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교회는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1일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대부분의 교회는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1일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교회가 온라인으로 예배하게 된 초유의 상황에서 목사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뉴스앤조이>는 3월 4일, 이번 주(1일) 예배를 온라인 또는 가정 예배로 대체했던 목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예배하며 느낀 점과 코로나 사태가 한국교회에 미칠 영향 등을 물었다. 목사들은 난감하고 어색했다면서도, 이렇게 해서라도 코로나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시기, 제주성안교회(류정길 목사)는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당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3월 1일과 8일 주일예배를 영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교회 11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반대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교회가 지역사회의 걱정과 불안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전격 결정했다.

주일예배를 영상으로 대체한 3월 1일, 제주성안교회는 류정길 목사와 부교역자만 모여 예배했다. 평소라면 4000명에 이르는 교인으로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류 목사는 "말 그대로 텅 빈 예배당에서 설교하니까 너무 적막하고 낯설고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배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분명하지만,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중에 강행할 수 없었다. 이런 시기일수록 교회도 고통을 분담하고 공감해야 한다. 만일 반대 길을 가 버리면, 코로나19 확산의 큰 원인을 제공한 신천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길 목사는 코로나19가 IMF와 세월호처럼 시대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사람들이 갈수록 모임을 멀리하고, 홀로 있음에 안정을 느끼는 1인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신천지를 통해 드러났듯이, 종교의 맹목적·집단적 광신에 대한 경계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류 목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개신교는 다시 교회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교회가 건강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너희가 신천지와 다를 게 뭐냐'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김학중 감독)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연회 소속 800개 교회에 권면서를 보냈다. 주일예배를 온라인 또는 가정 예배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다수 교회가 연회의 요청에 응했다. 감독 김학중 목사(꿈의교회)는 "대다수 목사님이 권면서를 보내 줘서 결정하기 쉬웠다더라. 현장 교회들이 차분하게 대응했다. 한국교회가 사회와 발맞춰 나갈 수 있는 좋은 훈련이자 기회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교인들이 예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일상에서는 예배하면서 때로 투정도 부렸는데, 반강제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니까 눈물이 났다는 교인들도 있었다. 다시 예배당으로 돌아가면 더 겸손하게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김학중 목사는 국가와 사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도 교회는 병원·학교를 지으며 사회를 선도했다. 코로나 사태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교회가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학중 목사는 사회와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한국교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꿈의교회 영상 갈무리
김학중 목사는 사회와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한국교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꿈의교회 영상 갈무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교회들도 온라인 예배를 진행했다. 대구성민교회(서진습 목사)는 코로나 감염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해 2주간 주일예배를 중단했다. 대신 설교 원고와 녹음 파일을 수십 명이 참여하는 채팅방에 올리고 있다. 서진습 목사는 "일상적으로 예배드릴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교인들은 서로를 너무 보고 싶어 한다. 오히려 개개인의 신앙이 간절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경주 좋은씨앗교회(송경호 목사)는 페이스북 라이브로 예배하고 있다. 송경호 목사는 "온라인 예배 문화가 정착하면 교회 존재에 대해 논란이 일 거라는 주장도 있던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하루빨리 함께 모여 예배하는 걸 사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맑은물교회(하창완 목사)는 가정 예배로 전환했다. 평소 소그룹별로 예배를 드려온 터라 동요하거나 이질감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했다. 하창완 목사는 "강제로 휴가 중에 있다.(웃음) 설교 자료는 밴드에 올리고, 팟캐스트를 통해 교인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목사는 교인들과 주중에도 수시로 만나 예배하고 교제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서로의 얼굴을 못 보고 있다며 힘들다고 했다. 맑은물교회 교인들 역시 예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하 목사는 "코로나19는 한국교회 전반에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고 본다. 예배란 무엇인지, 사회적 문제에 교회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등 말이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듯 코로나19도 비슷한 고민거리를 던졌다"고 말했다.

"예배 소중함 깨닫게 됐지만
신앙생활 필요성에 의문 생길 수도"
"신앙뿐 아니라 예배 형식도 검토 필요"
"젊은 세대, 포스트모던 신앙 위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 필요"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성남 주민교회(이훈삼 목사)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이훈삼 목사는 "평소 100~120명이 예배에 참석하는데, 이번에는 예배 순서자 10명만 모였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교회가 신천지처럼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 되면 안 되기에, 가정 예배 또는 온라인 예배를 권면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지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코로나로 예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긍정적 면도 있다. 다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꼭 교회에 가야 하나', '유튜브나 영상을 통해 나 혼자 믿으면 되지'라는 생각이 확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향린교회(김희헌 목사)도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취지에서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평소 150명 정도 예배하는데, 온라인상에도 비슷한 인원이 참여했다. 유아부·유치부·청소년부는 따로 자료를 배포해 가정에서 예배할 수 있도록 했다.

김희헌 목사는 "텅 빈 예배당에서 예배하니까 어색했다. 평소보다 예배 시간이 25분 정도 줄었다. 낯선 환경이긴 했는데, 오히려 교인들이 온라인상에서 적극 참여해 줘서 어려움은 없었다. 소통이 활발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국교회가 생각할 지점도 있다고 했다. 주로 신앙과 관련해 고민해 왔는데, '형식'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예배 모임이라는 일종의 형식 자체가 사회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신천지는 개신교와 비슷한 예배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나. 이번 여파를 보면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형식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신앙뿐만 아니라 형식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남오성 목사는 젊은 세대를 위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날개그늘교회 영상 갈무리
남오성 목사는 젊은 세대를 위한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날개그늘교회 영상 갈무리

일산 주날개그늘교회(남오성 목사)도 코로나19 확산과 감염을 막기 위해 3월 8일까지 현장 예배를 중단했다. 교인들은 교회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 평소 라이브로 예배를 중계해 온 남오성 목사는 "온라인 예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전도사 3명과 조촐하게 예배했지만 어색하지 않았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교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남 목사는 "현장 예배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의견도 있고, 온라인 예배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교회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고 본다. 새 시대와 젊은 세대를 위한 목회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오성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예배·목사가 중심이 되는 근대적 신앙에 머물렀다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포스트모던 신앙 양태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신앙생활을 왜 해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질문과 고민에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평소에도 라이브로 예배를 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남 목사는 "스마트폰으로 예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새로운 세대, 젊은 세대를 위한 고민과 기초가 없다는 걸 느꼈다. 지금이라도 신학교에서 온라인 예배 중계하는 교과목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탄압으로 주일예배 중단?
"국민 안전이 우선, 음모론 빠지면 안 돼"

주요 교회가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한다고 밝혔을 때, 극우 진영에서는 정부 탄압설이 퍼졌다.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용해 한국교회가 주일예배를 못 하도록 탄압·방해했다는 것이다. 신천지 예배당을 폐쇄한 다음에는 기성 교회 차례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목사들은 그런 말들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예배를 대체한 김영식 목사(낮은예수마을교회)는 "비약이다. 교회와 세상을 대립적으로 보게 만들려는 거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인데, 교회는 국민의 안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인간의 생명을 돌보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빠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훈삼 목사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현 정부는 국민의 민주적 염원에서 탄생한 정권이다. 교회 탄압은 말도 안 된다. 정부가 초기 대응을 얼마나 잘했나. 신천지 때문에 코로나가 확산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도 신천지처럼 다수가 모이고, 같이 식사하는 등 공통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한 것이지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사회가 교회에 위험 요소를 줄여 달라고 요청하면 받아 줘야 한다. 당연한 걸 두고 정부의 '교회 탄압'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목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한국교회 예배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목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한국교회 예배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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