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바뀐 기독당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현욱 대표는 극우가 아닌 합리적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우리 기독당은 북한과 같이 가야 합니다. 같이 더불어 사는 민족을 지향해야지, 물어뜯고 망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좌우를 뛰어넘어 포용해야지, 극단으로 가서도 안 됩니다. (중략) 우리도 정의당처럼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걸출한 인재를 키워 내야 합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북 정책에 있어서 '강경 모드'였던 기독당이 화해·포용 입장으로 선회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현욱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1월 2일 신년 모임에서 북한을 대화 상대로 여기고, 장기적으로 '정의당'처럼 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참석자 20여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독당은 총선 때마다 전광훈 목사가 만든 '기독자유당'(고영일 총재)과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내놓은 공약은 극우 일색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핵무기 보유', '종북 척결' 등 과격한 구호를 당론으로 내세웠다.

그랬던 기독당이 김현욱 대표가 취임하면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김 대표는 진보 정치 1세대 권영길 전 의원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그에게서 정치적 사상과 철학을 배웠고, 손학규 대표(바른미래당) 측근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제6대 경기도의원을 지냈고, 총선과 시장 선거에도 출마한 이력이 있다. 국가와 교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기독당에 들어오게 됐다.

서울 종로 기독당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반대 세력도 품으면서, 성경에 입각한 정신으로 밝은 사회를 이룩하고 싶다.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에서도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독당 회원 수는 6800명이다. 그중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은 100명 정도다.

기독교인조차 외면하는 기독 정당
"비전 없이 맹목적 지지만 강요한 탓,
한국교회 견제 위해 기독 정당 필요"

기독당은 올해 총선에서 원내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현실은 냉담하다. 기독 정당은 기독교인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설문에 따르면, 개신교인 79.5%는 기독교를 표방한 정당 창당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기독 정당은 2004년부터 원내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김현욱 대표는 "기독교인 80% 가까이가 기독 정당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전은 제시하지 않고 맹목적 지지만 강요해 온 결과다.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 반대 구호만으로는 안 된다. 경제, 국방, 문화 등 분야에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 정당이 실패의 길을 걸어온 데에는 목사들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장로이기도 한 김현욱 대표는 "목사들이 참여하면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당회장 마인드로 단체를 좌우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외연 확장과 창의성을 위해서라도 평신도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기독 정당이 꼭 존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한국교회를 견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안타깝게도 국민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잘못된 길을 가면 누군가가 제재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조직이 없다. 기독당은 '목사님 세습하면 안 됩니다', '절대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지적하고 견제할 것"이라고 했다.

기독 정당을 만드는 것보다 기독 정신으로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을 밀어주는 일이 낫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현재 120여 명의 기독 의원이 있는데, 대부분 바르지 않다. (그들은) 표 때문에 교회에 다니는 것이다. 하나님과 성경적 가치가 우선이라면 의정 활동을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가령, 대정부 질의를 할 때에는 (질의) 원고와 성경을 동시에 들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 정당처럼 가톨릭과 불교 등 타 종교에서도 정당을 만들어 원내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종교가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꼴이 된다. 김 대표는 이에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래서 기독 가치를 표방하는 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지, 특정 종교만을 위한 정당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당명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정강·정책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욱 대표는 "국민 통합과 한반도 복음 평화통일에 주력하겠다. 무엇보다 '빈자'를 위한 정책을 하고자 한다. 예수는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를 위해 일했다. 오늘날 교회는 어떤가. 굶주린 자를 품고 있기는 하나. 평화와 거리가 멀고, 빈자가 다가가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예수님은 진보주의자였다. 부자를 나무라고, 가난한 자를 위하고, 성전을 허물고자 했다. 기독교는 저항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통에서 당을 세워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극단으로 가는 기독자유당
합당 제안한 이유는…

기독당은 또 다른 기독 정당인 기독자유당에 합당을 제안한 상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 적극 가담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기독자유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진보든 보수든 극으로 가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선거를 통해 심판하면 될 일이다. 반의회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기독 정당은 합리적 정당이 돼야 한다. 성경 어디에도 '빨갱이는 죽여야 한다'는 말이 없다"고 했다.

기독당은 원내 진출을 하고자 기독자유당에 합당을 요청한 바 있다. 기독당은 1월 말까지 기다리되, 응답이 없으면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를 계획이다. 기독당은 지난 총선에서 0.54%(12만 9998표)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전광훈 목사가 이끌던 기독자유당은 2.63%(62만 6853표)로,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문턱(3%)까지 갔다. 두 정당이 통합했다면 원내 진출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도 따로 나오면 원내 진출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김현욱 대표는 극우 성향 기독자유당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통합 대상으로 보고 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면이 있지만, 합당해야 원내 진입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이유다. 충돌하는 지점이 있으면 설득과 대화로 풀어 나갈 것이며, 당 지분도 통 크게 양보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기독당보다 기독자유당의 세가 강하다고 보는데, (강할수록)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시너지 효과를 보려면 함께 가야 한다. 우리는 합당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다. 의석을 7:3으로 하자고 하면 받아 주겠다. 양보하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게 하나님이 원하는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현욱 대표의 최종 목표는 인재 양성이다. 길게 10년을 내다보고, 대선에 출마할 젊은 인재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인재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어야 한다. 인재가 나오면 당 인지도도 덩달아 오르게 돼 있다. 성경적 가치를 지니고,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만들 수 있는 인재를 반드시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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