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형 교회인 세계로교회가 정부의 비대면 예배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현보 목사는 시설 운영 중단과 예배당 폐쇄까지 이뤄지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사파 정권이라고 비난하며, 처벌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며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갈무리
부산 대형 교회인 세계로교회가 정부의 비대면 예배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현보 목사는 시설 운영 중단과 예배당 폐쇄까지 이뤄지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사파 정권이라고 비난하며, 처벌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며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를 지지하면서 현 정부를 주사파라고 비난하는 등 극우적 입장을 취해 온 부산 세계로교회(손현보 목사)가 1월 3일 주일예배를 대면으로 진행했다. 방역 당국은 비대면 예배를 위한 필수 인력 20명까지만 허용하고 있는데, 세계로교회는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3일 주일예배에는 1000명 넘게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로교회는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대형 교회다. 출석 교인은 3500명 정도로, 본당과 교육관에 총 5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세계로교회는 12월 31일 교회 유튜브 채널에 '교회 폐쇄에 대한 담임목사님 중대 사안 발표 - 전체 영상!'을 올렸다. URL 주소가 있는 사람만 볼 수 있게 해 놓은 36분 분량 영상에서, 손현보 목사는 "감염병예방법에 대해 실제로 우리가 한번 맞서 볼 것이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는 거다. 이번 주(1월 3일) 예배를 한다. 세례식도 할 거고 성찬식도 할 거다. (중략) 폐쇄 명령이 내려오는 순간 우리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집행정지)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손 목사는 2020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감염병예방법이 교회를 탄압하고 한국을 전체주의화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개정된 감염병예방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12월 30일부터 방역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1차 위반 시 경고, 2차 위반 시 10일 중단, 3차 위반 시 20일 중단, 4차 위반 시 3개월 중단, 5차 이상 위반 시 시설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교회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다중 이용 시설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조치인데도, 정부가 이 조항을 빌미로 교회를 탄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손 목사는 "예배하는 것을 영화관, 식당, 목욕탕보다도 더 억압하고 있다. '다섯 명 모여라', '열 명 모여라', '집에서도 직계가족 외에는 모이지 말아라', '등산 갈 때도 몇 명만 가라' 하는데, 이런 요구에 길들여지면 이게 공산주의다. 오호담당제五戶擔當制(다섯 가구마다 한 명씩 가정 생활을 감시·통제하는 담당자를 두는 북한 제도를 일컫는 말 - 기자 주) 아닌가. 거기에 순종하면 전체주의국가, 중국처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대응에 들어가면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선임할 것이라고 했다. 손 목사는 "안창호 전 대법관(헌법재판관을 잘못 말함 - 기자 주)이 있다. 대법관까지 하신 분이니 완전히 법에 달통한 분이다. 그분을 선임해 교회가 폐쇄되면 바로 다음 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안창호 전 재판관도 '한국교회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모든 책임은 자신과 교회가 지겠다며, 교인들에게도 몰래 모여 구역 예배를 진행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카타콤 예배'라고 지칭하며 "다섯 명 이상 못 모이게 했으니 (구청에서) 여러분에게 경고할 거다. 경고하면 다음 날은 다른 집에 가서 모이면 된다. 창고에 가면 되고, 사무실에 가면 된다. 차 안에서 드려도 된다. 우리는 게릴라전으로 완전히 옮겨 다니면서 할 거다. 만약 여러분들한테 벌금을 때리면 교회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세계로교회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대면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1월 4일 올린 영상을 보면 입구에서 명부 작성 및 발열 체크를 위해 줄을 선 교인들 모습이 보인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갈무리
세계로교회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대면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1월 4일 올린 영상을 보면 입구에서 명부 작성 및 발열 체크를 위해 줄을 선 교인들 모습이 보인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갈무리

실제 세계로교회는 1월 3일 주일예배를 대면으로 강행했다. 세계로교회가 올린 영상에는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발열 체크를 하는 교인들 행렬이 나온다. 본당에는 정원의 10~15%를 수용했고, 교육관 등 별도 공간에서 예배한 교인들도 있었다.

손현보 목사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정부를 더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에스더와 모르드개, 유대인들을 탄압했던 하만에 빗대기도 했다. "오늘의 주사파 정권도 교회를 멸절하려고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는 영적인 전쟁에 서 있는 거고 우리가 여기에서 믿음을 가지고 부르짖고 기도하고 나아가면 결국은 승리하게 될 줄로 믿는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하만은 죽었지만 오늘 이 땅에 새로운 하만이 등장했다고 우리는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를 빙자해 교회를 핍박하고 교회를 멸절시키려고 하는 명백한 사탄의 계략이다. 하나님은 통치자들과 권세자를 통해 하나님의 교회를 억압한다고 에베소서가 이야기한다. 이 나라 정부는 사탄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통치자와 권세자들에 속하는 줄로 기억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날 교인들은 교육관 8곳과 본당 등에 나누어 앉아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손 목사가 정부를 비난할 때마다 본당에서는 '아멘'과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계로교회는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본당에 정원의 10~15% 정도만 수용한 채 1월 3일 주일예배를 대면으로 강행했다. 손현보 목사는 '비대면 필수 인력 20인' 규정이 불합리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갈무리
세계로교회는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본당에 정원의 10~15% 정도만 수용한 채 1월 3일 주일예배를 대면으로 강행했다. 손현보 목사는 '비대면 필수 인력 20인' 규정이 불합리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갈무리

손현보 목사는 1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정부 방역 정책에 형평성이 없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목사는 다른 다중 이용 시설과 달리, 교회만 '비대면 예배를 준비하는 필수 인력 20인'으로만 지정해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똑같이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손 목사는 "인근 음식점에 가 봤는데, 사람이 많이 있다. 지하철에도 매일 수백만 명이 탄다. 이런 점을 보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서 "같은 차량인데 누구는 100km/h로 누구는 20km/h로 다니라고 하면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인들도 교회 방침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주일예배도 1000여 명이 참석해 예배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모일 것이라고 했다. 손 목사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경찰서에도 다녀왔고, 1월 29일 첫 재판이 열린다. 형사소송 외에도 행정소송 등 여러 가지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안창호 전 재판관에게 수임료를 내고 정식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광역시와 강서구청은 세계로교회의 이런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응에 들어갔다. 부산광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세계로교회는 이미 6번 정도 고발당했다. 구청에서 어제도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시설 운영 중단 등 행정처분은 구청 권한으로, 위반 사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구청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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