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정당들의 국회 입성은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갔다. 최소 비례대표 5석을 예측했던 기독자유당은 1석도 얻지 못했다. 또 다른 기독 정당, 기독당은 정당 득표율 0.54%에 그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이변은 없었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국회 입성을 노려 온 기독교 정당의 소원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벌이며 20대 총선에 뛰어든 기독자유당(손영구 대표)은 비례대표 후보 10명을 냈다. 선거 당일 최소 5석은 확보됐다고 예측했으나 기대는 빗나갔다. 1석도 얻지 못했다.

20대 총선 정당별 투표에서 기독자유당이 전국에서 얻은 표는 총 62만 6,853표(2.63%)로, 새누리당(33.50%), 국민의당(26.74%), 더불어민주당(25.54%), 정의당(7.23%)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기독자유당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 득표율 3%를 넘지 못했다. 정당 지지율은 최고 2.74%를 기록했고, 자정을 기점으로 하락했다.

시·도별로 보면 경상북도에서 기독자유당 정당 득표율이 3.63%(4만 4,001표)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어 전라북도 3.14%(2만 9,123표), 인천광역시 3.10%(4만 33표)를 기록했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1.47%(4,102표)로,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광주광역시(1.89%, 13,321표)·세종특별자치시(2.21%, 2,305표)가 뒤를 이었다.

유일한 지역구 출마자인 고영석 후보는 낙선했다. 충남 당진에서 출마한 고 후보는 1,286표(2.0%)로, 후보자 5명 중 4위를 차지했다.

기독자유당은 현역 국회의원을 영입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 장경동 목사(대전 중문교회) 등 대형 교회 목사들도 기독자유당을 적극 지지하고 홍보했다. 그 결과, 앞서 치른 세 번의 총선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뒀다.

2004년 한국기독당 비례대표 득표율은 1.07%(22만 8,837표)였다. 2008년 기독사랑실천당은 2.59%(44만 3,775표)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2012년 총선에서 기독 정당은 둘로 갈라졌고,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기독자유민주당은 1.2%(25만 7,190표), 한국기독당은 0.25%(5만 4,332표)를 기록했다.

출구 조사 발표 직후 축제 분위기…노래부터 통성기도까지

▲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 기독자유당 개표 상황실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기독자유당이 최대 비례대표 2석을 얻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자유당 관계자 150여 명은 4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 모여 20대 총선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저녁 6시,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장내는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기독자유당이 비례대표 2석을 얻는 것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박수쳤다. 기독자유당 후원회장 전광훈 목사는 "사전 투표까지 더하면 최소 5석은 가능하다"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개표 상황실에 참석한 이윤석 의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지만, 오늘 밤은 성공적인 밤이다. 동성애는 허용해서는 안 되고, 대한민국이 이슬람에 짓밟히지 않도록 (비례대표 국회의원) 동지들과 같이 결과물로 보여 주겠다. 평신도로서 목사님들 앞길에 서지 않고, 목사님들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면서, 당회와 국회에서 모범적으로 의정 활동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독자유당 관계자들은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거나 발언을 이어 나갔다. 참석자들은 최소 5석을 얻게 해 달라고 방언으로 통성기도를 했다. 기독자유당은 밤 11시경 찬송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부르고 난 뒤 해산했다. 전광훈 목사는 "개표 결과가 늦게 나올 것 같다. 집에 가서 결과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해산 이후, 기독자유당 몇몇 비례대표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윤석 의원은 당장 6월에 열릴 예정인 퀴어퍼레이드 축제를 막아 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기독교 정당 기독당(박두식 대표)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하는데 실패했다. 정당 득표율 0.54%에 그쳤다.

두 기독 정당이 하나로 뭉쳤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기독자유당과 기독당은 선거 막판까지 합당을 조율해 왔으나, 공천 문제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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