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극우·보수 개신교인들의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역사를 톺아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째 방해 행위를 일삼는 개신교인들은 이제 '혐오 세력'이라는 말로 불리고 있습니다. 혐오 세력이라는 말에 기분 나빠하기 전에, 이들이 과연 어떻게 퀴어 문화 축제를 방해해 왔는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10년간의 방해 역사를 정리하는 한편, 현재 퀴어 문화 축제를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서울·대구·인천·춘천·광주·제주·부산·경남 등 8개 지역에서 퀴어 문화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한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사는 6월 26일(월)부터 30일(금)까지 매일 저녁 6시 2~3개씩 총 12개를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번 기획으로, 지난 10년간 자행돼 온 퀴어 문화 축제 방해 행위가 시민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기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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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이 아무개 장로는 미리 준비한 자신의 인분을 몸 곳곳에 발랐다. 그리고 행진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몸을 던졌다. 그의 목표는 행진 선두에 있는 현수막이었다. 가로 7.5m, 세로 5m 크기의 대형 현수막에는 '함께 만드는 제7회 대구 퀴어 문화 축제'라고 써 있었다. 이 장로는 인분이 묻어 있는 손으로 현수막을 잡아챘다. 현수막 곳곳에 인분이 묻었다. 이후 그는 "매국노"라고 고함을 치며 사람들을 향해 달려갔다. 약 10분간의 소동 끝에 그는 경찰에 체포됐다.

이는 2015년 7월 5일 대구 퀴어 문화 축제에서 벌어진 일명 '인분 테러' 사건으로, 명백한 성소수자 혐오 범죄였다. 이 장로는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는데, 선고 기일에 3번이나 불출석해 결국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대구·경북 지역 독립 언론 <뉴스민>의 당시 기사를 보면, 이 장로는 재판정에 성경책을 들고나왔으며 "법보다 법 위의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 말씀에 따른다",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반인륜적 죄악이다. 동성애를 하면 가정이 파괴되고 국가가 파괴된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는 2013년 9월 7일 김조광수 감독의 결혼식에서도 인분을 뿌린 인물이었다. 재판부는 그가 동종 수법의 범행으로 벌금형을 두 번 받았다고 적시하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과 재물손괴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아무리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더라도 인분을 얼굴에 바른 채 행렬에 들어가고 현수막에 인분을 묻히는 등의 행위는 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심한 혐오감을 유발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크다." 이 장로는 현수막에 인분을 묻힌 것이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장로는 대구 퀴어 문화 축제 '인분 테러'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진 제공 뉴스민
이 장로는 대구 퀴어 문화 축제 '인분 테러'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진 제공 뉴스민
막고 밀치고 욕설하고

경찰에 신고를 마친 집회를 방해하는 행동은 법으로 처벌된다. 집시법 제3조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방해 금지' 1항은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다른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퀴어 문화 축제와 퍼레이드는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한 후 진행한다. 설사 장소를 관리하는 행정청에서 장소 사용을 불허하더라도, 집회 신고를 마쳤기 때문에 그 장소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따라서 적법한 신고를 마친 퀴어 문화 축제를 방해하는 행위는 집시법 제3조 1항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2018년 9월 8일 열린 제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는 혐오 세력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은 축제 장소를 점거하고, 참가자들의 이동을 막으며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자행했다. 축제가 끝난 후 개신교인 3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탁 아무개 목사는 현장에서 부스 설치를 위해 폴대를 들고 이동하는 사람을 밀쳤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는데, 당시 수갑을 찬 상태로 찍힌 사진이 반동성애 진영에 돌면서 유명 인사가 되기도 했다. 반동성애 개신교인들과 보수 교계 언론들은 "동성애가 합법화하기도 전에 수갑부터 찼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렇게 동성애를 반대할 수도 없는 '동성애 독재국가'가 된다"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남발했다.

탁 목사는 집시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려 갔다", "동인천역 북광장에 있는 노숙인들이 쫓겨날 것이 우려돼서 갔다", "폴대 운반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 폴대를 밀어낸 것이다"라고 변명하며 자신의 범죄행위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증거로 봤을 때 탁 목사는 퀴어 문화 축제 개최를 막기 위해 현장에 갔으며, 위험한 상황은 방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탁 목사는 대법원까지 상소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집회의자유는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 체제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국가기관에 직접 전달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한편, 다른 사회 구성원과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권이다. (중략)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 및 그 연대자들의 평화 집회를 정당한 이유 없이 방해한 것으로서 엄중히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이 동인천역 북광장에 방문한 이유 및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민일보>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탁 목사의 불법행위를 두둔했다. <국민일보> 갈무리 
<국민일보>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탁 목사의 불법행위를 두둔했다. <국민일보> 갈무리 

A는 목사의 연락을 받고 제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를 방해하려 현장에 갔다. 그는 다른 교인들과 함께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행진하지 못하게 막아섰고, 손목에 무지개 깃발을 감고 있던 한 참가자를 밀쳐 넘어뜨렸다. A는 집시법 위반과 공동상해죄로 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B는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폭력을 휘둘러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견인 차량 통행로 확보를 위해 대열을 이뤄 방패를 들고 서 있던 경찰관에게 달려들어, 손으로 방패를 잡아당기고 주먹을 휘둘렀다. 또 방해 세력의 진입을 막고자 방패를 들고 있던 또 다른 경찰관을 밀치고 목을 팔로 감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같은 해 대구에서도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2018년 6월 23일 열린 제10회 대구 퀴어 문화 축제에서,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 본부장 C와 사무총장 D는 교인 800여 명을 선동해 퀴어 퍼레이드 행렬을 막아섰다. 이는 다른 집회를 방해하는 행동이자, 자신들이 집회 신고를 한 영역을 벗어나는 불법행위였다. 결국 C와 D는 각각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는 서울에서도 형사처벌 사례가 있었다. E는 2019년 6월 1일 제20회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 태극기와 성조기, '박원순 퇴진'이라고 쓰인 봉을 흔들며 다녔다. 한 참가자가 "행사장에서 그런 거 들고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나가 주세요"라고 말하자, E는 "내 집이 요 앞이야 XX아, 게이 XXX들"이라고 욕했다. 그러면서 수차례 참가자의 어깨와 팔을 밀치고 손에 들고 있던 스티로폼 봉으로 참가자의 허벅지를 찔렀다. 그는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피해는 명확한데 가해자 찾기는 어려워

불법행위로만 따지면, 이보다 훨씬 많은 반동성애 개신교인이 매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형사재판은 당사자와 범행 일시 및 장소가 특정되고 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있어야 유죄판결을 받아 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천수만 명이 있는 장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특정해 고소하고 혐의를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퀴어 문화 축제 측에서 고소했지만 불기소된 경우도 있다.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2018년 제1회 축제 후 김 아무개 목사 등 혐오 세력 7명을 고소했다. 축제 장소 무단 점거, 무대 및 부스 설치 차량 진입 방해, 불법 주차 차량 견인 저지, 참가자들에 대한 물리적·언어적 폭력, 축제 물품 훼손 등 피해는 명확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한 7명이 정확히 어떤 행동을 했는지 증거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이 사건을 불기소처분했다.

2019년 열린 제20회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 한 남성이 퍼레이드 경로에 무릎을 꿇고 앉아 혐오 발언을 계속하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피해는 명확한데 가해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2018년 제1회, 2019년 제2회 광주 퀴어 문화 축제에서도 혐오 세력의 폭력 행위가 도를 넘었다. 광주 퀴어 문화 축제 측은 법적 조치를 위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인권지킴이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누군가를 특정해 고소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축제를 준비했던 '광주인권지기 활짝' 활동가 서유(활동명)는 "축제 현장에 정말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누군가의 신상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고소를 진행했을 때 그들이 도망을 가면 찾기가 어렵다더라. 변호사분들도 처음부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가능하면 해 보자고 해서 인권지킴이단을 꾸렸다. 혐오 세력의 폭력 증거를 많이 확보했지만, 실제로 고소까지 이어 가기는 어려웠다. 재정적인 한계도 있고 계속 시간을 쏟아야 하는 문제니까 결정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 각 지역에서 진행되는 퀴어 문화 축제에서 동일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임신규 공동집행위원장은 "경찰을 폭행한 사람이 벌금형을 받았다. 근데 그 사람은 경찰만 폭행한 게 아니라 축제 참가자들도 폭행했을 것이다. 참가자들을 때리거나 방해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다 특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퀴어문화축제기획단 사무국장 하람(활동명)도 "물증을 잡으려고 해도 바로 현장에서 잡지 않으면 안 되더라. 우리가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사진으로 보여 줘도, 경찰 쪽에서는 특정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대부분 회피하거나 아니면 그냥 '알아보겠다' 하고 끝이었다. 실질적으로 처벌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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