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총신대 이상원 교수의 징계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재판부는 해임 처분이 과중한 징계 양정이라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법원이 총신대 이상원 교수의 징계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재판부는 해임 처분이 과중한 징계 양정이라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수업 중 "항문 근육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성적) 자극이 가능하다", "하나님께서 여성 성기를 굉장히 잘 만드셔서 성관계를 격렬하게 해도 다 받아 내게 돼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해임된 총신대학교 이상원 교수가 법원에서 구제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월 24일, 이상원 교수가 총신대 재단이사회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효력 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이 교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해임이 과도하다며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총신대 교수 직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결정했다. 또 총신대 재단이사회에 △이상원 교수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거나 강의를 방해하는 행위 △이 교수의 양지캠퍼스 연구실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 △총신대 홈페이지 아이디를 삭제하는 등 사이트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이상원 교수를 징계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강의 중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교수가 지난해 11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생물학적이고 의학적 사실로서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질 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발언을 성희롱으로 곡해한 대자보 게재자들의 의도는 현 정부가 입법화하고자 하는 차별금지법의 독소 조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반박 대자보를 붙이고, 총학생회장에게는 "사과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재단이사회는 이 행위가 학생들에 대한 '2차 피해 유발'이라고 했다.

세 번째는 이상원 교수가 성희롱 문제를 동성애 찬반 문제로 몰아가 학내 분란을 유발했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총신대 캠퍼스 앞에서는 재단이사회와 이재서 총장, 총학생회를 '친동성애자'로 몰아가며 반동성애 강연자인 이 교수를 탄압한다는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반동성애 진영은 온라인에서도 총신대를 비방했다. 이사회는 이 교수가 진영 논리로 학교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법원은 재단이사회 징계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상원 교수가 행한 발언이나 선택한 어휘, 내용, 표현 방식, 특히 이 교수가 한 '항문 근육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극이 가능하다', '여러분이 성관계를 가질 때 굉장히 격렬하게 해도 그거를 여성의 성기가 다 받아 내게 되어 있다' 등의 발언은 노골적인 표현에 해당해, 강의를 듣던 학생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발언만으로 이 교수를 해임한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상원 교수는 기독교적 성 윤리를 가르치기 위해 위와 같이 성적 내용이 담긴 강의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이고, 그 내용도 전체 강의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강의의 전체 맥락이나 의도, 강의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나 지향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상원 교수의 강의 내용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을 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 양정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머지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교수가 반박 대자보를 붙인 데 대해서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이로써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총학생회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행위도 "교수와 제자 사이를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으나, 당초 총학생회가 이 교수 강의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대자보를 게재하자, 이 교수가 그 내용이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나름 판단하고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총신대 앞 집회 등 학내외가 혼란해진 것도 이상원 교수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이상원 교수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실명으로 반박 대자보를 게재하고, 총학생회장에게는 사과문을 쓰지 않으면 법적 대응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법원은 이러한 행동이 2차 피해를 유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상원 교수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실명으로 반박 대자보를 게재하고, 총학생회장에게는 사과문을 쓰지 않으면 법적 대응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법원은 이러한 행동이 2차 피해를 유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상원 교수에게 내용증명을 받았던 조현수 전 총학생회장은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사건은 학생들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 교수가 고소를 시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도 개인의 자유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수님의 그런 대응 자체는 피해 학생들을 향한 2차 가해가 되기에 윤리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법원 결정은 향후 학생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총신대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던 여성 신학자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는, 법원 결정을 비판하며 이상원 교수가 교수로서 학생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에서 교수는 갑이고 학생은 을이다. 특히 여성 학생들이 이번 법원 결정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앞으로는 여성으로서 성희롱이라는 느낌이 들어도 두려워서 문제 제기도 못 할 것 아닌가. '교수'라는 강자로서 '학생'이라는 약자들에게 기세등등하게 위협하고 반동성애 투사인 것처럼 행세하니 학생들은 위협감을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총신대학교 이재서 총장은 이상원 교수에게 오는 2020학년도 2학기 강의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교수가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가을학기 강의를 맡게 될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이 교수는 2020학년도를 끝으로 내년 은퇴가 예정돼 있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7월 31일 가처분 이의신청을 냈다. 9월 초 심문 기일이 잡혀 있다. <뉴스앤조이>는 이상원 교수 입장을 듣기 위해 13일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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