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윤규택 목사(41)는 교회 개척을 준비했다. 그동안 부교역자로 20년 가까이 교회를 섬겨 온 윤 목사는 어린이·청소년·청년을 위한 전문 교회를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당시만 해도 사스·메르스처럼 코로나19도 몇 달 지나지 않아 종식될 것으로 보고 개척에 박차를 가했다. 3달 뒤인 5월 첫째 주, 서울 강동구 강일동 소재 건물 2층에 굿프렌즈교회를 세웠다.

"굿프렌즈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으로 어린이, 청소년, 청년을 위한 교회입니다."

예배당 입구에는 교회 정체성이 담긴 소개 글귀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굿프렌즈교회는 미래 세대 교회를 지향한다. 어린이·청소년·청년만 교회에 올 수 있다. 기성세대는 이 교회에 다닐 수 없다. 이상한 교회(?)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 굿프렌즈교회는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위치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흐르는교회(문백수 목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데, 어른이 찾아오면 흐르는교회로 안내하고 있다. 반대로 흐르는교회는 미래 세대를 굿프렌즈교회로 인도한다.

같은 건물 같은 층에 두 교회가 공존하는 것도 드문 일인데 교단도 다른 교회가 서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게 특이해 보였다. 4월 28일 굿프렌즈카페에서 만난 윤규택 목사는 "사실 손윗 동서가 흐르는교회 담임이시다. 가족 관계에 있다 보니 이런 식의 협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 15년 넘게 교육부서에서 일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청소년·청년에게 마음이 쓰였다. 동시에 많은 교회가 '미래 세대'를 걱정만 하고,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윤 목사는 "아이들이 우선시되는 교회는 없더라. 예산 순위에서도 교육부서는 맨 뒤로 밀리기 십상이다. 이런 현실이 눈에 밟혀서 어린이·청소년·청년 사역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 사역을 위해 교회를 개척한 윤규택 목사. 평일에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미래 세대 사역을 위해 교회를 개척한 윤규택 목사. 평일에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윤규택 목사는 사역을 지속하기 위해 교회 바로 옆에 굿프렌즈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날, 카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고 하자 윤 목사는 "이상하게 오늘만 북적인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며 웃음을 지었다.

주문을 받은 윤 목사가 오픈형 주방에서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그럴 때마다 왼쪽 가슴에 달린 세로로 된 명찰이 달랑거렸다. 명찰에는 '윤규택 목사'라고 적혀 있었다. 윤 목사는 "내가 목사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 달고 있다. 요즘 목사 신뢰도가 떨어져서 안타까운데, 다행히 좋게 봐 주시는 분이 많은 편이다. 손님들에게 '교회를 섬기기 위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카페를 하루 10시간 넘게 운영하고 있는데, 가게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 매출액을 넘긴 날은 드물다. 윤 목사는 "이번 달(4월)에는 단 하루만 (최소 매출액을) 넘겼다. 지난달에는 넘긴 적이 아예 없었다. 그나마 서울시에서 임대하는 건물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어서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윤규택 목사가 무작정 카페를 오픈한 건 아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해서 서울에 유명하다는 카페는 다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만난 커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꾸준히 커피 공부를 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윤 목사는 "좋은 원두를 찾고, 계속 공부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카페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하나님이 주셨다"고 말했다.

교회를 개척하고 동시에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자 '체력'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페 오픈 직후 3달 동안 쉰 적이 없고, 하루 10시간 이상 선 채로 일하다 보니 무릎이 나갔다. 윤 목사는 "지금은 그래도 매달 두 번 월요일에 쉬고, 예배가 끝난 주일 오후에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굿프렌즈교회에서는 어린이 13명이 예배를 드린다.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기간에는 비대면으로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교회를 시작한 셈이지만, 조급함이나 걱정거리는 없다고 했다.

"우리 교회뿐 아니라 모든 교회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고…. 이럴 때일수록 조바심을 내기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일하려 한다. '양적 성장'보다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영적으로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만약 코로나가 종식되면 주변 개척교회와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 어린이 사역을 확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수가 많은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나님이 내 품에 안겨 주시는 만큼만 최선을 다해 사역에 임할 생각이다." 

윤 목사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주변 개척교회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래 세대 사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윤 목사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주변 개척교회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래 세대 사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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