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총신대학교 이상원 교수 해임에 대한 교계 반응이 점입가경이다. 반동성애에 잠식당한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날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 이 교수 해임을 규탄하고 있다. 가깝게는 총신대 신대원생부터 교수들, 멀게는 타 교단 목회자·신학자까지 지원사격에 나섰다. '신학교에서 진리를 말하지 못하게 됐다', '앞으로 강단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등 코웃음 나는 말들을 되게 진지하게 하고들 앉았다. 반동성애가 기독교 진리인가.

성희롱은 폭력의 문제다. 총신 사건의 핵심은, 교수들이 강의 중 수업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성적 발언을 했으며, 듣는 이(학생)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발언 의도가 어떠했든 상관없다. 이상원 교수 주장처럼 동성애를 설명하기 위한 의도였다 해도, 그 발언이 학생 다수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면 성희롱이다. 학생들은 폭력을 규탄했고, 이사회는 폭력에 대해 징계했다. 애초에 동성애 찬반 문제가 아니다.

이상원 교수 발언을 보면, 동성애를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항문 근육 자극)을 자꾸 느끼고 그러면서 그것이 습관이 되고 그러면 이게 중독이 되고 나중에 빠져나갈 수 없게 되고 그러면서 동성애를 하게 되는 거야",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께서 굉장히 잘 만드셨어요. 그래서 여성 성기의 경우에는 여러분들이 그 성관계를 가질 때 굉장히 격렬하게 이거 해도 그거를 여성의 성기가 다 받아 내게 되어 있고 상처가 안 나게 되어 있어요". 남성 항문 근육이나 여성 성기를 묘사하며 동성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 말들은 사실도 아니다. 항문 근육 자극에 중독돼 동성애자가 된다는 말은 대체 어디에서 들은 것인가.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모든 동성애자가 그렇지는 않다. 이와 같은 설명은 동성애를 '동성 간 성관계'로 치환해 버리는 전형적인 반동성애 진영의 왜곡 정보에 기반한다. 아무리 격렬하게 섹스해도 여성 성기는 다 받아 내게 돼 있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검증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 대체 어디에서 들은 판타지인가.

<뉴스앤조이>가 지난번 칼럼에 썼듯이, 이번 징계는 현재 총신대 이사회가 임시이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예전처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목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교수들을 징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임시이사들은 개신교와 크게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총신 구성원과 교계가 인지해야 할 것은,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 대학을 공격한다'가 아니라 '성희롱한 사람은 처벌받는다'는 사실이다. 이게 '세상 사람들'의 상식이다.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이상원 교수를 제외한 다른 교수들 징계 수위가 너무 낮다는 것.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가벼운 한국 사회 한계까지 그대로 반영한 결과일까. 특히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말을 상습적으로 한 김지찬 교수 징계가 정직 1개월에 그친 것은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을 준다.

나머지 하나는, 총신은 과거에도 반동성애였고 지금도 반동성애이며 앞으로도 반동성애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반동성애 진영의 전방위적 압박에 총신대는 다시 한번 '우리는 반동성애'라고 선언했다. 이는 학내에 있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워 버리는 일이다. 성희롱만 폭력인가. 혐오도 폭력이다. 총신이 해야 할 일은 '우리 학교에는 성소수자가 없다'고 선언하는 게 아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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