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지는 상황에서 많은 교회가 3월 1일 주일예배를 가정 혹은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특히 수백에서 수천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중대형 교회들은 대부분 예배당 문을 닫았다. 예배가 꼭 한자리에 모여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교인들을 보호하고 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극단적 주장을 펴는 이들은 보건 당국의 집회 자제 요청이 '정부의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짰다. 기독자유당(고영일 대표)은 3월 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예배당을 폐쇄한 교회들을 세상에 굴복한 것처럼 표현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보란 듯이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에 모여 집회를 이어 갔다.

3월 1일 예배를 그대로 진행한 임마누엘교회 김정국 목사도 '세상의 억압'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목사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세상이 우리를 보고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잘못된 게 아니다. 언제까지 대체 예배를 드릴 건가. 코로나바이러스가 1년 가면, 1년간 대체 예배를 드릴 것인가"라며, 교회는 신천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비위생적으로 예배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정부의 탄압'이나 '세상의 억압'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실제 예배당을 폐쇄해야 하는 것은 교회 지도자들의 깊은 고민거리다. 신반포교회(홍문수 목사)도 3월 1일 예배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홍문수 목사는 설교 초입, 선교지에서 입국한 2월 26일부터 며칠 안에 온라인 예배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고민과 기도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수십 년 주일 성수를 완벽하게 했던 어르신들이 (예배당 폐쇄로) 통곡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가 감히 그런 분들을 향해 융통성이 없는 구식이라고 비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이런 시국에 현장 예배를 드릴 때냐고 호통 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 세속적이라고 무조건 비판할 수 있을까. 사실 판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이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예배하고자 하는 마음도, 온라인 예배도 기뻐 받으실 것이라며,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은 잠시 그치자고 말했다.

공공 보건 분야 권위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를 만났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공공 보건 분야 권위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를 만났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극단적 주장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말 모든 교회가 모이기를 중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목회자와 교인이 여전히 있다. 지금처럼 '감염병'이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된 상황에서는 보건 전문가 조언에 따라 행동하는 게 효과적이다.

<뉴스앤조이>는 3월 4일, 공공 보건 전문가 김창엽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를 만나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교회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자세히 들어 보았다. 김 교수는 <건강의 공공성과 공고 보건 의료>(한울아카데미)·<건강할 권리>(후마니타스) 등을 썼고, 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 공공 보건을 향상할 수 있을지 고민해 온 학자다. 보건학 박사이며 예방의학·가정의학 전문의기도 하다.

김창엽 교수가 소장으로 활동하는 시민건강연구소는 3월 2일 '시민 행동에 대한 두 번째 수칙'을 발표했다. △무의미한 중계식 보도 시청 줄이기 △의료진 등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 양보하기 △사회적 거리 두기 △전수조사, 동선 추적에 덜 불안해하기 △빠지고 빈 곳에 주목하기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교회가 앞으로도 최대 2주까지는 예배당에 모이지 않는 게 좋다며, 이를 공공 의료 시각에서 설명했다. 또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했다. 다음은 김창엽 교수와의 일문일답.

"감염병은 확률 싸움,
앞으로 2주가 최대 고비
신천지 예배와 다르다는 것
방역 차원에서는 큰 차이 아냐"

- 지난주, 많은 교회가 현장 예배를 가정·온라인으로 대체했다. 그렇지만 멀찍이 떨어져 앉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예방 수칙을 지키면 모여도 되는 것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최대 2주 정도까지는 교회가 안 모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건 교회 규모와 크게 상관없다. 감염병이 전파되는 것은 확률이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그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미 나는 감염됐는데 자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교회에 가면 추가 전파가 일어난다. 우선 이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안 모이면 자연스럽게 확률은 줄어든다. 100% 감염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확률을 최대한 낮춰 보자는 것이다.

기성 교회는 신천지와 예배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여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방역 측면에서 보면 크게 의미 없는 차이다. 신천지 예배 방식이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기성 교회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 교회마다 예배 방식도 다 다르지 않은가.

또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감염병의 성격이다. 지금 다중 집회를 중지하자는 것은 그 집회 참여자만 보호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사회에 전파되는 걸 막자는 취지다. '우리는 예배드리다 죽으면 죽겠다', '순교도 불사하겠다'면서 모이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포인트가 아니다. 본인이 감염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니까 문제인 것이다.

연결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자는 거다. 이건 사회적 행동이다. 교회가 '우리는 결사적으로 예배에 임하겠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 교회든 어디든, 남에게 해를 입히지 말자는 게 기본 윤리 중 하나 아닌가. 지난주(1일), 이번 주(8일), 다음 주(15일) 정도가 피크라고 본다. 이 시기만 잘 넘긴다면 확산 추세가 조금은 누그러질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지금이야 다 알게 됐지만, 교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신천지와 기성 교회 이미지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회가 '우리는 신천지와 다르다'고 주장해 왔으니 지금이 그것을 증명하며 사회적 선을 실천할 기회다. 지금이야말로 차별성을 분명히 할 때다. 장기적으로 볼 때, 보건 당국의 요청에 응하는 것이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확실한 기반을 갖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교회가 사회문제에 귀 기울이고 적극 나서는 것을 보면 지역 주민이 교회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 정부가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지 않아서 이렇게 확산하게 만들어 놓고, 만만한 교회에 주일예배 중단을 강요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발 입국 차단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 비전문가의 황당한 주장이다. 이건 교회 다니는 의료인들도 잘 알 거다.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지금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거다. 게다가 중국 입국 금지 논하기 전에도 신천지 신도들이 한국과 중국을 오갔다고 하지 않나. 중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한국인까지 전면 입국을 금지하는 건 방법적으로도 불가능했을 것이라 본다. 지금 전 세계 감염 추세를 보면 중국을 막는다고 해서 안 퍼지는 게 아니다.

감염병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다. 김창엽 교수는 당분간 이 연결 고리는 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인적이 드문 대구 지하철역. 뉴스앤조이 이은혜
감염병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다. 김창엽 교수는 당분간 이 연결 고리는 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인적이 드문 대구 지하철역.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회적 취약 계층 찾아
지역사회 방역 구멍 메우는
최소 지역 단위로서의 교회

- 일부 교회는 대구 지역 의료진을 돕거나, 주일 헌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으로 현장을 돕고 있다. 공공 보건 관점에서 지금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뭐가 있을까.

요즘처럼 지역사회 중심으로 감염병이 퍼져 나갈 때는 그 지역 풀뿌리 기관들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은 모든 정보가 한 방향으로 전달된다. 방송, 신문, 포스터 등을 통해 개인행동 수칙 같은 게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간접적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수칙을 이해하는 정도에 분명히 편차가 있다. 아예 이 수칙이 닿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현재 시스템은 각자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마스크도 끼고, 손도 잘 씻고, 사람 많은 데 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전달했으니 이를 잘 지키라는, 각자도생의 방역이다. 전달이 잘됐는지 안 됐는지 아무도 확인할 수 없다.

지역사회 감염이 있을 때는 지역사회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 가장 작은 단위의 지역 연합체가 역할을 해 줘야 한다. 예를 들면, 통장·경로당·부녀회·시장상인연합회 이런 것이다. 교회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교회는 구역·목장 등 교인들을 작은 단위로 그룹화하고 있지 않나. 취약 계층에게 예방법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자본이 있는 셈이다. 교회가 '사회자본'으로서 작동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교회마다 모양은 달라도, 지역사회에서 반찬 봉사, 노인 대학, 어린이집, 지역 아동 센터 등을 운영하지 않나. 이런 작은 망들이 가동되면 좋겠다.

교회는 사회적 자본 관점에서 중요한 행위자가 될 수 있다. 동네 사람에게 뭐가 필요한지 살펴보고, 도와주고, 필요한 물건 갖다주는 일 등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 자가 격리까지 하게 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그러면 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신분을 속이고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자가 격리 수칙을 못 지키는 것이다. 교회가 각 지자체와 손잡고 이런 사람을 파악해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게 풀뿌리 방역이다.

지금까지 교회가 해 온 것들을 바탕으로 약간의 시각 전환만 하면, 교회가 지역사회 방역에서 중요한 주체가 될 수 있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자금·식량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과거 자선 모형으로서 복지다. 지역사회 방역에서는, 정보를 제공하고 서로 케어하고 지역사회 공동 지침을 마련하는 데 지도력을 발휘하는 등 행위가 중요하다.

예를 또 하나 들어 보자. 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있다. 어린이집을 닫는 건 부모의 일정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다. 이때 지도부가 판단하는 거다. 이 질병은 현재까지는 어린아이에게 전염력이 세지 않고, 감염된다고 해도 가볍게 지나간다는 과학적 결과가 있다. 그러면 '아이들이 면역력이 약하니까 어린이집부터 닫자'가 아니라, 지도력을 발휘해서 그 지역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있다는 거다.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가 이렇게 해 보자고 주민을 설득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교인들이 주변 사람의 필요가 뭔지 살피고 그들과 이야기도 하고 결정 내리는 민주적 역량이 있다면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논의 구조가 익숙하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이야기 나누기를 시작하면 된다.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고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능동적으로 파악하면 좋겠다. 주민센터와 협력할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뭔지, 인력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자원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일대일 케어가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찾아 나서면 어떨까. 조금만 눈을 돌리면 교회가 지역사회 풀뿌리 방역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창엽 교수는 감염 확률을 줄이는 차원에서 당분간 예배당에 모이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창엽 교수는 감염 확률을 줄이는 차원에서 당분간 예배당에 모이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시민건강연구소에서 '시민 행동 수칙'을 발표했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주의할 점 몇 가지만 꼽는다면.

확진자의 동선을 전수조사하고 시간별로 공개하는 건 더 이상 합리적 방법이 아니다. 예방에는 효과가 없다. 지금 확진자 절반 이상이 정확히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른다. 동선을 밝히는 유일한 의미는 확진자와 같은 시간에, 혹시라도 밀착 접촉했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며칠 뒤에는 그 장소에 가도 상관없고, 같은 날 갔어도 시간대가 다르면 크게 상관없다. 계속해서 확진자 동선을 낱낱이 다 밝히면, 추가로 확진 판정받는 사람은 동선을 숨기게 된다.

시민들이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는 것도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중계식 보도가 등장했다. 확진자가 몇 명인지, 사망자가 몇 명인지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 하루에 확진자가 수백 명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단순한 확진자 증가 발표는 의미 없다. 너무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게 현 상황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불편하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온다. 그러니 당연히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감염병은 상대적으로 아주 심각한 병은 아니다. 처음에는 불확실한 것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해진 게 있다.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이지만, 평소 건강했던 이들에게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개인행동 수칙을 잘 따르되, 원칙적인 손 씻기가 마스크보다 더 중요하다. 마스크는 언제 어디서나 착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의료 현장에 마스크가 우선 공급돼야 하는 게 맞다. 평소 사람과 많이 접촉하지 않는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손 씻는 건 남의 눈에 띄지 않으니, 한국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선량한 시민임을 증명하는 공동 징표가 됐다. 이 사회에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선량하고 건전한 시민임을 나타내는 징표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겠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앞으로 1~2주가 중요하다. 되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방향으로 여론을 만들면 좋겠다. 나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전파의 맥을 끊는, 사회적 유행을 방지하는 데 이게 최선이다. 개개인이 공동선을 행하는 차원에서 행동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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