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식 목사가 내건 플래카드. 기독당 김현욱 대표는 당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사진 제공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박두식 목사가 내건 플래카드. 기독당 김현욱 대표는 당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사진 제공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동성애/이슬람 없는 청정 국가 이룩."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견된 이 현수막은 소수자 혐오를 조장한다며 구설에 올랐다. 현수막에는 '기독당' 이름과 마크가 붙어 있었다. 이번 4·15 총선에서 대표와 당명까지 바꾸며 "극우 색깔을 빼겠다"고 선언했던 기독당이 왜 4년 전과 같은 내용으로 현수막을 내걸었을까.

현재 기독당은 내부 갈등으로 좌초 위기에 빠졌다. 지난 4년간 기독당을 이끌어 온 박두식 목사가 여전히 대표임을 주장하며 자체적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수막도 박 목사가 내건 것이다. 기독당 김현욱 대표는 제명된 박 목사가 월권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독당은 지난해 11월 11일 전당대회를 열고, 정치학 박사 김현욱 장로를 대표로 선임했다. 리더가 바뀐 기독당은 그간 내걸었던 '종북 척결', '핵무기 보유' 같은 캐치프레이즈 대신 '국민 통합', '한반도 평화' 등을 외치기 시작했다. 원내 진출을 위해 기독자유통일당(고영일 대표)에 합당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2월 8일에는 국제녹색당과 합당하고, 당명을 '통일민주당'으로 바꿨다.

합당한 기독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명 변경과 대표자 변경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 대표 박두식 목사가 합당을 결의한 전당대회는 불법이라며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이와 함께 비례대표 후보자 9명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1번은 자기 아내였다. 선관위는 박 목사가 제출한 신청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관위는 3월 11일 자 공문에서 "정당 내부 다툼으로 누가 정당한 권한이 있는 대표자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며 "각종 변경 신청 및 후보자 등록을 수리할 수 없다. 조속히 조직을 정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사고 정당'으로 규정하고 내부 정리부터 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양측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김현욱 대표는 3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두식 목사는 지난해 5월 1일 자로 대표 임기가 만료됐다. 임기를 연장하려면 당헌·당규에 따라 전당대회를 열어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회의는 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박 목사는 제명됐기 때문에 기독당과 무관하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박 목사는 지난 4년간 당비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경기도당위원장인 박 목사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의 아내는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당을 사당화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정당이냐"고 말했다.

현재 박두식 목사는 서울·광주·수원 등을 오가며 기독당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4년 전과 같이 동성애·이슬람을 척결하자는 플래카드를 내건다. 박 목사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제명한 지난해 11월 전당대회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기독당) 대표인데,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전당대회는 열릴 수가 없다. 따라서 전당대회는 무효다. 이번에 다른 당과의 합당도 무효"라고 말했다.

사당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이번에도 아내가 (비례대표) 1번으로 들어가 있다. 아내를 1번으로 하면 사당화인가. 나는 안 들어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또 "기독당은 김현욱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현욱한테는 정책의장을 맡긴 것뿐인데 오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자신이 기독당 대표라고 거듭 말했다. 자신의 세가 더 크다며 김현욱 대표와 합의할 생각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욱 대표도 마찬가지다. 분쟁을 수습하지 못하면 이번 총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인데, 그마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선관위는 정당 안에서 분쟁이 있으니까 서로 합의하라고 하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 정당을 개인 교회 운영하듯이 하고, 민주화도 안 돼 있는 게 무슨 정당이냐"고 했다. 그는 "이번에 기독당이 총선에 안 나가는 게 낫다. 그러면 기독자유통일당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목사들은 기독 정당에 관여 좀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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