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혐오 세력 때문에 서울시청광장에서 축제가 못 열렸잖아요. 그래서 더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뉴스앤조이-나수진·구권효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전도사 누씨(가명, 30)는 제24회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했다. 퀴어 문화 축제에 처음 와 봤다는 그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게 개신교인 것 같다. 타자를 만들어서 똘똘 뭉치고, 더 높이 벽을 쌓아서 그 누구도 못 들어오게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오늘 축제에 와 보니 서로 마음이 다 연결돼 있는 것 같고 너무 좋다"고 했다. 7월 1일, 축제가 열린 을지로2가 일대는 축제를 찾은 성소수자·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서울시의 시청광장 사용 불허와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발효된 34도의 무더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축제를 즐겼다.

이번 서울 퀴어 문화 축제 슬로건 '피어나라 퀴어 나라'에는, 각자의 퀴어한 삶이 다채롭게 피어나고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으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는 뜻이 담겼다. 이날 참가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다양한 복장을 한 모습이었다. 행사장에 차려진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 각국 주한대사관 14곳, 구글·러쉬·이케아 등 기업체, 시민·인권·청소년 단체, 대학 동아리, 개신교·가톨릭·불교 등 종교 단체 등 58개 부스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약 15만 명(퍼레이드 3만 5000명)이 참가했다.

7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일대에서 제24회 서울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7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일대에서 제24회 서울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개신교에서는 '무지개예수·성공회무지개네트워크·여름교회'와 '로뎀나무그늘교회·무지개신학교·큐앤에이'가 각각 부스를 열고 참가자들을 맞았다. '무지개예수·성공회무지개네트워크·여름교회'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요일 4:8)가 적힌 카드를 제작해 참가자들에게 나눠 줬다. 백찬양 목사는 부스 앞에서 '무지개 실 잇기'라는 판을 들고 "세상에 혐오하는 교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교회도 있답니다!"라고 목청껏 외쳤다. 사람들은 '난 네가 자랑스러워', '너는 하나님의 작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이 적힌 판 곳곳에 무지개색 실을 연결하며 즐거워했다.

'로뎀나무그늘교회·무지개신학교·큐앤에이' 부스도 호응이 높았다. 무지개예수가 2017년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을 인터뷰해 제작하고 올해 재발행한 '성소수자 기독인 사례집'은 100부를 준비했는데도 일찌감치 동이 났다. '로뎀나무그늘교회·무지개신학교·큐앤에이'도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의미로 배지, 무지개 컵, 패브릭 포스터, 티셔츠 등을 마련했다. 부스 앞은 '성소수 쓰나미' 티셔츠를 구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제에는 개신교 부스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축제에는 개신교 부스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축제장 곳곳에서는 '무지개축복단'의 축복식도 이뤄졌다. 무지개색 스톨을 목에 걸고 '축복기도로 함께합니다'라는 피켓을 든 개신교 목회자 25명은 참가자들 사이를 오가며 원하는 이들에게 축복기도를 해 줬다. '커플을 위한 기도', '싱글을 위한 기도', '일상을 위한 기도', '반려동물을 위한 기도', '애착 물건을 통한 기도' 등 기도문 내용도 다양했다. "주님, 이 아름다운 커플을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연인이 다가와 기도를 요청하자 김하나 목사(섬돌향린교회)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도를 시작했다. 두 눈을 감고 손을 맞잡은 이들의 표정에는 평화가 가득했다.

"무지갯빛 사랑인 하느님,
이 시간 그 사랑과 은총에 의지해
서로에게 놀라운 선물이자 다르기에 축복이 되며 매일의 용기와 기도로 서로를 내어 준
OOO 님과 OOO 님의 멋진 동행을 축복하나이다.
이제 이들에게 당신의 영원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고
모든 위험과 고난으로부터 보호하시며
당신의 지혜와 평화가 가득하게 하소서.
또한 서로에게 숨 쉴 틈과 디딤돌이 되는 존재가 되게 하소서.
그 누구보다 OOO 님과 OOO 님을 사랑하며 편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도하나이다." (무지개축복단 '커플을 위한 축복 기도' 중)

개신교 목회자 25명이 꾸린 '무지개 축복단'은 축제장 곳곳에서 참가자들을 축복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개신교 목회자 25명이 꾸린 '무지개 축복단'은 축제장 곳곳에서 참가자들을 축복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인근 서울시청광장 일대에서는 보수 교계의 대규모 반대 집회 등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퀴어 문화 축제에 나온 개신교인들도 많았다. 2010년대 초부터 퀴어 문화 축제에 꾸준히 참가해 왔다는 고슴도치(가명, 45)는 "2014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 퍼레이드 당시 개신교인들의 방해 때문에 50m를 전진하는 데 1시간씩 걸렸다. 너무 피곤해서 나는 중간에 빠져나왔지만, 개신교인으로서 성소수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이후로 책임감을 느껴서 시간이 되면 가급적 축제에 나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개신교 안에서도 퀴어 문화 축제에 더 많이 참가하고, 연대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축제에서는 성소수자와 연대해 온 고 임보라 목사님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깝고, 슬프고, 미안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성소수자를 정죄하는 보수 교계의 목소리가 개신교 전체의 모습은 아니라고 했다. "주변에서 '너는 아빠가 장로인데 그런 델 가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가 있으니까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수님이 살아 계셨다면 오히려 성전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에게 채찍을 휘두르셨던 것처럼 반대 집회에서 똑같이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같은 개신교인으로서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익스텐드 유어 컴포트 존(extend your comfort zone)'이라는 말이 있어요. 자기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뜻이죠. 내가 성소수자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성소수자들이 존재하는 사람들인 건 사실이에요. 이들이 다른 사람을 해치지도 않았는데 개신교회는 왜 그렇게 성소수자를 비난하나요. 성소수자에게 폭력을 쓰거나 총을 쏘지 않더라도, 그러한 혐오는 사회적으로 성소수자들을 죽이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축복기도를 받고 있는 한 참가자. 뉴스앤조이 나수진
축복기도를 받고 있는 한 참가자. 뉴스앤조이 나수진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였지만 참가자 중에는 예수 복장을 하고 대형 나무 십자가를 든 이도 있었다. 성공회 신자인 심동현 씨(27)는 작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부터 이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성인 남성 신장 만한 나무 십자가도 직접 업체에 의뢰해 만들었다. 그는 "사실 축제장 입구에서는 오해를 더러 받는다. 올해도 처음에는 혐오 세력이라고 생각해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반대 집회 참가자분들을 만나면 '십자가 들고 그런 데 들어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신다"라며 웃었다.

심 씨는 예수 퍼포먼스가 퀴어 친화적이고 퀴어 당사자들이 다니고 있는 교회가 많다는 것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축제 때는 한 레즈비언 커플분들이 '위로가 됐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해 줬다. 즉석에서 그분들이 '저는 이 여자를 너무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답하는 상황극을 진행하기도 했다"면서 "실제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지 않나. 이렇게 고생을 좀 하더라도 그리스도교의 가치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예수 복장을 하고 축제에 참가한 개신교인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예수 복장을 하고 축제에 참가한 개신교인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올해 축제에 처음 참가했다는 개신교인들도 있었다. 달생(가명, 25)은 "어른들이야 교회를 안 다니더라도 성소수자를 안 좋게 생각하는 분들이 워낙 많지만, 교회 안의 청년들은 성소수자 이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회 대부분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친화적이지 않은 교회를 다니고 있는 그는 개신교 부스를 찾아 '무지개예수' 팜플렛을 챙겨 갔다. 달생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개신교인들을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반갑다. 그런 감각을 느끼려고 일부러 부스에 찾아왔다. 힘이 된다"고 말했다.

모태신앙인 고운(28)도 누씨와 함께 올해 처음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했다. 그는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를 통해 3~4년 전부터 성소수자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고운은 "교회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은 내용이 많았다. 그동안 교회가 성소수자 이슈를 너무 숨겨 왔다는 생각에 충격과 배신이 들었다. 오늘도 서울시청광장을 지나오는데 (반대 집회에서) 찬양이 들리더라. 알고 있는 찬양인데 듣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축제에 와 보니 평소 자기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안전해 보여서 좋다"고 했다.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는 행사 무대에 올라 연대 발언에 나섰다. 그는 "오늘 서울광장에 모인 이들은 자신들이 '거룩한 방파제'가 되어서 우리를 밀어냈다며 득의양양해한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여기 있다. 우리가 모인 이곳이 바로 '퀴어 나라'다. 우리가 어디 있든 우리 안에서의 퀴어함과 존귀함은 피어날 것이고, 우리의 세상을 '퀴어 나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내가 믿는 하나님의 나라와 다르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단의 부당한 징계에도 성소수자와 계속해서 연대해 갈 것이라고 외쳤다.

"저는 2019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 징계를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사흘 전에 다시 교단에서 재판받기 시작했습니다. 동성애에 찬성하고 동조한다는 이유입니다.

 

사실 저는 조금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장소 불허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는 모습, 거센 압박에도 끝끝내 중요한 가치를 지켜 낸 모습, 그리고 결국 이렇게 축제를 열게 된 모습을 보면서 제 재판에 대한 생각도 달리하게 됐습니다.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한국교회가 차별과 혐오의 모습을 버리고 사랑과 환대와 평화의 공동체가 될 때까지 저는 수십 번의 재판을 받게 될지라도 기쁘고 달갑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여러분의 곁에 함께하겠습니다."

차별 넘어 평등 세상으로
서울시의 소수자 차별 행정을 규탄하는 퍼포먼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서울시의 소수자 차별 행정을 규탄하는 퍼포먼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서울 퀴어 문화 축제가 시작되는 시각, 서울시청 앞에서는 서울시의 차별 행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그래도 무지개는 뜬다'가 열렸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서울 퀴어 문화 축제의 서울시청광장 사용 불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억압,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설치 불허 등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시정을 펼치고 있다.

참가자들은 "그 어떤 권력도 존엄한 이들의 존재 자체를 지울 수 없다"며 "서울시가 내세우는 가식적인 시혜와 동정을 거부하고 권리를 외치며 계속해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외쳤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허울뿐인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쓰인 피켓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축복기도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예전에 맞춰 기도문을 교독하며 축복식에 임했다. 이혜진 목사(길벗평화영성회복서클), 박나무 목사(함께걷는교회), 민김종훈(자캐오) 사제(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가 참가자들과 '퀴어 길벗들이여, 꽃길만 걸으소서'라는 기도문을 읽고 꽃잎을 뿌리며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축복했다.

"(전략)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동등하며 독특합니다.
우리는 똑같은 무게로 존중되어야 하며, 서로의 독특함을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한 믿음과 자비, 그리고 소망과 사랑만이 이 세계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혐오가 아닌 사랑, 차별이 아닌 자비, 배제가 아닌 가능성과 희망이 가득한 세계를 꿈꿉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 이제 서로의 기도가 되어 용기를 가지고 꿈꾸는 세상을 향한 행진을 시작합니다. (후략)"

성소수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축복의 얼굴로 만나는 축복기도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성소수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축복의 얼굴로 만나는 축복기도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준비된 순서를 모두 마치고 서울 퀴어 문화 축제 참가자들은 을지로2가를 출발해 명동역-한국은행-서울광장-종각역-탑골공원 등 서울 도심을 지나는 퀴어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출발지 부근에서 보수 개신교인 20여 명이 대형 스피커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젊은이 여러분 돌아오세요"를 외치기도 했지만, 경찰이 이들의 앞을 차단하고 있어 행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참가자들은 함성을 지르거나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며 혐오 세력을 지나쳤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시끄러운 소음에 귀를 틀어막았다.

개신교·가톨릭 성직자 10여 명은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혐오·차별·편견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퀴어 길벗들을 조건 없이 환대하며 축복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참가자들과 함께 행진했다. 뒤이어 섬돌향린교회, 새민족교회, 모두의교회P.U.B 등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교회의 깃발도 하늘 높이 펄럭였다.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으로 막혀 있는 서울시청광장 옆을 지나며 또 한 번 환호성을 질렀다. 혐오에 갇힌 광장보다 더 넓고 개방된 거리를 행진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자긍심이 가득했다. 광장 맞은편 인도에서는 음악대가 흥겨운 곡을 연주하며 퍼레이드 행렬을 환영했다. 약 두 시간에 걸친 행진 내내 혐오 세력과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시끄러운 소리로 혐오 발언을 내뱉는 보수 개신교인들에게 하트를 그려 보였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시끄러운 소리로 혐오 발언을 내뱉는 보수 개신교인들에게 하트를 그려 보였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개신교·가톨릭 성직자들도 성소수자들을 차별 없이 환대한다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개신교·가톨릭 성직자들도 성소수자들을 차별 없이 환대한다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온갖 '반대' 난무한 '거룩한 방파제'

이날 보수 개신교인들의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맞불 집회도 있었다. 서울시청역 인근에서는 퀴어 문화 축제 반대 국민대회 '거룩한 방파제'가 열렸다. 전국에서 상경한 개신교인들은 흰색 상의를 맞춰 입고 대한문 앞부터 코리아나호텔 앞까지 4차선을 가득 메웠다. 퀴어 문화 축제와 비슷하게 보수 교계 단체들의 부스도 즐비했다. 주최 측 추산 15만 명(경찰 추산 1만 명)이 모여 개신교의 세를 과시했다.

내리쬐는 태양에 참가자들이 차도로 나오지 않고 인도 그늘진 곳에 앉아 있자, 기도회 사회를 본 박한수 목사(제자광성교회)는 "인도에 있는 분들은 차도로 내려와 주기 바란다. 그래야 경찰이 차선 하나를 더 내준다. 우리가 많이 모여야 언론에 어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교계의 집회에도 많은 사람이 참여했지만, 거기서 나오는 메시지는 대부분 퀴어 문화 축제, 차별금지법, 포괄적 성교육 등에 대한 왜곡·과장된 내용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보수 교계의 집회에도 많은 사람이 참여했지만, 거기서 나오는 메시지는 대부분 퀴어 문화 축제, 차별금지법, 포괄적 성교육 등에 대한 왜곡·과장된 내용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거룩한 방파제'는 '반대'를 위한 집회였다. 퀴어 문화 축제 반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국가인권기본계획(NAP) 반대, 포괄적 성교육 반대, 학생 인권조례 반대, 여성가족부 반대, 국가인권위원회 반대 등등, 인권 증진을 위한 거의 모든 것들을 반대했다. 단상에 선 반동성애 강사들과 목사들은 왜곡·과장된 이야기들을 또다시 반복했다.

이들은 퀴어 문화 축제를 따라 퍼레이드도 진행했다. 서울시청-충정로역-서대문역을 돌아오는 코스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각종 반대 구호를 외치고 호루라기를 불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은 청년들과 어린아이들도 많이 보였다.

옆에서 '거룩한 방파제'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시청광장은 한산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옆에서 '거룩한 방파제'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시청광장은 한산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편,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대신 서울시청광장 사용 허가를 받은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에는 많은 사람이 참가하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거룩한 방파제' 집회가 진행된 오후 1시부터 6~7시까지 콘서트 참가자는 100명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오후 7시경 퍼레이드를 마친 사람들이 콘서트에 참여했지만, 200~300명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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