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극우·보수 개신교인들의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역사를 톺아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째 방해 행위를 일삼는 개신교인들은 이제 '혐오 세력'이라는 말로 불리고 있습니다. 혐오 세력이라는 말에 기분 나빠하기 전에, 이들이 과연 어떻게 퀴어 문화 축제를 방해해 왔는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10년간의 방해 역사를 정리하는 한편, 현재 퀴어 문화 축제를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서울·대구·인천·춘천·광주·제주·부산·경남 등 8개 지역에서 퀴어 문화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한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사는 6월 26일(월)부터 30일(금)까지 매일 저녁 6시 2~3개씩 총 12개를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번 기획으로, 지난 10년간 자행돼 온 퀴어 문화 축제 방해 행위가 시민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기자 주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잔혹사' 기획 기사 모아 보기(클릭)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2020년 5월 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당시 총무 이홍정 목사가 교계 언론 편집장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교회협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자 반동성애 사상으로 무장한 보수 교계 단체들이 교회협에 집중포화를 쏟아 내던 시기였다. 10개 남짓한 언론의 편집장급 기자들이 자리했다. 이홍정 목사가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고, 자연스럽게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동성애는 선천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에 한 교단 신문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성 중독 상태일 텐데."

이 말을 들었을 때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를 오해하는 수준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구나 생각했다. 목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아멘' 하는 신자들은 둘째 치더라도, 기자 생활을 20년 넘게 한 사람이 성소수자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은 무지를 넘어선 편견과 혐오였다. 사실관계 확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저 지경인데, 한국교회 보통의 신자들이 성소수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지 생각하니 아찔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이 퀴어 문화 축제를 적극적으로 반대·방해하는 이유는 결국 성소수자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이해 없이 '성소수자=동성애자'라고 생각하고, '동성애=성 중독'이라고 인식한다. 퀴어 문화 축제는 이런 동성애를 '조장 및 확산'하기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동성애가 조장·확산된다고 믿는 것은 동성애를 질병과 같이 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수십 년 전에 결론이 났다.

질병이라면 혹시 에이즈를 말하는 걸까. 소위 반동성애 강사들이 교계에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말을 공식처럼 퍼뜨렸으니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에이즈의 원인은 HIV 바이러스 감염이며, 감염의 원인은 동성애가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다. 퀴어 문화 축제가 에이즈를 조장·확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퀴어 문화 축제를 광란의 음란 파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선정적인 보수 교계 언론만 보지 말고 마음을 열고 퀴어 문화 축제 현장에 한번 가 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이런 오해에서 비롯한 혐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문자주의적·근본주의적 성경 해석이다. 동성애는 '죄'이기 때문에, 후천적이어야 하고 성 중독이어야 하며, 그래서 치료가 가능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에이즈와 같은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동성 간 성관계를 암시하는 성경 구절은 해석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동성애는 성적 지향이지 정신적 병리 현상인 성 중독과는 다르다. 에이즈도 수십 년 전 이야기되던 것처럼 더 이상 '죽음의 질병'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에이즈 치료율은 95.5%이고 바이러스 억제율은 96%이다.

반동성애 강사들의 왜곡과 과장

한국교회는 왜 이렇게까지 성소수자를 오해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반동성애 강사들의 영향이 크다. 이들은 근본주의적인 성경 해석을 기반으로 동성애에 맞서는 것(?)이 교회의 제일 사명인 것처럼 선동해 왔다. 정작 성소수자들이 교회에 피해를 준 일은 없는데, 동성애 때문에 교회가 무너지는 것처럼 위기의식을 퍼뜨렸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부 극단적인 반동성애 진영에서만 통용되던 주장들을, 지금 보통의 목회자와 교인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것이 한국교회의 비극이다.

반동성애 강사들은 어디서 찾아냈는지 신기할 정도로 해외 사례를 많이 가져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대체로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는 나라들 이야기다. 동성애가 합법화하면 - 물론 지금도 한국에서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 - 교회가 불이익을 받게 되고 사회도덕이 무너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동성애 강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과장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간 <뉴스앤조이>를 비롯해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이들의 허위·과장·왜곡 정보들을 팩트체크했다.

반동성애 강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검증되면, 기존 주장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례를 가져오는 식으로 대응했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다시 새로운 사례를 팩트체크했고, 그러는 사이 거짓된 정보들은 교계로 퍼져 나갔다. 이들은 거듭된 사실 검증에도 단 한 번도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하는 일이 없었다. 교계에 퍼진 허위·왜곡·과장 정보들을 수정하려는 노력 또한 전무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미 여러 번 배척됐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팩트체크는 물론, 법원도 반동성애 강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9월 <한겨레>가 '가짜 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기획 보도를 통해, 동성애 및 이슬람 관련 극단적인 주장을 설파하던 이들을 지목했다(전부 개신교인이었다). 이들은 오히려 <한겨레>가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며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한가모)'을 결성해 대응했다. <뉴스앤조이>는 한가모의 주장을 조목조목 팩트체크해, 이들이 여전히 허위·왜곡·과장 정보를 퍼뜨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이들 중 몇몇은 <뉴스앤조이>와 <한겨레>에 정정 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용희·김지연·염안섭·길원평·이정훈·한효관·백상현 등 반동성애 진영에서 나름 이름난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단 한 건도 이기지 못했다. 법원이 배척한 주장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는 죄"라고만 해도 잡혀간다 △동성애가 합법화하면 수간도 합법화한다 △캐나다에서는 12세 아이들에게 구강성교, 항문 성교하는 법을 가르친다 △동성혼 주례를 거부한 미국 목사 부부가 징역살이를 하고 벌금을 냈다 △영국에서 '동성애 성행위 교육 지시'를 거부한 교사가 해고됐다. 법원은 반동성애 강사들의 이러한 주장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는 죄라고만 해도 잡혀간다(혹은 벌금을 낸다, 형사처벌을 받는다 등)'는 주장은 여러 번 반복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법원에서 판명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반동성애 강사들의 소송 판결문 내용을 그대로 첨부한다.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본부)가 <뉴스앤조이>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본부)가 <뉴스앤조이>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김지연 대표(한국가족보건협회)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김지연 대표(한국가족보건협회)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길원평 교수(한동대)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길원평 교수(한동대)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이정훈 교수(울산대)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이정훈 교수(울산대)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백상현 기자(<국민일보>)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백상현 기자(<국민일보>)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 판결문 중 일부.

반동성애 강사들의 다른 주장들도 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정도면 이들의 주장은 의심부터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벌써 수년 전 거짓으로 결론 난 이들의 극단적인 주장들은 어느새 한국교회에서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보수 교계는 이런 구멍 술술 뚫린 주장을 근거로 퀴어 문화 축제 방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성소수자들과 연대해 온 대한성공회 민김종훈(자캐오) 사제(길찾는교회)는 반동성애 강사들이 거짓으로 교인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동성애 강사들의 주장은 이미 팩트체크 돼서 비합리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그들은 끊임없이 교인들에게 두려움과 불안을 야기해서 분노하게 하고, 그를 통해 공동체를 결속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젊은 사람들, 다양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더 이상 두려움과 불안에 포섭되지 않고 교회를 떠난다. 결국 이런 방식은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행동이 아니라 깨는 행동이다. 그들이 정말 교회를 위한다면 빨리 회개하고 돌이켜야 한다"고 말했다.

교계 언론의 혐오 선동

한국교회를 허위·왜곡·과장 정보의 수렁에 빠뜨리는 데는 교계 언론들도 한몫했다. 개신교계에만 수십 개 언론사가 있지만, 한국교회를 좀먹는 반동성애 주장들을 팩트체크하는 언론사는 <뉴스앤조이> 외에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영향력이 큰 언론사일수록 반동성애 강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싣거나 그들에게 직접 지면을 내주는 경우가 많다. <국민일보>와 <크리스천투데이>가 압도적이다.

특히 <크리스천투데이>는 퀴어 문화 축제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뉴스를 발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2018년 9월 29일 제주시 신산공원에서는 제2회 제주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다. 퀴어 퍼레이드 때 행진 차량이 잠깐 멈춘 사이, 혐오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있던 한 남성이 재빨리 깃발을 버리고 차량 밑으로 들어갔다. 행진을 방해하려고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이 남성이 차량 밑에 들어간 사진만 보고 "퀴어 축제 측 차량이 반대 집회 측 시민을 덮쳤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기사부터 쓴 것이다. 반동성애 진영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네이버 블로그 GMW연합은 "제주 퀴어 문화 축제 차량이 목사님을 밀고 지나갔다"며 더욱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렸다. 하지만 이내 이것이 허위 정보라는 게 드러나자, 이들은 아무런 언급 없이 기사 제목과 내용을 바꾸거나 게시물을 삭제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제주경제신문> 영상에는 한 남성이 재빨리 트럭 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제주경제신문> 유튜브 갈무리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제주경제신문> 영상에는 한 남성이 재빨리 트럭 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제주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갈무리

GMW연합은 2018년 10월 3일 열린 '인천 퀴어 문화 축제 혐오 범죄 규탄 집회'에서도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렸다. 이날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측은 행진을 했는데, 이때도 반동성애 개신교인 2명이 차량 밑으로 들어가 행진을 막았다. 경찰에 끌려 나온 두 사람 모두 손에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 갔다. 당시 GMW연합이 올린 현장 영상에는 "손가락 절반이 절단됐다", "손이 완전히 잘렸다", "(차량 범퍼에 날카로운 게 달려 있는 건 아닌지) 경찰이 조사해야 한다", "일부러 설치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차량 범퍼에 날카로운 칼날이 붙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고의적인 과잉 진압으로 일어난 일이다", "동성애자들과 경찰의 공모일 수도 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그러나 이후 드러난 사실은, 두 사람이 고의로 행진 차량 밑으로 들어가 행진을 막았으며 위험한 상황이기에 경찰이 끌어내려 했는데도 나오지 않으려고 극렬하게 저항하다가 다쳤다는 것이었다. 손은 절단되지 않았고 인대와 신경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퀴어 문화 축제가 '음란하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곳도 교계 언론들이다. 퀴어 문화 축제를 보도하는 보수 교계 언론들은 하나같이 노출이 많은 사람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올리며, 퀴어 문화 축제가 광란의 음란 파티인 것처럼 보도한다. 지금도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에서는 이런 언론들이 찍은 사진을 피켓에 대문짝만 하게 붙이고, 퀴어 문화 축제를 '음란 축제'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노출이 무조건 음란한 것은 아니며, 퀴어 문화 축제에서의 노출은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이라는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노출은 무조건 안 된다고 판단한다면 '워터밤 축제' 같은 것 또한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할 것이다. 또 실제로 퀴어 문화 축제 현장을 가 보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크리스천투데이>는 2014년 6월 열린 서울 퀴어 문화 축제를 보도하는 기사에 "올해도 '나체 카퍼레이드'"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크리스천투데이>가 올린 사진 어디에도 나체로 퍼레이드를 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나중에 기사 제목을 '성소수자들의 축제'로 바꿨다. 또 당시 퀴어 문화 축제와 반대 집회를 보도하는 기사에 "성소수자들은 '난장 축제', 기독교인들은 '세월호 추모'"라는 제목을 달았다. 퀴어 문화 축제를 폄훼하는 한편, 세월호 추모로 가장한 반동성애 집회를 두둔한 것이다. 이 또한 나중에 제목을 '성소수자들, 서울 신촌 일대에서 퀴어 문화 축제 강행'으로 바꿨다.

<국민일보>도 노골적으로 퀴어 문화 축제를 비방하는 대표적인 언론사다. 2016년 6월 열린 서울 퀴어 문화 축제를 보도하는 <국민일보>의 첫 기사 제목은 '지역 유일의 동성애 음란 축제 현장'이다. 정작 기사 안에는 축제 참가자들이 타로점을 보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고 '음란'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2017년 6월에는 대구 퀴어 문화 축제와 반대 집회를 보도하며 '불건전 퀴어 축제 VS. 경건한 반대 집회'라는 제목을 달았다. 같은 해 7월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는 '서울광장에 또다시 등장한 반나체 여성', '음란 강도 더욱 심해진 퀴어 축제'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정도면 선정적인 것을 보도하는 게 아니라, 보도 자체가 선정적이라 할 만하다. 퀴어 문화 축제 측에서는 이렇듯 악의적인 보도로 일관하는 언론사들의 취재를 거부해 왔다. 대부분 개신교 언론이다. 특히 <국민일보>와 <크리스천투데이>는 퀴어 문화 축제 측에서 수년간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축제 참가자인 척하거나 프레스 카드 발급 신청서에 다른 매체명을 적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 타인의 몸을 사진으로 찍고 당사자의 허락 없이 게재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크리스천투데이> 송 아무개 기자는 서울 퀴어 문화 축제 프레스 카드 발급 신청서에 'CTTV'라고 적어 프레스 카드를 발급받았다. <크리스천투데이>로 적을 경우 취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노출이 있는 사람들의 사진만을 골라 <크리스천투데이>에 다수 올리며 "[포토] '과다 노출 금지' 경고했으나…여전히 선정적이 퀴어 축제"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에 사진에 찍힌 퀴어 문화 축제 참가자 4인이 언론중재위원회에 기사 삭제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도 있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4인의 사진을 삭제하고 기사 제목 뒷부분을 '여전히 논란이 됐던 퀴어 축제'로 바꿨다.

보수 교계 언론의 이 같은 행태에 퀴어 문화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 혀를 내두른다. 아무리 싫어도 이렇게까지 괴롭힐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동의 없는 사진 게재는 성소수자에게 더욱 민감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아웃팅이 삶을 무너뜨릴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수 교계 언론들은 누군가의 생사가 오갈 수 있는 아웃팅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퀴어 문화 축제의 '실체'를 보여 주기 위한 잠입 취재라고 변명할지 모르나, 그것은 오히려 퀴어 문화 축제의 실체를 왜곡·과장하는 것이며 언론 윤리에 맞지 않는 혐오 선동이다.

<크리스천투데이> 송 기자가 작성한 프레스 카드 발급 신청서. 매체 이름 란에 <크리스천투데이>가 아닌 'CTTV'라고 적어 놨다. '인권 보도 준칙' 등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사진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송 기자가 작성한 프레스 카드 발급 신청서. 매체 이름 란에 <크리스천투데이>가 아닌 'CTTV'라고 적어 놨다. '인권 보도 준칙' 등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사진 출처 보수 언론 무단 사진 게재 대응 아카이브

반동성애 강사들의 왜곡·과장과 보수 교계 언론의 혐오 선동,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목회자들과 목회자의 말이라면 맹종하는 교인들. 이것이 지금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는 극우·보수 개신교의 현주소다. 코로나19 때 잠잠했던 보수 교계는 다시 퀴어 문화 축제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려 한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이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러 나온다 해도, 그들은 그저 '혐오 세력'일 뿐이다. 혐오 세력이라 불리는 것을 억울해하기 전에 자신들이 무엇에 근거해 퀴어 문화 축제를 방해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김혜령 교수(이화여자대학교 호크마교양대학)는 2020년 <성소수자 혐오의 혐오성에 대한 기독교윤리학의 비판적 논증>이라는 논문에서 혐오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자신의 도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을 타자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존재는 인정해도 공적 권리와 의무를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질서 유지를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러움이나 역겨움과 같은 신체적 반응이 증오의 감정과 함께 나타나거나 그러한 반응을 선동한다. 그는 이에 근거해 개신교인들의 태도를 분석한 후 결론부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도덕에는 '이웃 사랑'이라는 말은 남발되지만, 이웃의 '낯선' 존재 방식에 대한 존중이 부재하다.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 또한 자기 질서에 관용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에 머물지, 상호 대등하거나 타자 중심의 관계 맺기와는 완전히 무관하다. 왜냐하면 고통받는 타자의 삶보다 교회의 질서, 가족의 질서,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일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인권 의식이 점차로 높아지게 되면서, 교회 안팎에서 성소수자 이웃에 대한 호의적 의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그들은 남성 동성애자들의 일부 성행위 방식을 매우 자극적이면서도 편향적으로 왜곡·편집하여 성소수자 전체에 대한 혐오감을 급속히 확산시켜 나가는 중이다. 반동성애 운동을 통해 교회를 살린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세상과 단절되어 몰락해 가는 비극적 운명으로 돌진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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