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10명이 발생한 수원 망포동 생명샘교회. 이성진 담임목사는 신분을 사칭하고 교인 직장에 접근한 신천지 때문에 교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분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코로나19 확진자 10명이 발생한 수원 망포동 생명샘교회. 이성진 담임목사는 신분을 사칭하고 교인 직장에 접근한 신천지 때문에 교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분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수원 생명샘교회(이성진 목사) 일대는 휑했다. 교회 주변 매장들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외부인 출입 금지' 안내문을 써 붙였다. 교회는 확진자 발표가 있었던 3월 3일, 지역사회에 두려움과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생명샘교회 교인 감염 사례는 기구하다. 한 교인이 2월 19일 직장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았는데, 그 강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신천지 신도였다. 이 신천지 신도는 '고용노동부 직원'을 사칭해 이곳에 교육하러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의를 들은 직원 10명 중 생명샘교회 교인을 포함한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생명샘교회 이성진 목사는 2월 23일 설교에서, 코로나19가 기독교를 박해하는 중국 공산 정권과 기성 교회를 흔드는 신천지에 대한 심판이라는 취지로 설교했다. 이날 코로나19에 감염된 교인이 예배에 참석했고, 현재까지 교인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 소식이 처음 알려진 3월 3일, 이성진 목사는 <뉴스앤조이>와 통화하며 눈물을 흘렸다.

<뉴스앤조이>는 3월 5일, 생명샘교회에서 이성진 목사를 만나 잠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 목사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12일까지는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그는 자가 격리 장소를 예배당으로 정하고, 홀로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가 격리 수칙에 따라, 기자는 교회 건물에 들어가거나 이 목사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기자는 문 밖에서, 이 목사는 건물 안에서 서서 대화했다.

교회는 방역 후 건물을 자진 폐쇄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문을 써서 붙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는 방역 후 건물을 자진 폐쇄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문을 써서 붙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 첫 번째 확진자가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소식을 들은 이성진 목사는 신천지에 분노했다. 이 목사는 "신천지가 고의성을 가지고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이만희를 고발했다는데, 내 마음 같아서는 '확정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고발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진 목사는 "우리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소속이다. 2월 23일 주일예배 때는 우리를 포함해 수원 지역에서는 한 곳도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하지 않았을 때였다"고 말했다. 다만 소그룹 모임과 공동 식사, 주일학교 간식 제공을 막지 않은 점은 후회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생명샘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수원노회 교회들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식사 문제 등에 신경 쓰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설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그날 설교는 중국 자체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심판'이라는 표현은 고의성을 갖고 의도적으로 교회를 공격하고 박해하는 공산당과 신천지에 대한 말이었다. 그런 박해로 피해를 본 분들이 위로를 얻고 회복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정작 목회하는 교회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닥치면서 돌아보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설교로 오해를 일으킨 데 대해서도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19 사건은 우리에게 임한 주님의 심판이 아니라, 돌이켜 보고 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복을 위한 채찍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생명샘교회는 확진자 발생 이후 교회 건물을 방역한 후 자진 폐쇄하고, 건물 외벽에는 지역 주민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붙였다. 이성진 목사는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데, 다행히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에 기쁨이 되고 소망이 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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