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주일은 생애 최초의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주일이면 교회당에 모여 함께 예배하고 평화의 인사를 하며 소박한 밥상을 나누던 당연한 시간이 멈추고, 공식적으로 '교회당 주일예배'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저희 가정은 가정 주일예배문을 천천히 읽고 짧은 묵상을 하며 응답 기도에 이른 후, 20분의 침묵과 중보 기도, 그리고 주의 기도로 주일예배를 마쳤습니다. 교우들은 어떤 모습으로 예배했을지, 그 예배는 어떤 여운을 남겼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이러한 상황이 조금 더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일반 학교 개학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3월 15일도 가정 주일예배를 드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교회 상황에 대해 많은 언론에서 "예배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예배 중단이 아닙니다. 특별한 상황 때문에 모든 교우가 교회당에 함께 모여 예배하지는 못하지만, 성령의 연결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예배의 자리로 삼고, 더욱 깊고 진지하게 하나님께 예배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교회당 예배의 특징은 주일에 전 교우가 모여 정성 어린 도움의 손길과 훈련된 설교자의 설교 가운데 잘 준비된 공동체적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가정 주일예배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내가 예배를 준비합니다. 내가 예배를 진행합니다. 내가 예배문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합니다. 내가 하나님 앞으로 다가갑니다. 어설프고 조촐하지만, 그 자리가 하나님이 계신 자리이고, 그 자리가 바로 하나님 은총의 자리입니다.

지금의 특별한 상황은, 교회당만이 아니라 각자 삶의 자리를 예배의 자리로 만드는 은총의 기회로 삼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더욱 깊이 있게 예배하는 기회입니다. 이 시간이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도록 돕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경험은 △교회당에서 가정으로 △더불어 신앙에서 홀로 신앙으로 △주일 신앙에서 일상 신앙으로, 우리 신앙이 더욱 깊어지고 높아지도록 이끌 것입니다.

첫째, 교회당에서 가정으로. 가정 주일예배는 예배의 중심이 교회당에서 가정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교회당 신앙이 가정 신앙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교회당 예배로 몸에 익혀 온 은총을 여러분의 가정으로 연결하십시오. 나에게 가장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인 가정에서 예배하고 기도하는 게 낯설지 않고 익숙해지도록 훈련 계기로 삼기 바랍니다.

정기적인 가정 예배의 시작이 되도록 하십시오. 이는 적절한 시간과 적당한 공간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예배문을 준비하고 순서 맡는 이를 정하고 둘러앉아서 예배합니다.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열린 마음으로 믿고 기대하는 예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침묵으로 성령을 모시고, 예배문을 천천히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예배합니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서로의 마음에 깊이 남는 구절이나 예배 소감을 나누고 감사하는 가운데 가정의 일과를 이어 가시기 바랍니다.

둘째, 더불어 신앙에서 홀로 신앙으로. 교회당 예배의 장점은 나 혼자서는 하지 못하거나 귀찮아서 미루려는 것을 더불어의 힘으로 함께 훈련받고 수행하는 것입니다. 혼자 기도하기 어려워서 회중과 기도하는 것이고, 혼자 공부하기 어려워서 함께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더불어 신앙이 자칫하면 홀로 하나님과 대면하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하는 신앙의 성숙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이들의 기운에 슬그머니 묻어가려는 게으른 태도와 의존적인 습성에 면죄부만 줄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신앙은 언제나 홀로 신앙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예배는 일상에서 홀로 신앙으로 심화되어야 합니다. 주일 신앙이 일상 신앙으로 확대되는 것은 더불어 신앙이 홀로 신앙으로 심화될 때 가능합니다.

일상의 시간을 멈추고, 홀로 또는 가족과 함께 나만의 속도에 따라 고요한 가운데 성령을 모시며 예배문을 깊이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예배가 되도록 연습하십시오. 깊은 기도와 묵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셋째, 주일 신앙이 일상 신앙으로. 교회당 예배가 가정으로 연결되고, 더불어 신앙이 홀로 신앙으로 심화될 때, 주일 신앙은 일상 신앙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교회당을 나서는 순간 모든 은총이 사라지는 '선데이 크리스천'은 우리 일상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나에게 맡겨진 일상의 과제들 가운데 숨어 있는 하나님의 활동을 발견하고 그 활동에 감사하며 그분의 걸음을 따라 걷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이고, '선교적 일상'(missional day)입니다. 이때 우리는 무거운 일상 속에 여전히 숨어 있는 빛나는 거룩을 발견하고 하나님나라의 평화를 일구어 갈 수 있습니다.

사실 혼자 기도하고 묵상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편안한 가정이 예배 공간으로 변화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특별한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로 왔습니다. 하나님은 지금 각자의 자리가 예배의 자리가 되기를 바라시나 봅니다. 내가 예배의 준비자가 되기를 바라시나 봅니다. 그리고 홀로 하나님께 나오기를 바라시나 봅니다.

이러한 신앙 수련을 통해 하나님은 교회가 더욱 소중해지기를 바라시고, 가정이 하나님의 가정이 되기를 바라시고, 일상에서 하나님과 동행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는 그 훈련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에게 내리실 한없는 부활의 기쁨을 소망하며 사순의 절기를 차분히 걸어갑시다.

오세욱 / 화성 봉담 가온시온성교회에서 교우들과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화 영성과 공공성 신학을 토대로 청소년 대안 학교 그물코학교와 그물코평화연구소를 운영하며, 민주 시민 교육, 평화교육, 의사소통과 갈등 전환 등을 지역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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