은 금식 기도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3월 16일 농성장에서 만난 이홍정 목사는 "금식 기도는 해봤지만 이렇게 풍찬노숙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자주통일평화연대
3월 16일 농성장에서 만난 이홍정 목사는 "금식 기도는 해봤지만 이렇게 풍찬노숙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자주통일평화연대

이홍정 목사는 광장으로 나온 극우 개신교에 대해, 배타적인 유일신관과 냉전 이데올로기가 결합하면서 전체주의적 정치의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정치의식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배척하는데, 결국 물리적인 폭력까지 불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극우 진영에서는 중국인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거나, 중국 공산당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는다는 주장을 하면서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홍정 목사는 교회 내에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담론이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냉전 체제와 결합한 개신교는 본질적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반공주의를 내세워 적을 설정했다면, 탈냉전 시대가 열리고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그 대상이 동성애로 이동했다. 단순한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화된 문제로 변질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중 정서 또한 배타성과 차별을 기반으로 한 구조 속에서 혐오의 대상만 바뀐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상계엄 또한 차별·혐오를 바탕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을 만들어 낸 인식의 배경 속에는 타인에 대한 부정이 존재하고 있다. 나와 다른 세력들은 전부 반국가 세력이자 정적, 척결해야 하는 세력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정은 결국 차별과 혐오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반면 광장의 시민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홍정 목사는 2030 세대들이 쏟아내는 광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민의'가 바뀌었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했다. "자기 성 정체성을 먼저 얘기하고 그다음에 발언하는 등 자기 정체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패러다임이 형성됐더라. 차별 없는 세상, 다름 때문에 고통받는 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는 민의가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홍정 목사(사진 맨 우측)는 소외된 사람들이 경험하는 불평등이 광장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사진 출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이홍정 목사(사진 맨 우측)는 소외된 사람들이 경험하는 불평등이 광장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사진 출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이홍정 목사는 "우리 세대는 타협과 조정보다는 노선 투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이데올로기 편향적이거나 교조적인 모습이 드러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2030 세대가 광장에서 던지는 발언이나 정치적 구호가 문화적 코드와 결합해 표현되는 것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변화이고, 앞으로 우리 사회 발전에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과거 87체제를 경험한 세대가 그 기억을 바탕으로 정치적 삶을 지속한 것처럼, 2030 세대 역시 계엄 사태를 계기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식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탄핵되면 다시 한 번 조기 대선이 열린다. 이홍정 목사는 앞으로 벌어질 정국에서, 정치권이 차별금지법 제정 등 광장의 염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탄핵소수한 가결 후 야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에 "광장의 메시지를 현실 정치라는 명분 하에 가두지 말라. 오히려 이를 힘입어 현실 정치의 한계를 한 발자국이라도 극복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민주당이 '표 계산'에 몰두하지 말고 "광장의 시민이 강력히 전하는 '민의'"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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