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남성 일색인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에서 눈에 띄는 여성이 있다. '한국의 안드레아 윌리엄스'(Andrea Williams)로 불리는 김지연 약사(한국가족보건협회)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선 사람 중 거의 유일한 여성인 김 약사는, 몇 년 사이 이정훈 교수(울산대),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길원평 교수(부산대) 등과 함께 반동성애 진영 대표 강사로 자리 잡았다.

안드레아 윌리엄스는 영국에서 동성애·낙태를 반대하고 반이슬람 운동에 앞장서는 극우 성향 법률 지원 단체를 운영하는 변호사다.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을 가르치는 김지연 약사는 종종 '평등법 통과 후 영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윌리엄스와 비교된다. 강연 때마다 절규에 가까운 외침으로 한국교회를 일깨우고 있다는 이유다.

2016년 온누리교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김지연 약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지연 약사는 11월 8일 <뉴스앤조이>에 언론 중재를 신청했다. 그는 <뉴스앤조이>가 10월 보도한 기사 4개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금 5000만 원을 요구했다. 10월 28일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 신청한 언론 중재와 내용이 거의 유사했다. 염 원장과 마찬가지로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가짜 뉴스 유포자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성경이 불법 서적이 된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김지연 약사 측은 이름과 사진을 내려 달라고도 요구했다. "동성애 문제에 관심 있는 교인들 외에는 김 약사를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며, 김 약사가 공인이 아닌 사인이기 때문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사실관계가 틀린 게 없기 때문에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김 약사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반론과 함께 사진 삭제 및 익명 처리를 하라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언론중재위 결정은 이의 제기 기간 중 이의를 신청하면 법적 구속력이 없다. <뉴스앤조이>는 이 결정에 이의를 신청해, 현재 민사소송으로 이어진 상태다.

여러 교계 언론에 이름과 얼굴이 수없이 노출됐고 본인 입으로 강연을 2000번 이상 했다는 그가 '사인'이라는 주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성경이 불법 서적이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김 약사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실제로 성경이 불온서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강연마다 '동성애가 법제화하면 하나님이 불법이 된다'는 논리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지연 약사는 동성애를 주제로 한 교계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다. 유튜브 울산CTS 갈무리

반동성애 운동 뛰어든 계기 설명하며
"동성애 법제화하면 동성애 반대 못 해
하나님이 피조물에게 멱살 잡히는 일"

<국민일보>는 2016년 8월 19일 김지연 약사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초반부터 '성경 암송 교사'였던 김 약사가 어떻게 반동성애 운동에 뛰어들게 됐는지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출신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낳은 평범한 엄마였다. '잘나가던' 약사였던 그가 2014년 약국까지 접고 아스팔트로 뛰어들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성경이 불온서적이 되고 하나님이 모욕·수치를 당하실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반기독교 물결 앞에서 생긴 거룩한 의분에 피켓을 들어 올리고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 (<국민일보>, '"동성애 몰려오는데…성도들 전쟁할 생각 않고 우아하게 신앙생활"')

김지연 약사는 강연 첫머리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이 '미국에서 성경을 불법 서적으로 규정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듣고 반동성애 운동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김 약사는 2018년 3월 2일 포항중앙교회(손병렬 목사)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32개 주에서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고 나서, 성경책이 불법 서적이라면서 서명을 받는 단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성애자 인권 단체라는 이름으로 '성경책이 틀렸다'면서 서명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산발적으로 일어나다가 2015년에는 어떤 일까지 벌어졌냐 하면, 한 동성애자가 성경을 간행하는 출판사를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성경을 직접 고발할 수 없으니까 출판사를 고발한 것이다. (중략) 이런 나라는 이런(반동성애) 집회를 못 한다. 이렇게 되면 극동방송도 동성애 반대 방송 못 내보낸다. 내보내면 이제 끌려간다."

미국에서 성경을 불법 서적으로 규정하는 서명이 진행됐다는 이야기의 사실관계는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김지연 약사가 언급한 동성애자와 출판사 간 소송은 실제 있었던 일이다. 문제는 이 소송이 2015년이 아니라 2008년 진행된 소송이고, 2009년 출판사들의 승소로 이미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김지연 약사는 이 사건을 동성 결혼 합법화,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설명하며 동성애가 법제화하면 한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소송은 미국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이후 제기된 것도 아니고, 소송을 제기한 동성애자가 성경을 문제 삼은 이유도 법 제정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다.

김지연 약사는 2017년 6월 24일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진행한 반동성애 강의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동성애가 법제화됐을 때는 성경책이 불온해지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말씀이신 하나님이 피조물에 멱살 잡히고 소송당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세상에 학습시키면서, 반기독교, 악한 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효과를 냈다. 이런 악한 소송이 왜 가능했냐면, 동성애 옹호법이 통과된 나라에는 이런 시도들이 있다. 성경책을 어떻게든 불법 서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거다."

9년 전 끝난 소송을 동성애 법제화 이후 일어난 일처럼 이야기하면 청중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김지연 약사가 미국 사례를 예로 들면서 청중에게 전달하는 논리는 '동성애가 법제화하면 동성애를 죄라고 하는 성경·하나님·기독교가 불법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우면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경이 불법 서적 된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차별금지법이 통과하면 성경이 불법 서적 된다"는 주장의 원조는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용희 대표다. 유튜브 C채널 갈무리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경이 불법 서적이 된다는 주장의 '원조'는 <한겨레> 보도에서 가짜 뉴스 공장으로 지목된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용희 대표다. 이 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 폐해를 크게 세 가지로 지적한다. 성경은 불법 책이 되고, 성경을 가르치는 교회는 불법 집단이 되며, 학교에서 항문 성교와 구강성교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희 대표는 2015년 열린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소강석 대표회장) 긴급 대담에 김지연 약사와 함께 발제자로 참가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도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성경은 불법 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주장이 침소봉대된 것이라면, 누구든 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그러나 김지연 약사를 포함한 반동성애 진영 인사 누구도 이 가짜 뉴스를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오히려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3개월 동안 지방 집회만 200회"
20대 총선 기독자유당 비례대표 출마
차별금지법 왜곡 정보 퍼트리기도

2013년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을 결성하면서 반동성애 운동에 발을 들인 김지연 약사는, 최근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지금까지 진행한 강연 횟수가 2000회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난 6~8월 3개월 동안 강의를 다닌 횟수를 세 보니, 지방 집회만 약 200회였다. 오늘도 2시간 자고 나왔다. 오늘과 내일 고신대에서 채플 강의를 하는데 잠깐 짬을 내서 왔다. 거의 길바닥에서 자거나 기차에서 잔다. 이렇게 강의하다 보니 2000번 정도 강의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부흥회 가장 많이 다니시는 목사님이 '2000번이면 국내 기록이다. 동성애 반대 강의는 한국에만 있는 거니까 세계 기록이다'고 하시더라." (2018년 10월 23일, 사랑의교회 특별 새벽 부흥회)

실제로 김 약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사랑의교회,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등 대형 교회 집회는 물론 CTS '톡톡포유', '동성애 STOP 캠페인' 등 교계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다. 해외 강연도 끊이지 않는다. 작년에는 미국 뉴욕·뉴저지, 올해는 콜로라도의 한인 교회에서 특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규모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 학생지도부가 12월부터 2월까지 진행하는 '부모 교육 세미나' 강사 명단에도 올라 있다.

눈에 띄는 이력도 있다. 김지연 약사는 2016년 총선 당시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저지'를 목표로 내세운 기독자유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3번으로 출마했다. 2016년 4월 12일 YTN에서 방영한 기독자유당 '정강 정책 연설'에서, 차별금지법을 왜곡한 정보를 버젓이 퍼트리기도 했다.

"2013년 발의된 동성애 차별 금지 조항이 독소 조항으로 들어가 있었던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됐다면,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 알고 계셨습니까?"

이 주장은 보수 개신교계가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당시부터 반복해 오던 주장이다. 지금까지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표현'을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사실은 <뉴스앤조이>가 이미 수차례 팩트 체크한 바 있다.

김지연 약사는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과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불법 서적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 일으켰다는 의미
성경 불법 서적 서명운동도
'국지적 해프닝'이라고 언급"

<뉴스앤조이>는 반론을 듣기 위해 김지연 약사에게 연락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하면 성경이 불온서적이 된다"는 발언 취지를 묻자, 김 약사는 "'불법 서적이 됐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성경을 불법 서적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는 의미다. 불법 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동성애 법제화는 성경이 불온해지는 문제다"라는 발언이 있었다고 말하자 "불온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거다. 오히려 나는 '불법 서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된 적은 없지만'이라고 이야기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부분이다. 그런(동성애 법제화) 움직임이 착시 현상을 일으켜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을 불법 서적으로 규명하자는 서명운동은 국지적으로 있었던 해프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지연 약사는 "뉴저지랑 콜로라도에서 국지적으로 있었던 일이다. 실제로 강연하면서 해프닝이라는 단어도 사용한다. '세례 취소식'을 벌이면서 모욕하는 일도 있었다. 현지에 가면 조금 더 뉴스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지연 약사는 강연 중, 성경을 불법 서적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든지, 성경을 불법 서적으로 규명하자는 서명운동이 '해프닝'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 적도 많다.

동성애자와 출판사 간 소송이 2015년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지적에는, 미국 사회에 동성애 법제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2003년이기 때문에 소송의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동성애를 처벌하는 소도미법(Sodomy law)이 사라진 게 2000년대 초반이다. 그때부터 동성애 법제화가 시작됐다. 동성애 법은 수십 가지가 있고, 처벌법이 없어진 것도 법제화로 볼 수 있다. '동성 결혼이 통과되기 전 있었던 소송'이라면서 문제 제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보다 동성애가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연 약사는 기자에게 "틀린 것만 잡아내려고 하는 기사를 보면 섭섭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칭찬은 한마디도 안 하고 틀린 부분만 문제 삼는 기사는 편협하지 않나. 탈동성애하고 돌아오는 게이들을 돌보고 있는 귀한 일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고 그런 부분만 지적하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 기사 정정(2019년 2월 19일 23시 현재)

<뉴스앤조이>는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보도했으나,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재위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이의 신청이 없는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이 부분을 수정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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